스포젠트
스포츠의 모든것

SOOP 배구단 창단 첫 시즌, 이름은 새로웠지만 숙제는 이미 코트 위에 있었다

Last Updated :
SOOP 배구단 창단 첫 시즌, 이름은 새로웠지만 숙제는 이미 코트 위에 있었다

얼마 전 V리그 여자부 이적·등록 소식을 따라가다가 SOOP 수퍼스 이름을 보고 잠깐 멈췄습니다. 새 구단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은 분명 있는데, 이 팀은 완전히 빈 종이에서 출발한 팀은 아니거든요. 페퍼저축은행을 인수해 이어받은 팀이고, 그래서 창단 첫 시즌의 난관도 단순히 유니폼 색깔이나 로고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쌓여 있던 성적표, 선수단 구조, 팬들의 기대치, 그리고 새 프런트의 운영 방식이 한꺼번에 시험대에 올라갑니다.

새 팀인데 새 팀만은 아닌 출발선

SOOP은 2026년 6월 KOVO 신규 회원 승인을 받으며 여자부 7개 구단 체제를 이어가게 했습니다. 그 자체로 리그에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만약 인수자가 없었다면 여자부 한 자리가 흔들릴 수 있었고, 일정과 흥행 구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코트 안 이야기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전신인 페퍼저축은행은 2021년 창단 이후 오랫동안 하위권 이미지를 벗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2024-25시즌에는 창단 첫 10승, 첫 3연승 같은 의미 있는 장면도 있었지만, 결국 4시즌 연속 최하위라는 무거운 숫자도 함께 남았습니다. 2025-26시즌에는 16승으로 창단 최고 흐름을 만들었다는 점이 반갑지만, 바로 그 뒤에 매각 이슈가 터졌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스포츠 팀에서 분위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록입니다. 같은 1패라도 안정된 팀의 1패와 매각설 속에서 나온 1패는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무게가 다릅니다. SOOP의 첫 시즌은 그래서 ‘새 출발’보다 ‘흔들린 연속성을 얼마나 빨리 안정시키느냐’에 가깝습니다.

김세진 감독 카드가 흥미로운 이유

초대 감독 김세진 선임은 꽤 상징적입니다. 김 감독은 남자부 OK저축은행에서 신생팀을 맡았던 경험이 있고, 2014-15시즌과 2015-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만들었습니다. 신생팀의 시행착오, 외국인 선수 의존도, 젊은 선수의 성장 곡선, 라커룸 질서를 모두 겪어본 지도자라는 점은 SOOP 입장에서 분명한 자산입니다.

다만 여자부 V리그는 남자부와 템포가 다르고, 리시브와 연결의 비중이 훨씬 크게 체감되는 리그입니다. 높이 하나로 밀어붙이기보다 첫 터치가 흔들리면 공격 옵션이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죠. 김세진 감독의 이름값보다 더 중요한 건 코칭스태프가 얼마나 빨리 여자부 선수단의 리듬을 읽고, 기존 선수와 새 외국인 선수 사이의 공격 분배를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사실 첫 시즌 감독에게 가장 어려운 건 전술판보다 기준을 세우는 일입니다. 누가 리시브 부담을 얼마나 가져갈지, 세터가 위기 때 누구를 먼저 볼지, 미들 블로커 활용을 몇 세트까지 유지할지 같은 선택이 반복되면서 팀 색깔이 만들어집니다. 그 기준이 늦게 잡히면 1라운드에서 잃은 승점이 시즌 내내 따라다닙니다.

198cm와 192cm, 높이는 생겼지만 답은 아니다

SOOP은 외국인 선수로 198cm 아포짓 스파이커 오드리아나 피츠모리스를 선택했고, 아시아쿼터로 192cm 미들 블로커 이즈 쉬에를 데려왔습니다. 숫자만 보면 매력적입니다. 여자부에서 190cm대 자원 둘이 전위에 서는 장면은 상대 블로킹과 공격 코스를 동시에 압박할 수 있습니다.

근데 배구는 신장표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피츠모리스가 높은 타점과 득점력을 보여줘도, 리시브가 흔들리면 세터가 올릴 수 있는 공은 뻔해집니다. 이즈 쉬에 역시 블로킹과 속공 능력이 강점으로 평가받지만, 미들이 살려면 세터와 호흡이 맞아야 하고 서브 리시브가 네트 근처까지 살아와야 합니다.

SOOP의 첫 번째 난관은 외국인 선수의 개인 득점이 아니라 득점 경로의 다양성입니다. 한 명에게만 몰리는 배구는 초반에는 버틸 수 있어도 상대 분석이 쌓이는 3라운드 이후 급격히 막힙니다. 특히 여자부는 랠리가 길어지는 순간이 많아서, 오픈 공격 성공률뿐 아니라 디그 이후 반격 전환 능력이 순위표를 가릅니다.

전새얀과 송은채, 즉시 전력과 미래 사이

FA 시장에서 전새얀과 송은채를 더한 선택은 방향이 꽤 분명합니다. 전새얀은 V리그 경험이 풍부하고, 2019-20시즌부터 2024-25시즌까지 꾸준히 두 자릿수 득점을 남긴 공격수입니다. 2021-22시즌 225점 기록도 있어서, 벤치에서 흐름을 바꾸거나 특정 로테이션에서 공격 부담을 나눌 카드로 볼 수 있습니다.

송은채는 2006년생입니다. 즉시 전력이라기보다 팀의 시간표를 길게 가져가겠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새 구단이 첫 시즌부터 성적만 보고 베테랑 위주로 틀을 짜면 당장은 안정적일 수 있지만, 2년 뒤 선수층이 얇아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반대로 어린 선수에게 시간을 너무 많이 주면 첫 시즌 승점 싸움에서 밀릴 수 있고요.

  • 전새얀의 역할: 리시브 부담을 조절하며 공격 옵션을 넓히는 베테랑 카드
  • 송은채의 역할: 훈련 강도와 출전 경험을 통해 2년 뒤 전력으로 키워야 할 자원
  • 감독의 과제: 당장 이기는 조합과 성장시키는 조합의 시간을 분리하지 않는 것

첫 시즌의 진짜 난관은 승수보다 지속성

팬 입장에서는 당연히 순위가 먼저 보입니다. 첫 라운드에서 몇 승을 거두는지, 강팀을 한 번이라도 잡는지, 외국인 선수가 득점 상위권에 들어가는지 같은 숫자가 눈에 들어오죠. 저도 기록을 볼 때 승점표부터 확인합니다. 그런데 SOOP의 첫 시즌은 승수 하나만으로 평가하기엔 조금 복잡합니다.

운영의 안정성도 기록처럼 봐야 합니다. 홈 팬과의 접점, 선수단 이동과 훈련 환경, 콘텐츠 플랫폼 기업다운 팬 서비스, 부상자 관리, 시즌 중 보강 판단까지 전부 첫해 데이터로 남습니다. 특히 SOOP은 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구단이라 경기 외 콘텐츠에 강점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가 성적 부진을 가려주지는 못합니다. 코트 위 경쟁력이 없으면 팬덤 확장은 금방 한계에 부딪힙니다.

제가 보는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피츠모리스 의존도를 40% 안팎에서 얼마나 관리하느냐. 둘째, 이즈 쉬에를 단순 블로커가 아니라 속공 옵션으로 얼마나 자주 쓰느냐. 셋째, 전신 페퍼 시절의 패배 기억을 새 팀 문화로 얼마나 빨리 덮어내느냐입니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 SOOP의 첫 시즌은 단순한 생존기가 아니라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창단 첫 시즌에 곧바로 상위권을 요구하는 건 현실적인 시선은 아닙니다. 대신 라운드가 지날수록 리시브 라인이 안정되고, 외국인 선수 말고도 12점 안팎을 찍는 국내 공격수가 나오고, 접전 세트에서 범실이 줄어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새 이름이 진짜 팀의 역사로 남으려면 화려한 출범식보다 그런 작은 숫자들이 먼저 쌓여야 합니다. SOOP의 첫 시즌은 그래서 더 볼 맛이 있습니다. 이 팀이 얼마나 이기느냐만큼, 어떤 방식으로 버티고 바뀌는지가 기록 뒤의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SOOP 배구단 창단 첫 시즌, 이름은 새로웠지만 숙제는 이미 코트 위에 있었다 - 요약
SOOP 배구단 창단 첫 시즌, 이름은 새로웠지만 숙제는 이미 코트 위에 있었다 | 스포젠트 : https://spogent.com/5532
스포츠의 모든것
스포젠트 © spogent.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