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상준 140m 홈런 얘기를 다시 꺼내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보인 포수의 시간

얼마 전 KIA 2군 기록을 뒤적이다가 이상준 이름에서 잠깐 멈췄습니다. 팬들이 기억하는 장면은 역시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나온 140m짜리 초대형 홈런이죠. 전광판 아래 백스크린까지 날아갔다는 그 타구는 단순한 캠프 화제가 아니라, KIA가 왜 2024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포수 카드를 집었는지 설명해주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140m라는 숫자가 꽤 말이 안 되는 이유
야구장에서 140m 홈런은 그냥 ‘잘 맞았다’ 수준이 아닙니다. KBO 공식 경기에서도 140m급 홈런은 시즌 전체를 통틀어 몇 번 나오지 않는 장면입니다. 특히 포수 유망주가 고교 졸업 직후 캠프에서 그런 비거리를 보여줬다는 건, 스윙 스피드와 순수 힘만큼은 이미 확실한 무기라는 뜻입니다.
물론 캠프 홈런과 1군 실전 홈런은 완전히 다릅니다. 투수의 구위, 볼 배합, 경기 압박, 타이밍 싸움이 붙으면 이야기가 바뀝니다. 그런데 이상준의 140m 홈런이 흥미로운 건 ‘당장 홈런왕 후보’라서가 아니라, 포수 포지션에서 보기 어려운 장타 툴을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포수는 수비 부담이 큰 자리라 타격 성장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한 방의 물리적인 증거가 크게 보입니다.
KIA가 본 건 홈런 하나가 아니었다
이상준은 경기고 출신 우투우타 포수입니다. KBO 기록실 기준 프로필은 182cm, 105kg이고, 2024 KIA 3라운드 26순위 지명 선수입니다. 계약금은 1억원, 입단 연봉은 3000만원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체격만 보면 이미 포수치고도 꽤 단단한 축에 들어갑니다.
드래프트 당시 흐름도 재미있습니다. KIA는 2라운드 지명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3라운드에서 어떤 자원이 남느냐가 중요했는데, 이상준이 순번까지 내려오자 투수 대신 포수를 택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건 단순히 ‘포수가 부족해서’라기보다, 해당 순번에서 기대값이 더 큰 선수를 잡았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 2024 신인드래프트: KIA 3라운드 26순위
- 포지션: 포수, 우투우타
- 신체 조건: 182cm, 105kg
- 경력: 서울도곡초-대치중-경기고
- 강점으로 거론된 요소: 장타력, 강한 어깨, 포수 수비 기본기
기록은 아직 ‘완성형’보다 ‘재료형’에 가깝다
숫자로 보면 기대와 현실이 같이 보입니다. KBO 퓨처스리그 기록 기준 이상준은 2024년에 61경기에서 타율 0.228, 2홈런, 장타율 0.331을 기록했습니다. 첫해 포수 유망주에게 엄청난 타격 성과를 요구하기는 어렵지만, 캠프에서 보여준 비거리와 시즌 기록 사이에는 분명한 간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기록은 눈길이 갑니다. 21경기, 26타수 8안타, 타율 0.308, 2홈런, 장타율 0.615, 출루율 0.406으로 찍혀 있습니다. 표본은 작습니다. 그래도 2024년보다 타석당 장타 생산이 확실히 좋아졌다는 점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습니다. 특히 삼진이 26타수 3개였다는 부분은 흥미롭습니다. 힘만 있는 타자가 아니라, 맞히는 능력 쪽에서도 개선 신호가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포수 유망주는 왜 시간이 오래 걸릴까
포수는 타격만 잘한다고 올라오는 포지션이 아닙니다. 투수 리드, 블로킹, 프레이밍, 송구, 사인 교환, 경기 운영까지 한꺼번에 배워야 합니다. 타석에서 자기 스윙을 만들 시간도 필요한데, 수비 훈련의 양이 다른 포지션보다 훨씬 큽니다. 그래서 포수 유망주의 2군 기록은 타율 하나로 재단하면 자주 놓칩니다.
이상준에게도 비슷한 관점이 필요합니다. 140m 홈런은 천장입니다. 퓨처스 기록은 현재 위치입니다. 팬 입장에서 재미있는 건 이 두 숫자 사이의 거리를 줄여가는 과정입니다. 장타 툴이 실전에서 반복되려면 좋은 코스만 기다리는 힘보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파울을 만들고 몰린 공을 놓치지 않는 기술이 붙어야 합니다.
KIA 포수진 안에서 이상준의 자리는 어디일까
KIA는 당장 1군 포수 운영에서 경험 많은 자원들이 필요합니다. 우승을 노리는 팀일수록 포수에게 요구하는 안정감은 더 큽니다. 신인급 포수가 바로 1군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근데 장기적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강한 어깨와 장타력을 동시에 가진 포수는 시장에서 흔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상준의 140m 홈런을 너무 낭만적으로만 소비하면 위험합니다. 홈런 하나가 1군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그 장면을 ‘캠프 타구일 뿐’이라고 작게 보는 것도 아깝습니다. 포수 포지션에서 그 정도 파워가 있다는 건 육성 방향을 잡을 때 꽤 큰 힌트가 됩니다. 수비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동안 타격에서는 장타 생산성을 얼마나 유지하느냐, 이게 앞으로 봐야 할 지점입니다.
참고한 기록과 보도: KBO 퓨처스 선수 기록실 https://www.koreabaseball.com/Futures/Player/HitterTotal.aspx?playerId=54644 , 조선비즈 OSEN 보도 https://biz.chosun.com/sports/baseball/2023/11/26/NU5BQ7DPVDYUNFV6GARQEI5NCE/ , 연합뉴스 신인 계약 보도 https://www.yna.co.kr/view/AKR20231001020000007
저는 이상준을 볼 때 ‘대형 홈런을 친 포수’보다 ‘대형 홈런을 실전 언어로 바꿔야 하는 포수’라는 쪽에 더 끌립니다. 140m는 이미 보여준 재능이고, 이제 팬들이 기다리는 건 그 힘이 퓨처스의 꾸준한 장타와 1군 콜업 명분으로 이어지는 장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