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용·정해영 상무 최종 합격 소식 듣고 기록표부터 다시 봤다

며칠 전 상무 야구단 최종 합격 명단 이야기가 야구 팬들 사이에서 꽤 크게 돌았는데, 저는 이름을 보자마자 경기 결과보다 기록표부터 다시 열어봤습니다. 최준용과 정해영. 둘 다 아직 젊은 투수인데, 이미 1군에서 맡아본 압박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선수들이라 단순한 입대 뉴스로만 지나가기 어렵더라고요.
상무 합격은 선수 개인에게는 병역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고, 구단 입장에서는 전력 공백을 계산해야 하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 둘의 경우에는 조금 더 흥미롭습니다. 불펜, 그것도 승부처를 경험한 투수들이라서요. 선발 유망주가 군 복무 중 이닝을 쌓는 그림과는 또 다릅니다. 이미 9회, 8회, 접전 상황의 공기를 아는 투수들이 상무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가 이후 커리어의 방향을 꽤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최준용의 상무행, 롯데 불펜 흐름을 다시 보게 만든다
최준용은 롯데 팬들에게 늘 기대와 아쉬움이 같이 붙어 다닌 이름입니다. 2001년생 우완, 강한 구위, 불펜에서 바로 쓰일 수 있는 힘. 이런 프로필은 사실 어느 팀이든 탐내는 자원입니다. 문제는 불펜 투수에게 구위만큼 중요한 게 반복성이라는 점이죠. 좋은 날의 최준용은 타자를 힘으로 누를 수 있지만, 제구가 흔들리는 날에는 투구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승부가 길어지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무는 최준용에게 꽤 현실적인 재정비 구간이 될 수 있습니다. 롯데 1군 불펜에서는 매 경기 결과가 바로 순위표와 연결됩니다. 반면 상무에서는 퓨처스리그를 뛰면서도 일정한 등판 간격, 역할 조정, 구종 점검을 비교적 길게 가져갈 여지가 있습니다. 불펜 투수에게 1년 반은 짧지 않습니다. 구속을 더 끌어올리는 시간일 수도 있지만, 최준용에게 더 중요한 건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얼마나 공격적으로 버틸 수 있느냐 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정해영은 이미 기록으로 말한 마무리다
정해영은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KIA에서 이미 마무리 투수로 긴 시간을 보냈고, 최연소 100세이브와 최연소 150세이브라는 굵직한 기록을 찍은 선수입니다. 세이브라는 기록은 팀 전력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그래도 어린 나이에 계속 9회를 맡았다는 사실은 따로 봐야 합니다. 9회는 단순히 공을 잘 던지는 이닝이 아닙니다. 한 점 차, 중심타선, 원정 응원석의 소리, 전날 블론세이브의 잔상까지 같이 올라오는 자리입니다.
정해영이 상무에 간다는 건 KIA 불펜 운영에도 큰 변화입니다. 마무리 한 명이 빠진다는 표현보다, 수년간 후반 승리 공식을 구성하던 마지막 장면이 바뀐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KIA는 새 마무리 후보를 세워야 하고, 7회와 8회 역할까지 연쇄적으로 조정해야 합니다. 기록표에서 세이브 1개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벤치가 경기 후반을 설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나이가 아니라 압박 경험이다
최준용과 정해영은 모두 2001년생 세대의 투수로 묶을 수 있지만, 진짜 공통점은 젊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둘 다 이미 프로 1군에서 부담이 큰 장면을 통과했다는 점이 큽니다. 어린 투수가 퓨처스에서 좋은 평균자책점을 찍는 것과, 1군 접전에서 아웃카운트 세 개를 책임지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
- 최준용은 강한 구위와 불펜 활용 가치가 분명한 투수다.
- 정해영은 세이브 기록으로 이미 리그 역사에 이름을 올린 마무리다.
- 두 선수 모두 상무에서 구위보다 운영 안정성을 키우는 시간이 중요하다.
- 소속팀은 당장 불펜 재편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근데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상무 야구단은 단순한 공백기가 아닙니다. KBO에서는 상무를 거쳐 돌아온 뒤 구속, 몸 상태, 경기 운영이 좋아진 사례가 꽤 많았습니다. 군 복무라는 제한된 환경 안에서도 꾸준히 경기를 뛰고, 프로 선수들과 계속 맞붙는 구조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투수는 몸을 크게 망가뜨리지 않고 루틴을 다시 세우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소속팀 입장에서는 손실이지만, 선수에게는 리셋 버튼일 수 있다
롯데는 최준용이 빠지는 동안 불펜의 힘과 깊이를 동시에 고민해야 합니다. 시즌 중후반으로 갈수록 불펜 피로도는 숫자로 드러납니다. 등판 경기 수, 연투 횟수, 피OPS, 볼넷 비율 같은 지표가 슬금슬금 올라오면 벤치도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최준용 같은 파워형 우완이 빠지면 특정 타순에서 쓸 수 있는 카드 하나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KIA는 더 직접적입니다. 정해영이 맡아온 마무리 자리는 대체가 쉽지 않습니다. 세이브 상황은 대부분 팀이 이기고 있는 순간에 오지만, 역설적으로 실패했을 때 타격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자리입니다. 새 마무리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몇 번의 흔들림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 흔들림을 팀이 얼마나 빨리 흡수하느냐가 KIA의 다음 시즌 운영을 가를 가능성이 큽니다.
돌아올 때의 모습이 더 궁금한 이름들
상무 최종 합격 소식은 당장의 이탈 뉴스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걸 두 선수 커리어의 중간 지점으로 보고 싶습니다. 최준용은 더 단단한 불펜 투수로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을 얻었습니다. 정해영은 이미 쌓은 세이브 기록 위에 한 번 더 몸과 구종을 재점검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솔직히 팬 입장에서는 아쉽습니다. 한창 봐야 할 나이의 투수들이 잠시 팀을 떠나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기록을 오래 보는 팬일수록 이런 시기를 다르게 보게 됩니다. 선수의 커리어는 한 시즌 성적표만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공백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돌아왔을 때 예전의 장점에 무엇을 더했는지가 다음 장을 만듭니다. 최준용과 정해영의 상무행도 그래서 단순한 쉼표보다는, 꽤 중요한 방향 전환 지점처럼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