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 제구 문제 미해결, 기록을 다시 넘겨봤더니 보인 진짜 이야기

얼마 전 한화 불펜 기록을 다시 넘겨보다가 김서현 이름 앞에서 손이 멈췄다. 강속구 투수에게 제구 이야기는 늘 따라붙는 꼬리표지만, 김서현의 경우는 단순히 “볼넷이 좀 많다”로 넘기기 어려운 단계까지 왔다. 공은 여전히 빠르다.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재능도 분명하다. 그런데 승부처에서 스트라이크를 꾸준히 던지지 못하면, 158km짜리 공도 스스로 만든 위기를 지우는 데 쓰이지 못한다.
2025년의 성공이 오히려 기준을 높였다
사실 김서현을 얘기할 때 2025년을 빼놓기 어렵다. 그는 2025시즌 69경기에서 2승 4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한화가 정규시즌 2위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뒷문을 맡았고, 숫자만 보면 “드디어 터졌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2023년 전체 1순위 신인의 잠재력이 1군 승부처에서 실제 성과로 이어진 시즌이었다.
그런데 기록을 조금 더 가까이 보면 불안의 씨앗도 같이 보인다. 2025년 4월 말만 해도 김서현은 15경기 7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0.66이라는 굉장히 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패전의 출발점은 볼넷이었다. KT전에서 9회 선두타자와 후속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고, 두 타자에게 던진 10구 중 스트라이크가 2개뿐이었다는 대목은 꽤 상징적이다. 실점보다 더 중요한 건 공이 손에서 빠지는 흐름이었다.
2026년, 숫자가 더 직접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2026년에는 그 불안이 성적으로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서울신문 보도 기준, 김서현은 2026시즌 초반 11경기에서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9.00, 볼넷 14개를 기록한 뒤 4월 27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11경기 14볼넷이면 단순한 기복이라고 보기 어렵다. 구위가 아무리 좋아도, 타자가 배트를 내기 전에 주자가 쌓이는 구조가 반복됐다는 뜻이다.
특히 4월 14일 삼성전은 이 문제를 압축해서 보여준 경기였다. 8회 2사 1, 2루에서 올라와 사사구 7개를 내주며 5-0 리드가 5-6으로 뒤집혔다. 불펜 투수에게 제구 난조가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선발투수는 어느 정도 이닝 안에서 회복할 시간이 있지만, 불펜은 등판 순간부터 점수판과 바로 맞닿아 있다. 볼넷 하나가 흐름을 바꾸고, 두 번째 볼넷은 벤치와 야수의 리듬까지 흔든다.
- 2025시즌: 69경기, 33세이브, 평균자책점 3.14
- 2026시즌 초반: 11경기, 볼넷 14개, 평균자책점 9.00
- 4월 14일 삼성전: 한 이닝에 가까운 상황에서 사사구 7개 허용
- 4월 27일: 1군 엔트리 말소
재정비 뒤에도 남은 숙제
더 답답한 장면은 재정비 뒤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연합뉴스와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김서현은 5월 7일 KIA전 복귀전에서도 사사구 3개와 피안타 2개로 4실점했다. 한화가 경기는 이겼지만, 9회 담당 카드에 대한 고민은 더 커졌다. 승리한 경기에서조차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던 이유다.
김경문 감독도 결국 시간을 더 주는 쪽을 택했다. 5월 13일 OSEN 보도에서 김 감독은 김서현이 제구력을 계속 잃고 있어 2군에서 천천히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말은 꽤 중요하다. 단순히 “멘탈 문제”라고 넘기는 게 아니라, 투구폼과 릴리스 포인트, 패스트볼 명령 능력까지 다시 맞춰야 하는 단계로 본 셈이다.
변화구는 살아 있는데, 직구가 문제라는 아이러니
흥미로운 건 2군 등판에서 완전히 무너진 모습만 나온 건 아니라는 점이다. 5월 27일 KIA 퓨처스 팀을 상대로는 1이닝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변화구 활용은 좋았고, 헛스윙과 루킹 삼진을 끌어낼 힘도 있었다. 그런데 매일경제 보도처럼 패스트볼 제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강속구 투수에게 가장 믿어야 할 공이 가장 흔들리는 아이러니가 생긴 것이다.
야구에서 빠른 공은 단순히 구속 숫자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스트라이크존 근처에 반복해서 들어가야 타자가 늦고, 그 다음 변화구가 산다. 그런데 패스트볼이 빠지면 타자는 기다릴 수 있다. 기다리면 볼카운트가 불리해지고, 투수는 더 강하게 던지려다 팔이 먼저 나가거나 릴리스가 흔들린다. 이 악순환이 김서현의 2026년 초반을 설명하는 가장 현실적인 그림에 가깝다.
김서현 제구 문제 미해결, 그래도 끝난 이야기는 아니다
솔직히 김서현의 제구 문제는 아직 해결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2025년의 33세이브는 분명한 성과였지만, 2026년 초반의 11경기 14볼넷과 두 차례 1군 말소 흐름은 같은 투수가 얼마나 빠르게 흔들릴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특히 불펜 핵심 자원에게 제구는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김서현은 이미 1군 높은 압박 속에서 세이브 시즌을 치러본 투수이고, 퓨처스 등판에서 변화구 완성도와 탈삼진 능력은 여전히 확인됐다. 문제는 재능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 재능을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얼마나 자주 재현하느냐다. 한화 팬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지만,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김서현의 다음 단계는 구속 1~2km가 아니라 첫 타자에게 던지는 초구 스트라이크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참고 자료: 서울신문, 연합뉴스, 뉴시스, 매일경제, 일간스포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