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의 KBO 경기수 축소론을 다시 읽어봤더니, 숫자보다 선수층이 먼저 보였다

얼마 전 KBO 일정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144경기라는 숫자는 이제 너무 익숙해서 별 감흥이 없는데, 막상 한 팀의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 사용표를 따라가다 보면 이게 꽤 무거운 숫자라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김태형 감독이 예전부터 KBO 경기수 축소론을 꺼냈던 것도 단순히 “힘드니까 줄이자”는 투정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 시절이던 2018년에도 144경기 체제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고, 2020년 코로나19로 시즌 운영이 흔들리던 때에도 같은 방향의 말을 했습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그는 “시즌 144경기는 항상 많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까지 겹치면 선수들이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스포츠조선 보도에서도 젊은 투수들이 풀타임으로 버티기 어렵고, 4선발 구성조차 쉽지 않다는 현장의 부담이 언급됐습니다.
144경기는 언제부터 당연한 숫자가 됐나
KBO리그가 지금의 팀당 144경기 체제로 들어간 건 2015년입니다. kt가 1군에 합류하면서 10개 구단 체제가 됐고, 이전 9개 구단 시절의 128경기에서 확 늘었습니다. 8개 구단 시절 133경기와 비교해도 늘어난 폭이 큽니다. 숫자만 보면 MLB 162경기보다 적고, 일본 프로야구의 143경기와 비슷하니 “그 정도면 괜찮지 않나”라는 말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근데 리그의 경기 수는 단순 비교가 어렵습니다. 미국은 30개 구단, 일본은 양대 리그 구조와 긴 아마추어 저변을 갖고 있습니다. KBO는 10개 구단입니다. 선수층이 두꺼워야 144경기가 품질을 유지하는데, 국내 선발투수 풀과 1군급 야수 백업층은 아직 매년 넉넉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김태형 감독의 말은 경기 수 자체보다 “이 숫자를 감당할 리그 체력이 있느냐”에 가까워 보입니다.
김태형 감독의 문제의식은 투수 쪽에서 더 선명하다
야구에서 긴 시즌의 피로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은 보통 마운드입니다. 선발이 5이닝을 못 버티는 날이 많아지면 불펜은 그날만 힘든 게 아닙니다. 다음 경기, 그다음 시리즈까지 꼬입니다. 특히 KBO는 외국인 투수 2명이 로테이션의 중심을 잡는 팀이 많습니다. 국내 선발 3명, 4명까지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팀은 시즌 내내 손에 꼽힙니다.
김태형 감독이 “젊은 투수들이 풀타임으로 3년을 버티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던 대목은 꽤 날카롭습니다. 한 시즌 반짝은 가능합니다. 문제는 2년 차, 3년 차입니다. 144경기 체제에서는 좋은 공을 가진 유망주가 일찍 1군에 올라오고, 팀 사정상 역할이 커지고, 어느 순간 관리와 승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게 됩니다. 팬 입장에서는 새 얼굴을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기록표 뒤에는 등판 간격과 투구 수, 불펜 대기 횟수가 같이 붙어 있습니다.
경기 수를 줄이면 기록의 무게도 달라진다
솔직히 기록을 좋아하는 팬으로서는 경기 수 축소론이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144경기는 누적 기록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200안타, 30홈런, 100타점, 150이닝 같은 숫자들이 더 자주 시야에 들어옵니다. 시즌 후반 순위 싸움도 길게 이어지고, 매일 야구가 있다는 리듬은 KBO의 큰 매력입니다.
그런데 누적 기록이 많아진다고 경기의 밀도가 자동으로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피로가 쌓인 8월과 9월에는 수비 집중력 저하, 불펜 과부하, 대체 선발 등판이 한꺼번에 보입니다. 이때 만들어지는 기록은 분명 공식 기록이지만, 팬들이 기대하는 최고 수준의 대결과는 거리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김태형 감독의 주장은 이 지점을 찌릅니다. 많은 경기보다 좋은 경기, 많은 이닝보다 버틸 수 있는 이닝이 먼저라는 얘기입니다.
- 144경기 체제는 2015년 10개 구단 체제와 함께 본격화됐다.
- 현장에서는 투수층,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 여름 체력 부담을 주요 문제로 봐왔다.
- 운영 쪽에서는 입장 수익, 중계권, 구단 매출이라는 현실을 쉽게 무시하기 어렵다.
- 팬 입장에서는 누적 기록의 재미와 경기 질 사이의 균형이 관전 포인트다.
그럼 몇 경기가 적당할까
여기서 어려운 대목이 나옵니다. 144경기를 무조건 줄이면 모든 문제가 풀릴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135경기든 126경기든 수익 구조가 다시 짜여야 하고, 중계권 계약과 구단 운영비도 영향을 받습니다. 또 경기 수가 줄면 개인 누적 기록의 기준선도 흔들립니다. 예전 기록과 현재 기록을 비교할 때 보정이 더 중요해집니다.
그래도 논의 자체는 피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팀당 144경기를 유지하더라도 더블헤더 최소화, 월요일 경기 제한, 확대 엔트리의 실효성 강화, 2군 경기 운영 개선 같은 방식은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장기적으로 135경기 안팎의 체제를 놓고 수익 배분과 중계 상품을 새로 설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경기 수 축소론은 단순히 달력에서 며칠을 지우는 문제가 아니라, 리그가 어떤 품질의 야구를 팔 것인지 묻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팬으로서 더 보고 싶은 건 숫자의 양보다 맥락이다
저는 김태형 감독의 KBO 경기수 축소론이 꽤 현실적인 문제 제기라고 봅니다. 야구 팬은 당연히 경기를 많이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매일 야구가 있다는 즐거움과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맞붙는 장면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144경기가 남긴 기록은 이미 KBO 역사 안에 깊게 들어왔지만, 앞으로의 리그가 더 오래 사랑받으려면 경기 수라는 익숙한 숫자도 가끔은 낯설게 다시 봐야 합니다. 참고한 보도: 서울신문 https://www.seoul.co.kr/news/sport/baseball/2020/04/22/20200422500213, 스포츠조선 https://www.sportschosun.com/baseball/2018-03-26/201803270100219850016242, 스포츠경향 https://sports.khan.co.kr/article/20220919104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