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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여고 기업은행배 우승을 기록으로 따라가봤더니, 29-27에 담긴 진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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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여고 기업은행배 우승을 기록으로 따라가봤더니, 29-27에 담긴 진짜 힘

얼마 전 고교배구 결과를 훑다가 중앙여고 기업은행배 우승 기록에서 눈이 오래 멈췄다. 단순히 우승했다는 문장보다 더 흥미로웠던 건 마지막 세트 점수였다. 29-27. 배구를 챙겨보는 사람이라면 이 숫자가 얼마나 피곤하고, 또 얼마나 잔인한 숫자인지 안다. 두 점 차가 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듀스 구간에서 결국 버틴 팀이 중앙여고였다는 뜻이니까.

우승 스코어가 말해준 경기 흐름

2024 IBK기업은행배 화성시 전국중고배구 최강전 18세 이하 여자부 결승에서 중앙여고는 선명여고를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세트별 점수는 25-17, 25-21, 16-25, 29-27이었다. 앞의 두 세트만 보면 중앙여고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경기를 잡아가는 그림이었다. 1세트 8점 차, 2세트 4점 차. 흐름과 조직력에서 우위가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3세트가 16-25로 크게 밀렸다. 여기서 경기가 꽤 재밌어진다. 강팀이 늘 완벽하게 이기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한 세트를 크게 내준 뒤 바로 균형을 되찾는지가 진짜 체력과 집중력의 지표가 된다. 중앙여고는 4세트에서 29-27까지 가는 접전을 버텼고, 그 지점이 이 우승의 가장 진한 장면이었다.

29-27은 그냥 두 점 차가 아니다

25점 랠리포인트제에서 29-27은 최소 네 번 이상의 추가 승부가 있었다는 뜻이다. 24-24 이후에는 한 번의 리시브 흔들림, 네트 앞 반 박자, 서브 범실 하나가 바로 세트의 방향을 바꾼다. 특히 고교 무대에서는 기술보다 멘탈의 출렁임이 더 크게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29-27로 닫은 세트는 단순한 승리보다 ‘무너지지 않았다’는 쪽에 더 가깝다.

중앙여고 입장에서는 3세트를 9점 차로 내준 뒤였기 때문에 더 그렇다. 경기 흐름상 선명여고가 기세를 끌어올린 상황에서 4세트 듀스까지 갔다면, 분위기는 이미 팽팽하거나 오히려 상대 쪽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중앙여고가 마지막 두 점을 가져갔다는 건 공격 결정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리시브 라인, 세터의 선택, 블로킹 위치 선정, 그리고 길어진 랠리에서의 기본기까지 묶여야 가능한 장면이다.

준결승 3-0이 만든 체력의 차이

중앙여고는 결승 전날 남성여고와의 4강전에서 3-0으로 이겼다. 점수도 25-15, 25-17, 25-20이었다. 세 세트 모두 20점 이전 또는 20점에서 끊어냈다는 건 경기 운영이 꽤 깔끔했다는 의미다. 결승에서 4세트 듀스를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준결승 소모 관리도 있었을 것이다.

  • 4강전: 중앙여고 3-0 남성여고
  • 4강 세트 점수: 25-15, 25-17, 25-20
  • 결승전: 중앙여고 3-1 선명여고
  • 결승 세트 점수: 25-17, 25-21, 16-25, 29-27

토너먼트에서는 하루하루의 승리가 다음 날 경기력과 연결된다. 특히 학생 선수들은 프로보다 경기 경험과 회복 루틴의 편차가 크다. 준결승을 짧게 끝낸 팀은 결승 후반의 점프 높이, 수비 반응, 서브 집중력에서 조금이라도 여유를 갖는다. 중앙여고의 우승을 볼 때 4강 3-0은 단순한 전적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시즌 맥락에서 더 커진 중앙여고의 존재감

이 우승이 더 크게 보이는 이유는 한 대회만 반짝한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도 기준으로 중앙여고는 같은 해 춘계연맹전, 인제배, CBS배에서도 우승한 팀으로 언급됐다. 기업은행배 우승은 그 흐름 위에 올라간 또 하나의 타이틀이었다. 사실 고교 스포츠에서 연속 우승은 전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상대 분석을 당하고도 이겨야 하고, 선수들의 컨디션 변동도 견뎌야 한다.

춘계연맹전 결승에서도 중앙여고는 선명여고를 3-0으로 이긴 기록이 있다. 당시 점수는 25-8, 25-18, 26-24였다. 같은 상대를 시즌 안에서 다시 만났고, 이번에는 3-1에 4세트 듀스까지 갔다. 이건 선명여고도 그냥 밀린 팀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상대가 따라왔고, 경기의 난도가 올라갔고, 중앙여고는 그 안에서도 우승컵을 지켰다.

기록 뒤에 남는 건 팀의 습관이다

중앙여고 기업은행배 우승을 숫자로만 적으면 3-1이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4강 3-0으로 체력을 아꼈고, 결승에서는 2세트를 먼저 잡은 뒤 3세트 반격을 맞았으며, 마지막 4세트 29-27에서 버텼다. 이 흐름은 강한 팀이 시즌 내내 만들어온 습관을 보여준다. 잘 풀릴 때 몰아치고, 흔들릴 때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습관.

고교배구의 결과표는 짧지만, 그 안에는 꽤 많은 정보가 숨어 있다. 중앙여고의 이번 우승은 ‘잘하는 팀이 또 이겼다’ 정도로 지나치기엔 아깝다. 특히 29-27이라는 마지막 숫자는 이 팀이 가진 조직력과 버티는 힘을 가장 선명하게 남겼다. 그래서 나는 이 우승을 볼 때 타이틀보다 마지막 세트의 공기부터 떠올리게 된다.

참고 자료: 마니아타임즈 보도 https://v.daum.net/v/20240911153454817, 4강전 보도 https://v.daum.net/v/t82XvS1mBH, 춘계연맹전 보도 https://v.daum.net/v/20240321152249953?s=print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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