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이 LAFC 3연승 질주에 붙인 진짜 속도

요즘 LAFC 경기를 챙겨보다 보면, 손흥민이 공을 잡는 장면보다 공을 받기 전 2~3초가 더 눈에 들어온다. 예전처럼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장면도 물론 반갑지만, 지금의 캡틴 손흥민은 팀의 공격 온도를 조절하는 쪽에 더 가깝다. 그래서 LAFC 3연승 질주는 단순히 ‘손흥민이 골을 넣었다’로 끝낼 이야기가 아니다.
3연승의 숫자보다 중요한 건 경기 흐름이었다
LAFC는 2026 MLS 정규시즌 17라운드 레알 솔트레이크전에서 3-1로 이기며 3연승을 이어갔다. 이 승리로 승점 30점, 9승 3무 5패가 됐고 서부 콘퍼런스 3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순위표만 보면 평범한 상승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경기 내용을 보면 조금 다르다.
손흥민은 전방 중앙에서 출발했지만, 실제 움직임은 전형적인 원톱과 달랐다. 수비 라인 사이에 서 있다가도 측면으로 빠지고, 2선으로 내려와 패스 길을 열었다. 상대 센터백이 따라 나오면 뒷공간이 열리고, 따라오지 않으면 직접 전진했다. 이게 LAFC 공격의 리듬을 바꿨다.
특히 전반 11분 장면이 상징적이었다. 후방에서 넘어온 긴 공, 경합 이후 떨어진 세컨드볼, 그리고 손흥민의 왼발 마무리. 이 장면은 슈팅 기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공이 떨어질 위치를 먼저 읽고, 첫 터치 이후 슈팅 각도를 거의 낭비 없이 만든 판단이 컸다.
득점보다 더 무서운 건 선택지의 증가
손흥민의 시즌 기록은 레알 솔트레이크전 이후 MLS 정규시즌 2골 10도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CONCACAF 챔피언스컵 기록까지 더하면 공식전 흐름은 4골 17도움 수준까지 넓어진다. 숫자만 보면 ‘도움형 공격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 수비가 골과 패스를 동시에 의식하게 만든다는 점이 더 크다.
- 직접 슈팅을 노리는 침투
- 데니스 부앙가를 향한 빠른 전환 패스
- 측면 윙어가 안으로 접을 때 만들어주는 빈 공간
- 세트피스와 코너킥에서의 킥 옵션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살아나면 수비는 라인을 어디에 둘지 애매해진다. 낮게 내려서면 LAFC가 박스 주변에서 계속 두드리고, 라인을 올리면 손흥민과 부앙가의 뒷공간 침투가 기다린다. 사실 MLS에서 이런 유형의 공격수는 수비 입장에서 꽤 피곤하다. 단순히 빠른 선수를 막는 문제가 아니라, 매 장면마다 판단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앙가와 손흥민, 조합이 빠르게 맞아간다
LAFC의 공격을 이야기할 때 데니스 부앙가를 빼놓으면 그림이 반쪽이다. 손흥민이 들어온 뒤 두 선수의 관계는 꽤 흥미롭다. 2025시즌 막판에도 둘은 공식 경기 포함 25골 8도움을 합작했고, 한때 팀 득점이 두 선수에게 집중되는 흐름까지 만들었다. MLS 공식 기록과 LAFC 발표 기준으로도 이 조합은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격 듀오 중 하나였다.
근데 흥미로운 건 역할 분담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손흥민이 마무리하고 부앙가가 돕는 경기만 있는 게 아니다. 반대로 손흥민이 끌고 나와 수비를 묶어두면 부앙가가 안쪽으로 파고든다. 이러면 상대 풀백과 센터백 사이가 흔들린다. 축구에서 가장 위험한 공간이 바로 그 틈이다.
레알 솔트레이크전에서도 손흥민은 득점뿐 아니라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는 장면에 관여했고, 도움까지 더하며 공격 포인트 이상의 영향력을 남겼다. 스코어 시트에 찍히는 숫자도 좋았지만, 수비 블록을 계속 움직이게 만든 게 더 인상적이었다.
캡틴의 무게는 MLS에서도 다르게 보인다
손흥민을 ‘캡틴’이라고 부르는 건 단지 한국 대표팀 주장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다. 경기 중 표정, 압박을 시작하는 타이밍, 동료에게 손짓하는 장면을 보면 팀의 기준점을 잡아주는 선수가 됐다는 느낌이 강하다. 토트넘 시절부터 쌓인 경험이 LAFC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손흥민이 종종 빠른 전환의 최종 목적지였다. 그런데 LAFC에서는 출발점과 중간 연결고리 역할도 맡는다. 이 차이가 크다. 나이가 들면서 스프린트 횟수만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방식은 부담이 생긴다. 대신 위치 선정, 패스 타이밍, 압박 방향 설정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면 선수 수명이 길어진다.
솔직히 이 지점이 팬 입장에서는 더 재밌다. 골 장면만 보면 하이라이트가 끝나지만, 움직임을 따라가면 왜 LAFC가 3연승을 탔는지 보인다. 손흥민이 많이 뛰어서가 아니라, 팀이 어디로 뛰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쪽에 가까웠다.
LAFC 3연승이 남긴 다음 관전 포인트
LAFC의 상승세가 오래 가려면 손흥민 의존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34세 시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모든 경기에서 90분 내내 같은 강도로 뛰게 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 대신 전반에 흐름을 만들고, 후반에는 부앙가나 측면 자원들이 더 많은 마무리 기회를 가져가는 구조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세트피스다. 손흥민이 킥 옵션으로 들어가면 상대는 박스 안 수비뿐 아니라 직접 슈팅도 신경 써야 한다. 도움 숫자가 이미 두 자릿수에 올라섰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오픈플레이와 세트피스 양쪽에서 생산성을 만든다는 뜻이다.
캡틴 손흥민의 LAFC 3연승 질주는 그래서 단순한 적응 성공담보다 더 넓게 읽힌다. 골을 넣는 스타가 팀에 합류한 이야기가 아니라, 공격의 문법을 바꾸는 선수가 팀 전체의 속도를 끌어올린 장면에 가깝다. 앞으로 기록이 더 쌓이면 이 시기가 LAFC 시즌의 방향을 바꾼 구간으로 다시 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