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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 빠진 쇼트트랙 계주를 다시 봤더니, 숫자보다 크게 보인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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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 빠진 쇼트트랙 계주를 다시 봤더니, 숫자보다 크게 보인 빈자리

얼마 전 쇼트트랙 계주 영상을 다시 보다가, 선수 한 명의 이름이 라인업에서 빠졌을 때 경기의 공기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특히 최민정 빠진 쇼트트랙 계주는 단순히 에이스가 없었다는 말로 끝낼 장면이 아니었어요. 계주는 4명이 도는 경기지만, 실제로는 속도·터치·위치 선정·마지막 승부 감각이 한 몸처럼 맞아야 굴러갑니다. 그래서 최민정의 공백은 기록표 한 칸보다 훨씬 크게 보였습니다.

올림픽 금메달 직후라 더 커 보인 빈자리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한국은 4분 4초 014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이탈리아가 4분 4초 107, 캐나다가 4분 4초 314였으니 1위와 2위 차이는 0.093초였습니다. 쇼트트랙에서는 눈 깜짝할 순간이고, 계주에서는 터치 한 번의 각도만 어긋나도 뒤집힐 수 있는 차이입니다.

그 레이스에서 최민정은 단순한 주자가 아니었습니다. 경기 중반 변수를 피하고, 막판에는 5바퀴를 남기고 3위권 흐름을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김길리가 2바퀴를 남기고 추월해 금메달을 완성했지만, 그 전에 흐름을 살려놓은 구간이 있었죠. 그래서 이후 세계선수권 계주에서 최민정이 빠졌다는 소식은 팬들에게 더 크게 들렸습니다. 방금 전까지 팀의 리듬을 잡던 선수가 사라진 셈이니까요.

계주는 개인 종목보다 공백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쇼트트랙 개인전에서 에이스가 빠지면 메달 확률이 낮아졌다고 말하면 됩니다. 그런데 계주는 조금 다릅니다. 누가 몇 번째 주자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팀 전체의 속도 곡선이 바뀝니다. 스타트에서 자리 잡는 선수, 중반에 속도를 유지하는 선수, 접촉 상황을 버티는 선수, 마지막 추월을 맡는 선수가 분업처럼 움직입니다.

최민정은 이 구조에서 여러 칸을 동시에 메울 수 있는 선수였습니다. 500m의 순발력, 1000m의 몸싸움, 1500m의 체력 운영을 모두 경험한 올라운더라서 어느 구간에 넣어도 계산이 섰습니다. 솔직히 계주에서 이런 선수는 기록보다 더 귀합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변수 대응 카드가 하나 더 생기는 거고, 동료 입장에서는 위험한 순간에 의지할 선택지가 남는 겁니다.

최민정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달라지는 지점

  • 막판 추월 시도 전까지 선두권과의 간격을 관리하는 힘
  • 터치 직후 첫 코너에서 속도를 죽이지 않는 안정감
  • 상대 팀이 인코스를 파고들 때 버티는 몸의 균형
  • 경기 흐름이 꼬였을 때 순서를 바꿔도 버틸 수 있는 유연성

근데 이건 최민정 한 명이 모든 걸 해낸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계주는 한 명의 슈퍼스타가 혼자 해결하는 종목이 아니라, 강한 선수가 있을 때 나머지 선수들의 역할도 더 선명해지는 경기입니다. 최민정이 빠졌을 때 허전함이 컸던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빈자리가 실력의 부족이라기보다 역할 배분의 흔들림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선수권 5위가 말해준 것

최민정이 부상으로 빠진 뒤 한국 여자 계주는 2026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여자 3000m 계주에서 최종 5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금메달 직후의 기대치를 생각하면 아쉬운 순위입니다. 다만 이 결과를 실패라는 한 단어로 밀어붙이기에는 계주의 맥락이 조금 복잡합니다.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직후 열렸고, 체력과 집중력이 다시 바닥에서 올라와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게다가 계주는 국제대회마다 판정, 충돌, 조 편성, 레인 싸움의 영향이 큽니다. 한국이 늘 강했던 종목인 건 맞지만, 늘 쉽게 이긴 종목은 아니었습니다.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네덜란드에 밀려 은메달이었고, 2026 밀라노에서야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만큼 여자 계주는 한국의 자존심이면서 동시에 가장 잔인하게 작은 실수를 드러내는 종목입니다.

김길리와 심석희, 노도희에게 남은 숙제

최민정 빠진 쇼트트랙 계주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은 김길리였습니다. 밀라노 결승에서 마지막 주자로 이탈리아를 제친 장면은 김길리가 이미 대표팀의 현재라는 걸 보여줬습니다. 다만 최민정이 없을 때는 마지막 한 방만이 아니라 레이스 전체의 압박을 더 오래 떠안아야 합니다. 선두를 잡고 지키는 경기와 뒤에서 따라가다 찌르는 경기는 체력 소모가 완전히 다릅니다.

심석희와 노도희의 역할도 더 커졌습니다. 심석희는 밀어주는 힘과 경험이 강점이고, 노도희는 중반 안정감이 중요한 선수입니다. 최민정이 있을 때는 각자의 장점이 특정 구간에서 빛났다면, 최민정이 빠진 조합에서는 장점 사이의 빈 공간까지 메워야 했습니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쇼트트랙 계주는 27바퀴 반 동안 계속 수학 문제를 푸는 경기인데, 동시에 몸싸움까지 해야 하니까요.

공백은 약점이 아니라 다음 조합을 찾는 신호다

사실 팬 입장에서는 최민정이 빠진 계주를 보면 불안해지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에서 최민정이라는 이름은 메달 가능성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계주를 오래 보면, 강팀은 결국 특정 선수의 공백을 어떻게 나누어 떠안는지에서 다시 강해집니다.

이번 흐름은 한국 여자 계주가 최민정 이후를 급하게 상상해야 한다는 압박이 아니라, 최민정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전술 지도를 더 촘촘하게 그려야 한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김길리의 마무리 능력, 심석희의 푸시와 경험, 노도희의 안정감, 그리고 새 얼굴들의 합류가 맞물릴 때 계주의 색깔은 다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도 숫자는 솔직합니다. 올림픽 1위 4분 4초 014와 세계선수권 최종 5위 사이에는 단순한 순위 차이보다 큰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민정의 빈자리는 컸고, 그 공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다음 시즌의 출발점은 분명해졌습니다. 한국 쇼트트랙 계주는 여전히 강하지만, 이제는 강하다는 기억만으로 이기는 시대는 지났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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