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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세 고효준이 울산 웨일즈와 계약한 뒤 남긴 숫자들, 낭만보다 더 진했던 기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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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세 고효준이 울산 웨일즈와 계약한 뒤 남긴 숫자들, 낭만보다 더 진했던 기록의 이야기

얼마 전 고효준의 울산 웨일즈 은퇴식 소식을 보고 나서, 3월의 계약 발표를 다시 찾아봤습니다. 처음에는 ‘43세 좌완이 새 팀에서 한 번 더 던진다’는 낭만 쪽으로 눈이 갔는데, 기록을 따라가 보니 이 이야기는 단순한 감성 복귀가 아니었습니다. 꽤 선명한 야구적 의미가 있었거든요.

43세 계약, 이름값보다 역할이 먼저였다

고효준은 2026년 3월 18일 울산 웨일즈와 계약했습니다. 울산은 KBO 퓨처스리그에 뛰어든 프로야구 최초의 시민구단이라는 상징성이 있었고, 고효준은 1983년생 베테랑 좌완이었습니다. 만 43세 시즌에 새 유니폼을 입는 것 자체가 흔한 장면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계약을 단순히 ‘왕년의 이름을 데려왔다’고 보면 절반만 보는 겁니다. 울산 구단이 기대한 건 불펜 전력 보강, 젊은 투수진의 멘토 역할, 경기 운영 능력이었습니다. 특히 새 팀이 퓨처스리그에서 버티려면 이닝을 계산해줄 투수, 더그아웃에서 투수 운영의 기준점을 만들어줄 선수가 필요합니다. 고효준은 그 역할에 정확히 맞는 카드였습니다.

고효준의 커리어를 보면 이 판단이 더 이해됩니다. 2002년 롯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롯데, LG 트윈스, SSG 랜더스, 두산 베어스를 거쳤습니다. 팀을 많이 옮겼다는 건 한편으로는 생존 방식이 계속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선발, 불펜, 좌완 스페셜리스트, 추격조, 필승조 언저리까지. 2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역할이 바뀌어도 마운드에 남았다는 점이 이 계약의 배경이었습니다.

숫자로 보면 더 흥미로운 마지막 도전

사실 43세 투수에게 가장 먼저 붙는 질문은 구속이나 회복력입니다. 그런데 고효준의 울산 초반 기록은 ‘그 나이에 아직 던진다’보다 조금 더 강했습니다. 5월 19일 기준으로 퓨처스리그 20경기, 2승 3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했습니다. 불펜 투수에게 승, 세이브, 홀드가 동시에 붙었다는 건 팀이 여러 상황에서 그를 썼다는 뜻입니다.

특히 4월 11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만 43세 2개월 3일로 퓨처스리그 최고령 승리 기록을 세운 장면은 이 계약의 상징이 됐습니다. 이후 최고령 세이브와 홀드 기록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쯤 되면 ‘선수 생활 연장’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새 팀에서 실제로 경기 결과에 관여했고, 기록표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 계약 발표: 2026년 3월 18일
  • 소속팀: 울산 웨일즈
  • 나이: 만 43세 시즌
  • 초반 기록: 20경기 2승 3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14
  • 특이 기록: 퓨처스리그 최고령 승리, 세이브, 홀드 경신

물론 퓨처스리그 기록을 1군 기록과 같은 무게로 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맥락이 중요합니다. 울산은 신생 시민구단이고, 고효준은 커리어 막바지의 최고령 현역 투수였습니다. 그런 조건에서 20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2점대 초반을 찍었다면, 이건 단순 이벤트 영입이 아니라 경기력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계약이었습니다.

1군 복귀 가능성까지 만든 흐름

5월에는 고효준의 1군 복귀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거론됐습니다. 울산 소속 선수들이 5월 20일부터 KBO리그 10개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기준으로 고효준이 1군에 합류했다면 현역 최고령 선수 경쟁 구도도 흔들 수 있었습니다. 1983년 12월생 최형우보다 생일이 빠른 1983년 2월생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은 나이 자체보다 ‘수요가 생길 수 있는 유형’이었다는 겁니다. 시즌 중반 불펜은 늘 흔들립니다. 좌완 불펜은 더 귀합니다. 짧은 이닝을 맡기고, 한두 타자 승부에서 흐름을 끊고, 젊은 투수들이 흔들릴 때 벤치가 계산할 수 있는 카드를 찾는 팀이라면 고효준이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여다볼 만했습니다.

솔직히 고효준이 전성기 구위로 돌아왔다고 말하는 건 과장입니다. 대신 베테랑 투수의 가치는 다른 데서 나옵니다.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 마운드 위 호흡 조절, 볼넷 이후 무너지지 않는 루틴, 그리고 팀이 한 점 차로 흔들릴 때 포수와 벤치가 느끼는 안정감. 기록지에는 평균자책점만 남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그런 디테일이 불펜의 온도를 바꿉니다.

울산 웨일즈 계약이 남긴 의미

고효준은 결국 2026년 6월 28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롯데 자이언츠전 전 은퇴식을 통해 25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쳤습니다. 계약 발표부터 은퇴식까지 놓고 보면 기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최고령 기록을 여러 개 만들었고, 울산 웨일즈라는 새 팀의 초창기 서사에도 굵은 장면을 남겼습니다.

이건 스포츠에서 자주 보이는 ‘마지막 불꽃’ 이야기와도 조금 다릅니다. 불꽃이라는 표현은 순간적으로 타오르고 사라지는 느낌이 강한데, 고효준의 경우는 오래 버틴 선수만 만들 수 있는 잔상에 가깝습니다. 2002년에 시작한 투수가 2026년에 또 다른 팀에서 공을 던지고, 그 공이 기록으로 인정받고, 후배들에게 기준점이 되는 장면. 이런 건 박수만으로 소비하기엔 꽤 묵직합니다.

고효준의 울산 웨일즈 계약은 ‘나이 많은 선수가 한 번 더 도전했다’는 문장보다 넓게 읽힙니다. 신생 시민구단은 경험을 얻었고, 퓨처스리그는 최고령 기록을 새로 썼고, 팬들은 한 선수의 커리어가 꼭 1군 마지막 등판에서만 끝나는 건 아니라는 걸 봤습니다. 기록은 차갑게 남지만, 그 숫자까지 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뜨겁습니다. 그래서 고효준의 43세 시즌은 낭만이라는 말로만 덮기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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