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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P이 장소연 감독과 헤어진 날, AI페퍼스 숫자를 다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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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P이 장소연 감독과 헤어진 날, AI페퍼스 숫자를 다시 봤다

기록표를 다시 보니 이별의 온도가 달랐다

얼마 전 여자배구 비시즌 소식을 훑다가 SOOP과 장소연 감독 결별 소식을 다시 봤는데, 처음엔 꽤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성적이 안 좋아서 감독이 바뀌었다고 보기엔 숫자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거든요. AI페퍼스는 창단 이후 긴 하위권 시간을 보냈고, 2025-2026시즌에는 16승, 승점 47점으로 팀 역사상 가장 나은 시즌을 만들었습니다. 기록만 놓고 보면 분명 전진입니다. 그런데 스포츠에서 숫자는 늘 방향과 기대치를 같이 봐야 합니다.

장소연 감독은 2024년 3월 페퍼저축은행 사령탑에 올랐고, 선수 시절과 해설위원 시절까지 포함하면 배구 안에서 쌓아온 무게가 있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SOOP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고용 승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KOVO 승인 절차와 구단 인수 흐름이 구체화되면서 새 운영 주체는 지도 체제까지 새로 짜는 쪽을 택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SOOP은 지도자 면접을 진행했고, 장소연 감독과 기존 코칭스태프의 고용 승계는 이뤄지지 않은 흐름으로 전해졌습니다.

16승은 성과였지만 기대치도 같이 올라갔다

AI페퍼스의 과거를 보면 16승은 가볍게 넘길 숫자가 아닙니다. 창단 초반에는 3승, 5승, 5승처럼 승수 자체가 리그 경쟁선과 크게 벌어져 있었습니다. 이후 11승까지 올라왔고, 2025-2026시즌 16승은 팀이 적어도 매 경기 무기력하게 밀리는 단계에서는 벗어났다는 신호였습니다. 팬 입장에서도 이 정도면 처음으로 순위표를 볼 맛이 생긴 시즌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데 여기서 시선이 갈립니다. 좋은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전력을 갖췄을 때 16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상위권 팀을 위협할 정도의 조직력으로 연결됐는지, 아니면 선수 개인의 힘으로 버틴 경기들이 많았는지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배구는 한 명의 공격수가 분위기를 바꿀 수 있지만, 시즌 전체를 끌고 가려면 리시브 라인, 세터 선택, 미들 활용, 교체 타이밍이 같이 맞아야 합니다. AI페퍼스는 나아졌지만, 새 구단주 입장에서는 이 전력이면 더 치고 올라가야 한다고 봤을 가능성이 큽니다.

  • 2021년 창단 이후 장기간 하위권 고착
  • 2025-2026시즌 16승과 승점 47점으로 반등
  • 외국인·아시아쿼터 의존도와 국내 선수 성장 속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림
  • SOOP 인수 이후 구단 운영 철학 자체가 바뀌는 국면

SOOP의 인수는 단순한 주인 교체가 아니다

사실 이번 SOOP, 장소연 감독 결별의 가장 큰 배경은 성적표 한 장보다 구단의 방향성에 가깝다고 봅니다. SOOP은 기존 금융사 모기업과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플랫폼 기업이고, 라이브 방송과 커뮤니티,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강점이 있습니다. 배구단을 운영한다면 경기만 치르는 팀이 아니라 콘텐츠가 계속 생산되는 스포츠 브랜드로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KOVO는 2026년 6월 2일 임시 이사회와 총회를 통해 SOOP의 신규 회원 가입을 승인했고, 이로써 여자부 7개 구단 체제도 유지됐습니다. 이 지점은 리그 전체에 꽤 중요합니다. AI페퍼스가 흔들리면 단순히 한 팀의 문제가 아니라 여자배구 일정, 흥행, 선수 일자리, 연고 팬덤까지 모두 영향을 받습니다. SOOP의 등장은 리그에 필요한 안정 장치이면서 동시에 완전히 다른 운영 방식을 실험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장소연 감독에게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솔직히 감독 한 명만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건 너무 편한 해석입니다. AI페퍼스는 창단 이후 선수층, 승리 경험, 팀 문화에서 꾸준히 약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하위권 팀은 한 시즌 반짝 반등보다 더 어려운 게 패배 습관을 끊는 일입니다. 듀스 승부에서 버티는 힘, 원정 경기 초반 흐름 관리, 연패 중 훈련장 분위기 같은 부분은 기록지에 바로 보이지 않지만 시즌 전체를 갉아먹습니다.

장소연 감독 체제에서 팀이 어느 정도 앞으로 간 건 맞습니다. 다만 SOOP이 보는 기준은 달랐을 수 있습니다. 새 모기업은 자신들이 투자하는 첫 시즌부터 명확한 메시지를 내야 했고, 그 메시지는 기존 체제의 연장이 아니라 새 출발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결별은 개인의 실패라기보다 인수 구단이 초기에 흔히 선택하는 방향 전환으로 읽힙니다.

다음 감독에게 필요한 건 이름값보다 설계도다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음 사령탑으로 갑니다. AI페퍼스에 필요한 감독은 단순히 화려한 이름 하나가 아닙니다. 이 팀은 아직 리그 상위권처럼 완성된 구조 위에서 작은 조정을 하는 팀이 아닙니다. 주전과 백업의 역할, 세터 운영, 외국인 선수 의존도, 국내 공격수 육성, 리시브 안정성까지 동시에 손봐야 합니다.

특히 SOOP 체제에서는 경기력과 콘텐츠성이 따로 놀면 안 됩니다. 팬들은 승패도 보지만 선수 성장 과정, 훈련 분위기, 라커룸 밖의 표정까지 봅니다. 물론 프로팀의 중심은 여전히 코트 위 성적입니다. 다만 플랫폼 기업이 운영하는 팀이라면 팬과 만나는 방식이 훨씬 촘촘해질 수 있습니다. 좋은 감독은 그 노출을 부담으로만 보지 않고, 선수단 동기 부여와 팀 브랜드 형성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짧은 시간 안에 선수단을 장악할 리더십
  • 외국인 선수 중심 공격을 국내 선수 성장과 연결하는 전술
  • 하위권 팀 특유의 흔들림을 줄이는 경기 운영
  • 플랫폼 시대 팬 소통을 이해하는 태도

이 결별이 남긴 진짜 질문

SOOP과 장소연 감독의 결별은 차갑게 보면 새 구단주의 첫 인사권 행사입니다. 뜨겁게 보면 오랫동안 하위권을 견딘 팀이 다시 한번 판을 갈아엎는 순간입니다. 기록은 이미 말을 해줍니다. 16승은 분명 성장이고, 동시에 더 높은 기준 앞에서는 부족한 숫자였습니다. 이 두 문장이 같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번 선택이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AI페퍼스가 이제야 진짜 평가대에 올라섰다고 봅니다. 인수 과정의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걷혔고, 리그 7개 구단 체제도 지켜졌습니다. 남은 건 SOOP이 어떤 감독을 세우고, 어떤 배구를 보여주느냐입니다. 팬들이 원하는 건 거창한 선언보다 코트에서 보이는 변화입니다. 서브가 날카로워지고, 리시브가 버티고, 세터 선택이 빨라지고, 젊은 선수의 표정이 달라지는 그런 장면들 말입니다. 그 변화가 보이면 이번 결별은 아픈 장면이 아니라 새 시즌을 여는 첫 장면으로 기억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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