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한승연 퓨처스 장타력 증명, 숫자로 다시 보니 더 흥미로운 이야기

얼마 전 KIA 퓨처스 기록을 다시 훑다가 한승연 이름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타율만 보면 지나칠 수도 있는 선수인데, 홈런과 장타율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이야기가 달라지거든요. 야구에서 유망주를 볼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게 작은 표본에 과하게 흥분하는 일인데, 반대로 반복해서 드러나는 장점은 그냥 넘기면 아깝습니다. 한승연의 경우가 딱 그 사이에 있습니다.
퓨처스에서 먼저 보인 장타자의 냄새
한승연은 2003년생 외야수입니다. KIA에 2022년 2차 8라운드 전체 75순위로 지명됐고, 183cm 92kg의 우투우타 외야수라는 프로필만 봐도 힘으로 승부할 여지가 있는 타입입니다. 그런데 프로필보다 더 중요한 건 실제 타구가 장타로 이어졌느냐입니다.
2023년 퓨처스리그에서 그는 꽤 선명한 신호를 남겼습니다. 5월까지 41경기에서 타율 0.231, 30안타, 7홈런, 28타점, 출루율 0.318, 장타율 0.485를 기록했습니다. 타율은 압도적이지 않았지만 장타율이 거의 5할에 가까웠다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퓨처스 단계에서 이 정도 장타율이면 단순히 운 좋게 몇 개 맞은 수준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더 흥미로운 장면은 그해 8월 흐름입니다. 당시 KIA 퓨처스팀은 홈런 생산에서 강한 색깔을 냈고, 한승연도 홈런 8개로 남부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KIA 퓨처스팀이 팀 홈런 67개를 기록하며 남부와 북부를 통틀어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였던 시기였죠. 팀 전체가 장타를 밀어붙이는 환경 속에서 한승연이 그 흐름의 한 축이었다는 점은 꽤 의미가 있습니다.
타율보다 먼저 봐야 할 숫자들
사실 한승연을 볼 때 타율부터 꺼내면 답이 조금 흐려집니다. 거포형 유망주는 대체로 컨택 완성도가 늦게 따라오는 경우가 많고, 퓨처스 단계에서는 장점과 약점이 동시에 크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저는 한승연의 기록에서 홈런, 장타율, 삼진, 볼넷을 같이 봅니다.
- 2023년 초반 41경기 기준 홈런 7개는 분명한 파워 지표였습니다.
- 장타율 0.485는 같은 타율대 선수와 비교했을 때 생산 방식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 2026년 1군 기록에서는 19경기 29타수 7안타, 1홈런, 출루율 0.389, 장타율 0.379, OPS 0.768을 남겼습니다.
- 볼넷 5개와 몸에 맞는 공 2개가 있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단순히 방망이만 크게 돌리는 타자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2026년 1군 29타수는 평가를 끝낼 수 있는 표본이 아닙니다. 그래도 1군에서 홈런 하나를 기록했고, 출루율이 타율보다 꽤 높게 나왔다는 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장타형 타자가 1군 공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그림은 공을 전혀 고르지 못하고 삼진만 쌓이는 건데, 한승연은 적어도 출루 루트를 완전히 잃지는 않았습니다.
6월 4일 롯데전이 말해준 것
2026년 6월 4일 함평에서 열린 롯데와의 퓨처스 경기 기록은 한승연 이야기에 다시 불을 붙인 장면이었습니다. KIA가 7-2로 이긴 경기였고, 타선 전체가 활발했습니다. 고종욱, 변우혁, 엄준현, 한준희까지 여러 타자가 좋은 타격감을 보였는데, 그중 한승연은 3안타 1홈런 2타점으로 존재감을 냈습니다.
특히 3회 장면이 좋았습니다. 고종욱의 솔로 홈런 뒤, 곽동효가 출루와 도루로 기회를 만들었고 한승연이 2점 홈런을 날렸습니다. 이건 단순한 솔로포와 느낌이 다릅니다. 흐름을 키우는 장타였고, 상대 선발이 흔들리는 지점에서 경기를 한쪽으로 밀어낸 타구였습니다. 야구에서 장타력은 숫자로도 보이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는 방식으로 더 강하게 체감됩니다.
근데 여기서 냉정하게 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퓨처스에서 장타를 쳤다고 곧바로 1군 붙박이 외야수가 되는 건 아닙니다. 1군 투수들은 실투 빈도가 줄고, 변화구 제구가 더 날카롭고, 약점 공략도 훨씬 빠릅니다. 결국 한승연에게 필요한 건 장타력을 줄이지 않으면서 헛스윙 구간을 좁히는 일입니다. 힘을 빼고 맞히는 타자가 되라는 뜻은 아닙니다. 자기 스윙을 유지하되, 칠 공과 버릴 공의 경계가 더 선명해져야 한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KIA 외야 구도에서 왜 계속 봐야 하나
KIA는 1군 전력의 무게감이 있는 팀입니다. 그래서 퓨처스 유망주가 자리를 뚫으려면 단순히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확실한 도구 하나가 있어야 합니다. 한승연에게 그 도구는 장타입니다. 발 빠른 대주자형, 수비 특화형, 컨택 중심 백업 외야수와는 다른 카드라는 점이 매력입니다.
특히 우타 외야 장타 자원은 팀 구성에서 늘 쓸모가 있습니다. 좌완 상대 플래툰, 대타 한 방, 하위 타선 장타 보강 같은 역할로 시작할 수도 있고, 타석 적응이 붙으면 선발 외야 한 자리를 경쟁할 수도 있습니다. 2026년 KBO 기록실 기준으로 한승연은 1군 등록 일수도 쌓았습니다.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그리고 6월 중순 짧은 기간 다시 1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구단이 적어도 점검할 가치가 있는 타자로 보고 있다는 해석은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승연을 볼 때 완성형 선수처럼 재단하기보다, 장타 하나가 얼마나 1군 문법에 맞게 번역되는지를 보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퓨처스에서 홈런을 쳤던 선수는 많지만, 그 힘을 1군 스트라이크존과 볼 배합 속에서도 살리는 선수는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한승연의 다음 기록은 타율 3할보다도, 강한 타구가 얼마나 꾸준히 나오느냐에 더 눈이 갑니다. KIA 한승연의 퓨처스 장타력 증명은 이미 한 번 지나간 장면이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인 관전 포인트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