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정관장 코치진을 따라가 봤더니, 봄배구의 숫자가 다르게 보였다

얼마 전 정관장 경기를 다시 돌려보다가 이상하게 감독보다 벤치 쪽 움직임에 눈이 더 갔습니다. 작전타임 때 누가 누구에게 먼저 말을 거는지, 세터가 흔들릴 때 어떤 코치가 붙는지, 외국인 공격수가 타이밍을 놓쳤을 때 벤치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말이죠. 여자배구 정관장 코치 이야기는 단순히 ‘누가 코치냐’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두 시즌 동안 팀의 흐름이 왜 달라졌는지를 읽는 꽤 좋은 단서입니다.
7년 만의 봄배구 뒤에 있던 분업
정관장은 2023-24시즌 막판에 확실히 다른 팀처럼 보였습니다. 5라운드부터 9승 1패를 찍었고, 2016-17시즌 이후 7시즌 만에 봄배구로 돌아왔습니다. 세계일보 보도에서도 이 반등의 배경으로 고희진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협업을 짚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연승을 많이 했다’로 끝나지만, 내용을 보면 포지션별 코칭이 꽤 선명했습니다.
당시 정관장 벤치는 출신 포지션이 겹치지 않는 조합이었습니다. 고희진 감독은 미들 블로커 출신, 이숙자 코치는 세터 출신, 이강주 코치는 리베로 출신, 김정환 코치는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출신이었습니다. 이 구성이 재미있는 이유는 배구가 결국 여섯 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종목이지만, 문제 해결은 대부분 포지션 단위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리시브 라인이 무너지면 세터가 늦고, 세터가 늦으면 미들 활용이 줄고, 그러면 양쪽 날개가 블로커 두 장을 정면으로 만납니다.
세터 염혜선의 안정감은 작은 기술에서 왔다
정관장 코치진을 말할 때 빼놓기 어려운 장면은 염혜선의 변화입니다. 세터는 기록지에서 득점이 크게 보이지 않는 자리라서 과소평가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 경기 흐름은 세터 손끝에서 꽤 많이 갈립니다. 이숙자 코치는 염혜선에게 스텝, 손과 팔 위치, 타이밍, 힘 쓰는 방식 같은 세밀한 부분을 손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하이라이트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격수 입장에서는 공이 10cm만 덜 밀려도 타점이 달라지고, 블로커 앞에서 선택지가 하나 더 생깁니다.
사실 세터의 안정은 팀 전체의 심리에도 영향을 줍니다. 염혜선이 흔들리지 않으면 정호영, 박은진 같은 미들 블로커가 중앙에서 살아나고, 양쪽 날개도 ‘안 좋은 공을 억지로 때리는’ 장면이 줄어듭니다. 정관장이 2023-24시즌 후반에 랠리 후반 집중력이 좋아 보였던 건 단순한 투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리시브, 세트, 공격 리듬이 동시에 조금씩 덜 흔들렸고, 그 작은 차이가 세트 막판 20점 이후에 드러났습니다.
메가와 지아를 살린 공격 코칭
공격 쪽에서는 김정환 코치의 역할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아와 메가라는 두 외국인 공격수는 정관장 화력의 중심이었고, 특히 지아는 시즌 중반 이후 공격 타이밍을 조정하면서 살아났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아는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팀 훈련보다 먼저 나와 공격 자세와 타법을 다듬었습니다. 타이밍이 빠르면 공을 몸 뒤에 두고 때리게 되고, 그러면 힘은 실리지만 각이 죽습니다. 반대로 타점을 앞에서 잡으면 블로커 손을 보고 때릴 여지가 생깁니다.
메가의 존재감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메가는 단순히 강하게 때리는 선수라기보다, 높은 볼과 어려운 볼을 처리해 팀의 공격 소유권을 버텨주는 선수였습니다. 이런 유형의 공격수에게 코치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더 세게’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떤 폼으로’입니다. 정관장 공격이 특정 선수 의존처럼 보일 때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 의존을 버티게 만드는 훈련 설계가 뒤에 있었습니다.
2024-25시즌 챔프전이 남긴 벤치의 의미
2024-25시즌 정관장은 더 큰 무대로 갔습니다. 2011-12시즌 이후 13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고, 흥국생명과 5차전 5세트까지 갔습니다. 2025년 4월 8일 5차전은 흥국생명이 세트스코어 3-2로 이겼지만, 정관장이 1, 2차전을 내주고 3, 4차전을 잡아 최종전까지 끌고 간 흐름은 가볍게 넘길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뉴시스는 여자부 챔프전 5경기가 모두 매진됐다고 전했고, 이 시리즈가 팬들에게 얼마나 강하게 남았는지도 숫자로 확인됐습니다.
챔프전 같은 무대에서는 전술보다 버티는 힘이 더 크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버티는 힘도 결국 평소에 만들어진 루틴에서 나옵니다. 어떤 상황에서 서브 목적타를 넣을지, 블로킹 손 모양을 어떻게 바꿀지, 세터가 흔들릴 때 두 번째 옵션을 누구로 둘지. 이런 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코치진이 시즌 내내 쌓아둔 작은 약속들이 압박 큰 경기에서 선수의 자동반응으로 나오는 겁니다.
정관장 코치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
팬 입장에서는 스타 선수의 득점과 감독 인터뷰가 먼저 보입니다. 당연합니다. 그런데 정관장을 조금 더 깊게 보면 코치진의 흔적이 꽤 또렷합니다.
- 미들 블로커 육성은 고희진 감독의 현역 경험과 맞닿아 있습니다.
- 세터 안정감은 이숙자 코치가 손본 세밀한 기술 변화와 연결됩니다.
- 수비 라인은 리베로 출신 이강주 코치의 시선이 반영된 영역입니다.
- 외국인 공격수의 타이밍 조정은 김정환 코치의 공격 코칭이 잘 드러난 대목입니다.
근데 저는 여기서 더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정관장은 최근 두 시즌 동안 ‘갑자기 잘한 팀’이라기보다, 각 포지션의 작은 결함을 하나씩 줄여간 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여자배구 정관장 코치를 검색해 들어온 팬이라면 이름만 확인하고 지나가기엔 조금 아깝습니다. 이 팀의 변화는 벤치에 앉은 사람들의 이력, 선수별 교정 포인트, 그리고 20점 이후 흔들림을 줄인 과정까지 같이 봐야 더 맛이 납니다. 다음 시즌 정관장을 볼 때도 저는 득점 직후보다 실점 직후 벤치가 누구를 먼저 부르는지부터 보게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