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영이 삼성의 보배가 된 진짜 이유, 34⅔이닝 뒤에 보이는 변화

얼마 전 삼성 경기를 보다가 임기영이 불펜에서 몸을 푸는 장면을 봤는데, 솔직히 느낌이 조금 달랐다. 예전 KIA 시절의 임기영을 떠올리면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사이드암,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앗는 투수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지금 삼성에서는 그보다 더 현실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팀이 흔들릴 때 이닝을 먹어주는 투수. 말은 간단하지만, 시즌을 길게 보는 팀에는 이런 투수가 정말 귀하다.
삼성이 원한 건 화려한 반전보다 버티는 힘이었다
임기영은 2026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보상금 2억 원을 들여 데려온 선수였지만, 당시 시선이 전부 뜨거웠던 건 아니다. 2023년 KIA에서 64경기 82이닝, 4승 4패 16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을 찍었을 때는 리그 상위권 불펜으로 봐도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2024년에는 37경기 45⅔이닝 평균자책점 6.31로 흔들렸고, 2025년에는 1군 10경기 9이닝에 그쳤다. 숫자만 놓고 보면 리스크가 꽤 뚜렷했다.
그런데 삼성의 계산은 단순한 성적표 하나만 본 게 아니었다고 본다. 임기영은 선발 경험이 있고, 멀티 이닝이 가능하며, 사이드암이라는 유형적 희소성까지 있다. 특히 불펜이 매일 1이닝씩 끊어 던지는 구조로만 굴러가면 연장전, 선발 조기 강판, 더블헤더성 일정에서 금방 균열이 생긴다. 임기영 같은 투수는 그 균열을 막는 패치에 가깝다.
23경기 34⅔이닝, 숫자보다 중요한 등판 방식
2026시즌 전반기 기준 임기영은 23경기에서 34⅔이닝을 던졌고, 평균자책점 3.89, 1패 1홀드를 기록했다. WHIP는 1.30, 탈삼진은 21개다. 이 성적만 놓고 보면 압도적인 필승조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봐야 할 건 평균자책점 앞의 맥락이다.
그는 23경기 중 8차례 멀티 이닝을 소화했다. 5월에는 5경기 중 3경기에서 3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이건 감독 입장에서 굉장히 큰 카드다. 불펜 한 명이 1이닝만 막는 것과, 2~3이닝을 버텨주는 건 경기 후반 운영의 모양 자체를 바꾼다. 다음 날 쓸 수 있는 투수 수가 달라지고, 승부처에서 필승조를 아낄지 쓸지 판단할 여유도 생긴다.
삼성 불펜에서 임기영의 값어치가 커진 이유
- 선발이 일찍 내려간 경기에서 이닝 공백을 줄일 수 있다.
- 사이드암 유형이라 타선의 리듬을 끊는 카드로 쓸 수 있다.
- 선발 경험이 있어 긴 이닝 투구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 롱릴리프와 추격조, 상황에 따라 마무리 전 연결 역할까지 맡을 수 있다.
사실 팬 입장에서는 150km 강속구나 삼진 퍼레이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근데 시즌 운영에서는 이런 투수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6회에 올라와 8회까지 버텨주거나, 크게 밀리는 경기에서 불펜 소모를 막아주거나, 선발 로테이션이 흔들릴 때 임시 안전판이 되어주는 장면 말이다.
원태인 변수와 장찬희 이동, 임기영의 역할이 커진 배경
삼성은 시즌 전부터 마운드 구상이 깔끔하지만은 않았다. 원태인이 스프링캠프 기간 부상 변수에 걸리면서 선발 운영에 변화가 생겼고, 장찬희와 양창섭의 활용 폭도 바뀌었다. 당초 롱릴리프 자원으로 계산됐던 선수가 선발 쪽으로 이동하면, 불펜에는 긴 이닝을 책임질 사람이 줄어든다. 여기서 임기영의 존재감이 커졌다.
박진만 감독이 임기영을 두고 팀의 보배 같은 선수라고 표현한 것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야구에서 보배라는 말은 꼭 리그 최고 성적을 의미하지 않는다. 팀 사정에 딱 맞는 기능을 제공하는 선수, 벤치가 계산할 수 있는 선수, 그리고 다른 투수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선수에게 붙을 수 있는 말이다.
임기영의 3.89라는 평균자책점은 엄청나게 반짝이는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34⅔이닝을 불펜에서 책임졌다는 점은 꽤 묵직하다. 삼성 투수진에서 WHIP 1.30은 안정권에 가까운 편이고, 무엇보다 등판 간격과 역할이 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든 기록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임기영의 무기는 여전히 타이밍 싸움이다
임기영을 볼 때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구속보다 타이밍이다. 사이드암 투수 특유의 낮은 릴리스 포인트, 체인지업의 낙차, 그리고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궤적이 조합되면 타자는 생각보다 공을 편하게 맞히지 못한다. 전성기처럼 모든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은 아니어도, 타순 한 바퀴를 꼬이게 만드는 힘은 아직 살아 있다.
물론 불안 요소도 있다. 탈삼진형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수비 도움과 타구 질 관리가 중요하고, 제구가 흔들리면 장타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임기영의 가치는 단순히 좋은 날의 투구만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좋지 않은 날에도 몇 이닝을 버티며 경기 전체 손실을 줄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삼성에서 그가 인정받는 이유도 바로 그 지점이다.
기록으로 보는 임기영의 현재 위치
- 2023년 KIA: 64경기 82이닝, 평균자책점 2.96, 16홀드
- 2024년 KIA: 37경기 45⅔이닝, 평균자책점 6.31
- 2025년 KIA: 1군 10경기 9이닝
- 2026년 삼성 전반기: 23경기 34⅔이닝, 평균자책점 3.89, WHIP 1.30
이 흐름을 보면 임기영은 갑자기 전성기 숫자를 되찾았다기보다, 삼성이라는 팀 안에서 필요한 역할을 다시 찾은 쪽에 가깝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야구에서 부활은 늘 화려한 세이브나 완봉승으로만 오지 않는다. 때로는 2이닝 무실점, 3이닝 1실점, 그런 조용한 누적이 팀 순위를 움직인다.
삼성의 후반기, 임기영 활용법이 더 중요해진다
삼성이 선두권 경쟁을 이어가려면 후반기에는 선발진 변수와 불펜 피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아리엘 후라도의 어깨 통증 변수까지 겹친 상황이라면 임기영의 활용 폭은 더 넓어질 수 있다. 선발 대체 카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오프너 뒤의 두 번째 투수나 4~5회부터 긴 이닝을 맡는 브리지 역할은 충분히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임기영의 삼성행은 꽤 야구다운 성공 사례라고 본다. 이름값만 보고 데려온 것도 아니고, 단순히 과거 기록에 기대는 선택도 아니었다. 팀이 필요한 퍼즐 조각을 찾았고, 선수는 자신이 가장 잘 버틸 수 있는 자리를 다시 얻었다. 그래서 임기영의 2026년은 숫자보다 역할이 먼저 보인다. 화려하진 않아도, 시즌이 깊어질수록 이런 투수의 이닝은 순위표 어딘가에 분명히 남는다.
기록 참고: 엑스포츠뉴스 2026년 7월 18일 보도, 다음스포츠 임기영 선수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