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가 김호령에게 계약 제안을 던졌던 날, 기록으로 다시 읽어봤더니

얼마 전 KIA 경기를 보다가 김호령 이름이 다시 크게 들리는 장면이 있었다. 원래도 수비 범위와 주루 감각으로 존재감을 만들던 선수였지만, 이번에는 방망이와 몸을 던지는 플레이가 같이 따라왔다. 그래서 이범호 감독의 농담 섞인 한마디, 그러니까 ‘계약 제안’처럼 들린 발언이 그냥 웃고 넘길 장면만은 아니었다.
이범호의 김호령 계약 제안이라는 키워드가 재미있는 이유는, 이게 단순한 팬서비스 멘트가 아니라 기록과 팀 상황이 맞물린 말이기 때문이다. 베테랑 외야수 한 명이 경기 후반에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 숫자로 보면 꽤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 경기 활약이 아니라 흐름이 있었다
김호령은 2026년 7월 18일 SSG전에서 6타수 3안타 3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내야안타를 만들기 위해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고, 수비에서는 몸을 던지는 캐치까지 보여줬다. 타석, 주루, 수비가 한 경기 안에서 동시에 살아난 셈이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다음 날이었다. 7월 19일 경기에서도 4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 2타점을 올렸고, 팀 승리에 직접 연결되는 타점까지 만들었다. 하루 반짝이면 ‘컨디션 좋았네’로 끝날 수 있지만, 이틀 연속으로 흐름을 이어가면 감독 입장에서는 계산이 달라진다.
김호령 같은 유형은 기록지에서 과소평가되기 쉽다. 홈런 수나 타율만 보면 리그를 흔드는 스타처럼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외야 수비 위치 선정, 베이스러닝 판단, 경기 후반 대수비와 대주자 활용까지 포함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접전이 많은 팀일수록 이런 선수의 1점짜리 장면이 시즌 몇 승으로 바뀐다.
이범호 감독의 말이 그냥 농담만은 아니었던 배경
보도에 따르면 이범호 감독은 김호령의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두고 계약 관련 농담을 던졌다. 표현은 가볍게 나왔지만, 감독이 어떤 장면에 반응했는지는 분명하다. 베테랑이 팀 분위기와 경기 흐름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사실 감독 입장에서 가장 고마운 선수는 쓰임새가 예측 가능한 선수다. 김호령은 선발로 나와도 수비 부담을 줄여주고, 벤치에서 출발해도 경기 후반에 카드가 된다. 이런 선수는 WAR 같은 종합 지표에서도 일정 부분 가치가 드러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숫자보다 더 자주 호출된다.
- 외야 전 포지션 대응이 가능한 수비 자원
- 접전 후반 대주자와 대수비로 바로 투입 가능한 카드
- 타격감이 올라오면 하위타선에서 출루와 득점을 동시에 만들 수 있는 유형
- 젊은 외야수들에게 수비 루틴을 보여줄 수 있는 베테랑
이범호 감독의 말이 팬들에게 크게 들린 건 그래서다. ‘좋은 플레이했다’는 칭찬을 넘어, 팀이 이런 선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장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숫자로 보면 김호령의 시즌은 꽤 설득력 있다
2026년 7월 21일 기준으로 알려진 김호령의 시즌 기록은 89경기 타율 0.283, 98안타, 11홈런, 48타점, 57득점, 12도루, OPS 0.777 수준이다. 커리어 내내 수비형 외야수 이미지가 강했던 선수가 이 정도 공격 지표를 찍고 있다면, 평가 기준은 달라져야 한다.
타율 0.283은 단순히 ‘괜찮다’ 정도가 아니다. 수비와 주루에서 이미 플러스 요소를 가진 선수가 평균 이상의 타격 생산까지 해준다는 뜻이다. 11홈런도 눈에 들어온다. 장타가 완전히 빠진 외야 백업이 아니라, 실투를 장타로 바꿀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을 보여준다.
2025년에도 김호령은 타율 0.283, 6홈런, 39타점, 12도루를 기록하며 꾸준함을 남겼다. 연봉도 8000만 원에서 2억5000만 원으로 크게 올랐다. 이 상승 폭은 구단이 이미 그의 활용 가치를 인정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리고 2026년에 다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면, 계약 이야기가 농담처럼만 머물 이유는 적다.
김호령의 진짜 가치는 빈칸을 메우는 능력에 있다
야구에서 주전급 선수만으로 144경기를 버티기는 어렵다. 부상, 체력, 상대 선발 유형, 수비 강화가 필요한 경기 후반까지 생각하면 벤치 구성의 질이 시즌 전체를 흔든다. 김호령은 바로 그 지점에서 가치가 크다.
특히 KIA처럼 우승 경쟁권을 바라보는 팀은 7회 이후 실점 하나가 너무 비싸다. 외야 한 발 스타트, 펜스 플레이, 중계 플레이 판단 하나가 경기 결과를 바꾼다. 김호령은 공격 지표가 터질 때만 의미 있는 선수가 아니라, 타석이 조용한 날에도 수비와 주루로 경기에 남는 선수다.
근데 올해처럼 방망이까지 따라오면 이야기가 더 강해진다. 수비형 베테랑이 OPS 0.777 근처를 찍는 순간, 그는 단순한 보완재가 아니라 라인업 운용의 여유가 된다. 감독이 특정 상황에서 ‘오늘은 김호령을 먼저 쓰자’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계약 제안이라는 말이 남긴 장면
이범호의 김호령 계약 제안이라는 표현은 결국 한 장면의 농담을 넘어, 베테랑 외야수의 시장 가치를 떠올리게 만든다. 팀을 대표하는 거포나 에이스가 아니어도, 시즌을 오래 따라가다 보면 이런 선수들이 만든 작은 장면이 꽤 오래 남는다.
나는 김호령의 최근 활약을 보면서, 좋은 팀에는 반드시 이런 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기록지가 보여주는 3안타, 2타점, 12도루 같은 숫자도 중요하지만, 그 숫자 사이에 있는 수비 한 발과 주루 판단이 더 오래 경기의 온도를 바꾼다. 이범호 감독의 농담이 유독 크게 들렸던 건, 팬들도 이미 그 가치를 몸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 스포츠경향 보도 https://sports.khan.co.kr/article/202607201055003, OSEN 보도 https://www.osen.co.kr/article/G11126989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