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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이형범 기록을 다시 읽어봤더니, 2019년의 그림자가 아직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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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이형범 기록을 다시 읽어봤더니, 2019년의 그림자가 아직 남아 있었다

얼마 전 KIA 불펜 기록표를 보다가 이형범 이름에서 손이 잠깐 멈췄다. 숫자만 보면 2026시즌 평균자책점 3.00, 19경기, 24이닝. 막 튀는 기록은 아닌데, 이상하게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이 선수에게는 2019년 두산 마무리 시절의 기억이 너무 선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형범은 지금 KIA 타이거즈에서 등번호 28번을 달고 있는 우완 투수다. KBO 공식 선수 페이지 기준으로 1994년 2월 27일생, 181cm 80kg, 화순초-화순중-화순고를 거쳐 NC, 경찰야구단, NC, 두산을 지나 KIA 유니폼을 입었다. 이 경력만 봐도 꽤 많은 장면이 지나간다. 유망주, 군 복무, 보상선수, 마무리, 재도전. 불펜 투수 한 명의 이력치치고는 이야기의 굴곡이 크다.

보상선수 성공담으로 기억되는 2019년

이형범을 이야기할 때 2019년을 빼면 사실 문장이 성립하기 어렵다. 당시 그는 양의지가 NC로 FA 이적한 뒤 두산이 선택한 보상선수였다. 보상선수라는 말은 묘하다. 기대보다 부담이 먼저 붙고, 이름 앞에 늘 누군가의 그림자가 따라온다. 그런데 이형범은 그 프레임을 꽤 멋지게 비틀었다.

2019시즌 기록은 67경기 61이닝, 6승 3패, 10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66이었다. 세이브 부문에서도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두산 불펜의 빈틈을 메우는 정도가 아니라 시즌 중반부터 경기의 끝을 맡았다. 연합뉴스 보도에서도 당시 그는 ‘보상선수 성공사례’로 언급됐고, 9월 초 기준 60경기 6승 2패 17세이브 평균자책점 2.26을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흥미로운 건 구속의 이미지다. 이형범은 압도적인 강속구형 마무리라기보다, 투심 패스트볼과 제구 감각으로 버틴 투수에 가까웠다. 경향신문은 2019년 6월 그를 ‘투심 마무리’로 표현했다. 최고 구속이 리그 정상급 마무리처럼 번쩍이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공 끝의 변화와 타이밍 싸움으로 이닝을 닫았다. 그래서 이형범의 전성기는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넘기기 어렵다. 그 시즌 두산 수비, 경기 운영, 본인의 제구 감각이 맞물린 결과였다.

2026년 KIA에서 보이는 숫자의 온도

2026년 7월 23일 확인한 KBO 공식 기록 기준, 이형범은 KIA에서 19경기 24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 23개, 볼넷 12개, 탈삼진 15개, WHIP 1.46, 피안타율 0.247. 승, 패, 세이브, 홀드는 아직 없다. 이 숫자는 꽤 묘하다. 평균자책점은 안정권에 걸쳐 있는데, WHIP와 볼넷은 조금 불안한 쪽을 가리킨다.

계산을 조금 풀어보면 더 선명하다. 24이닝 동안 볼넷 12개면 9이닝당 볼넷이 4.5개다. 불펜 투수에게 이 수치는 작지 않다. 반대로 피안타율 0.247은 크게 무너지는 느낌까지는 아니다. 즉 맞아서 계속 터지는 투수라기보다는, 주자를 쌓는 과정에서 스스로 난도를 올리는 장면이 섞였다고 보는 쪽이 맞다.

  • 2026시즌: 19경기, 24이닝, 평균자책점 3.00
  • 피안타율: 0.247
  • WHIP: 1.46
  • 볼넷: 12개, 탈삼진: 15개
  • 최근 10경기: 12이닝, 평균자책점 4.50, 볼넷 9개

최근 10경기 흐름은 조금 더 차갑게 봐야 한다. 12이닝 7실점 6자책, 평균자책점 4.50. 7월 22일 한화전 1이닝 무실점처럼 깔끔한 날도 있지만, 7월 3일 NC전 0.2이닝 2실점, 6월 14일 두산전 1이닝 2실점 같은 흔들림도 있었다. 근데 이게 단순히 ‘못 던진다’로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불펜 투수는 한두 경기의 점수가 시즌 전체 인상을 크게 흔든다. 그래서 평균자책점 3.00과 최근 10경기 4.50을 같이 놓고 봐야 현재 위치가 보인다.

KIA 불펜에서 이형범의 역할은 어디쯤일까

지금의 이형범을 2019년 마무리 이미지로만 보면 기대치가 어긋난다. KIA가 그에게 바라는 현실적인 역할은 9회 고정 마무리보다, 경기 중반 이후 한 이닝을 버티고 불펜 소모를 줄이는 쪽에 가깝다. 실제로 2026시즌 승리조 지표인 홀드나 세이브가 없다는 점은 보직의 성격을 말해준다. 중요한 순간만 골라 쓰는 카드라기보다, 흐름을 이어가거나 흔들린 경기를 버티는 실전형 자원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투수가 시즌 안에서 꽤 중요하다. 선발이 5이닝에서 내려가는 날, 필승조를 매번 꺼낼 수는 없다. 특히 긴 시즌에서는 6회와 7회 사이, 점수 차가 애매한 구간을 누가 버티느냐가 팀 전체 불펜 체력을 좌우한다. 이형범처럼 1군 경험이 많고 큰 경기 압박을 겪어본 투수는 그 구간에서 가치가 생긴다. 솔직히 팬 입장에서는 화려한 삼진보다 ‘오늘은 필승조 안 쓰고 넘겼다’는 경기 하나가 더 크게 느껴질 때도 있다.

기록이 말하는 장점과 숙제

장점은 분명하다. 피안타율이 폭발적으로 높지 않고, 평균자책점도 시즌 중반 기준으로 버틸 만한 수준이다. 2019년에 보여준 것처럼 공 끝으로 맞혀 잡는 감각이 살아나는 날에는 타자들이 정타를 만들기 쉽지 않다. KIA 입장에서는 이런 유형이 불펜에 하나쯤 있는 게 나쁘지 않다. 전부 강속구형으로 채울 수는 없고, 타이밍을 빼앗는 투수는 짧은 시리즈나 연전 구간에서 다른 맛을 낸다.

숙제는 볼넷이다. WHIP 1.46은 주자가 자주 나간다는 뜻이고, 최근 10경기 12이닝 9볼넷은 벤치가 편하게 보기 어려운 숫자다. 투심 계열 투수는 존 근처에서 승부해야 힘이 산다. 볼카운트가 몰리면 움직임이 좋은 공도 장점이 줄어든다. 결국 이형범이 KIA에서 더 높은 레버리지로 올라가려면, 구위의 반등보다 먼저 초구 스트라이크와 볼넷 억제가 필요하다.

그래도 이형범을 계속 보게 되는 이유

이형범의 커리어는 스포츠 기록이 왜 재미있는지 잘 보여준다. 2019년 19세이브의 선수와 2026년 KIA에서 24이닝 평균자책점 3.00을 던지는 선수는 같은 사람인데, 역할도 기대치도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숫자를 이어 붙이면 한 가지는 보인다. 이형범은 늘 팀이 필요로 하는 빈칸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온 투수였다.

지금 KIA 팬들이 이형범에게 2019년의 재현을 기대하는 건 조금 가혹할 수 있다. 하지만 1이닝을 덜 흔들리게 막아주는 베테랑 불펜, 연투 부담을 나눠주는 투수, 점수 차가 애매한 날 경기를 끊어내는 카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런 역할은 박스스코어 첫 줄에 크게 적히지 않는다. 대신 시즌이 지나고 나면 ‘그때 그 이닝을 막아준 게 컸다’는 식으로 기억된다.

자료는 KBO 공식 선수 기록과 2019년 당시 연합뉴스, 경향신문 보도를 기준으로 봤다. 숫자는 차갑지만, 그 숫자 뒤에는 보상선수로 출발해 마무리까지 올라갔고 다시 KIA 불펜에서 자기 쓸모를 증명하려는 투수의 시간이 남아 있다. 그래서 기아 이형범이라는 이름은 아직 단순한 과거형으로 닫히지 않는다.

참고: KBO 이형범 선수 기록, 연합뉴스 2019년 인터뷰 기사, 경향신문 2019년 보도

기아 이형범 기록을 다시 읽어봤더니, 2019년의 그림자가 아직 남아 있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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