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하겐을 기록으로 따라가 봤더니, 6주 대체 외인의 이야기가 꽤 복잡했다

얼마 전 NC 선발 로테이션을 보다가 버하겐 이름에서 잠깐 멈췄다. 단기 대체 외국인 투수라는 꼬리표만 보면 그냥 급히 데려온 임시 카드처럼 보이는데, 기록을 하나씩 붙여보면 생각보다 이야기가 많다.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SSG 계약 무산, 그리고 NC 합류까지. 숫자만 보면 2026년 KBO 6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4.68이다. 그런데 그 안쪽 흐름은 꽤 출렁였다.
버하겐이라는 이름이 KBO에 들어온 방식
드류 버하겐은 1990년생 우완 투수다. 키 198cm, 몸무게 104kg. 마운드 위에서 체격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유형이다. 2012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4라운드 지명을 받았고, 빅리그에서는 디트로이트와 세인트루이스를 거쳤다. MLB 통산 기록은 206경기, 18승 12패, 평균자책점 4.98, 281과 3분의 2이닝, 탈삼진 234개다.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은 역할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선발보다 불펜 비중이 훨씬 컸다. 통산 206경기 중 선발 등판은 8경기뿐이다. 반대로 마이너리그와 일본 무대에서는 선발 경험이 더 뚜렷했다. 그러니까 버하겐은 ‘불펜 출신 외국인 투수’로만 보기엔 선발 이력이 있고, ‘정통 선발’로만 보기엔 빅리그 사용법이 달랐던 투수다. NC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데려온 카드였지만, 단순한 임시직이라고만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SSG에서 NC로, 계약서보다 먼저 따라붙은 몸 상태
사실 버하겐의 2026년 KBO 입성은 꽤 꼬였다. 그는 앞서 SSG와 총액 90만 달러 규모로 계약했지만, 신체검사 문제로 계약이 무산됐다. 외국인 투수에게 메디컬 이슈는 치명적이다. 구위가 아무리 좋아도 긴 시즌을 버틸 수 있느냐가 첫 번째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NC는 라일리 톰슨의 부상 공백이 생기자 버하겐을 다시 KBO 무대로 불렀다. 계약 조건은 6주 단기 대체, 보장 7만 달러에 인센티브 3만 달러였다. 숫자만 놓고 보면 SSG 때와 비교해 규모가 확 줄었다. 하지만 버하겐에게는 한국 무대에서 다시 증명할 수 있는 창이었다. NC 입장에서도 완성형 에이스를 데려왔다기보다, 당장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닝을 먹어줄 수 있는 경험 많은 투수를 선택한 셈이다.
- NC 합류 시점: 2026년 3월 말
- 계약 형태: 라일리 톰슨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
- 계약 규모: 6주 총액 최대 10만 달러
- 이전 이슈: SSG 계약 후 메디컬 테스트 문제로 무산
초반 4경기만 보면 꽤 매력적인 카드였다
버하겐의 첫 4경기는 기대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4경기 18과 3분의 2이닝, 평균자책점 2.89, 탈삼진 17개, 볼넷 5개. 특히 준비 기간이 넉넉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안정적인 출발이었다. 4월 2일 롯데전에서는 3이닝 1실점으로 짧게 몸을 풀었고, 4월 7일 LG전에서는 5이닝 무실점을 찍었다. 그 다음 KT전은 5이닝 4실점이었지만 승리를 챙겼고, 키움전에서는 5와 3분의 2이닝 1실점으로 가장 선발다운 내용을 남겼다.
투구 수 증가 흐름도 눈에 들어온다. 첫 등판 52구에서 79구, 89구, 96구까지 올라갔다. 스프링캠프를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한 투수가 실전에서 투구 수를 끌어올린다는 건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네 번째 등판까지는 구위와 경기 운영이 함께 올라오는 그림이었다. 이 시점만 보면 NC가 단기 계약 이상의 고민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좋았던 지점은 탈삼진 능력
2026년 KBO 최종 기록 기준으로 버하겐은 25이닝 동안 삼진 24개를 잡았다. 9이닝당 탈삼진은 8.6개다. KBO 선발 투수 기준으로 이 정도면 헛스윙을 만들 힘은 분명히 있었다고 봐야 한다. 단순히 맞혀 잡는 투수가 아니라, 필요할 때 타자를 직접 끊어낼 수 있는 구종 조합을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구종 면에서는 빠른 공, 커터, 체인지업, 스위퍼 계열의 변화구가 언급됐다. 평균 149km 안팎, 최고 154km 수준의 직구를 던지는 큰 키의 우완이라면 타자 입장에서는 릴리스 포인트와 각도부터 부담이다. 다만 KBO 타자들은 빠른 공 자체보다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를 잘 괴롭힌다. 그래서 버하겐의 진짜 시험대는 구속보다 볼넷 관리 쪽에 가까웠다.
최종 숫자가 말해주는 아쉬움
버하겐의 2026년 KBO 기록은 6경기 모두 선발, 25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4.68, WHIP 1.36이다. 피안타 23개, 피홈런 2개, 볼넷 11개, 탈삼진 24개. 겉으로 보면 완전히 실패한 숫자는 아니다. 그런데 선발 외국인 투수에게 기대하는 기준으로 보면 이닝이 짧고, 볼넷이 많았다.
BB/9은 4.0이다. 이 수치가 걸린다. 탈삼진 능력이 있어도 볼넷이 9이닝당 4개면 투구 수가 빨리 찬다. 실제로 6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는 없었다. 외국인 선발이 팀에 주는 가장 직접적인 가치는 ‘계산 가능한 6이닝’인데, 버하겐은 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5이닝 안팎에서 버티는 투수와 6~7이닝을 맡는 투수는 불펜 운영에 주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경기별 흐름도 그렇다. 4월 21일 키움전까지는 상승세였지만, 4월 26일 한화전에서 4와 3분의 2이닝 3실점, 5월 2일 LG전에서 1과 3분의 2이닝 4실점으로 흔들렸다. 특히 LG전은 볼넷 4개와 사구 1개가 겹치며 경기 운영이 급격히 무너졌다. 이런 등판 하나가 단기 대체 선수 평가에서는 크게 남는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버하겐 기록이 흥미로운 이유
버하겐의 KBO 6경기는 짧다. 그래서 평균자책점 4.68 하나로 선수 전체를 재단하기엔 표본이 작다. 하지만 이 짧은 기간 안에 장점과 한계가 거의 동시에 드러났다. 탈삼진율 22.0%는 매력적이었고, 피안타율도 크게 무너진 편은 아니었다. 반면 볼넷 비율 10.1%와 짧은 이닝 소화는 선발로 쓰기엔 불안했다.
NPB 통산 18승 19패 평균자책점 3.68이라는 배경을 같이 놓고 보면 더 흥미롭다. 일본에서는 어느 정도 선발 자원으로 기능했던 투수가 KBO에서는 왜 짧은 기간 안에 완전히 안착하지 못했을까. 리그 적응, 준비 기간, 몸 상태, 스트라이크존, 타자들의 접근법이 모두 섞였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버하겐은 ‘기량이 없다’보다 ‘조건이 완벽하지 않았다’ 쪽에 가까운 사례로 보인다.
나는 이런 선수가 기록으로 볼 때 더 재미있다. 압도적인 성적을 남긴 외국인 에이스는 설명이 쉽다. 반대로 버하겐처럼 25이닝 안에 가능성과 불안이 같이 찍힌 투수는 숫자를 뜯어볼수록 이야기가 나온다. NC에는 급한 시기에 로테이션을 메운 카드였고, 버하겐 개인에게는 KBO에서 다시 본인을 보여준 짧은 쇼케이스였다. 긴 시즌의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기록표 한 줄로 넘기기엔 꽤 많은 맥락을 남긴 이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