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리브스가 8920만 달러를 거절했을 때, 레이커스는 진짜 계산서를 봤다

얼마 전 레이커스 관련 계약 뉴스를 다시 보는데, 오스틴 리브스 이름 옆에 붙은 숫자가 꽤 묘하게 느껴졌다. 4년 8920만 달러. 보통 선수라면 바로 고개를 끄덕일 만한 금액인데, 리브스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런데 이건 감정 싸움이라기보다, 자신의 성장 곡선을 숫자로 읽은 선수의 선택에 가까웠다.
거절한 돈이 작지 않았다는 점
레이커스가 제시할 수 있었던 연장 계약은 4년 8920만 달러 수준이었다. 기존 계약 구조 때문에 CBA상 지금 당장 줄 수 있는 상한이 그 정도였고, 리브스 입장에서도 연평균 2200만 달러가 넘는 안정적인 제안이었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리브스의 현재 몸값이다. 그는 2023년에 4년 약 538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2025-26시즌 연봉은 약 139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요즘 NBA에서 주전급 볼 핸들러, 20점 가까이 넣는 가드가 이 정도 금액이면 팀 입장에서는 꽤 좋은 계약이다.
그래서 리브스의 거절은 단순히 “돈이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아니다. “내 시장가는 지금 계산한 숫자보다 더 빨리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가깝다. 특히 2026년 플레이어 옵션을 거절하고 자유계약시장으로 나가면, 첫해 연봉이 샐러리캡의 25%까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ESPN과 Spotrac에서 나온 계약 구조를 보면, 리브스 측이 기다림을 택한 이유가 꽤 선명하다.
기록 흐름은 리브스 편이었다
사실 리브스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건 감이 아니라 기록 때문이다. Basketball-Reference 기준으로 리브스의 득점은 루키 시즌 7.3점에서 2022-23시즌 13.0점, 2023-24시즌 15.9점, 2024-25시즌 20.2점까지 올라갔다. 매년 역할이 커졌고, 단순한 스팟업 슈터에서 보조 볼 핸들러로 진화했다.
2024-25시즌 기록은 특히 상징적이었다. 평균 20.2점, 5.8어시스트, 4.5리바운드. 야투율 46.0%, 3점 성공률 37.7%, 자유투 성공률 87.7% 수준이었다. 20점과 5어시스트를 동시에 찍는 선수는 흔해 보여도, 레이커스 역사 안에서는 꽤 의미 있는 범주다. CBS Sports는 리브스가 레이커스에서 한 시즌 평균 20점 5어시스트를 기록한 소수 선수 중 하나라고 전했다.
더 흥미로운 건 사용량과 효율의 균형이다. 리브스는 볼을 오래 쥐는 타입처럼 보이지 않지만, 픽앤롤에서 수비를 읽고 파울을 얻어내는 능력이 좋다. 3점이 막히면 미드레인지나 플로터로 연결하고, 수비가 도움을 오면 코너 패스를 뿌린다. 화려한 1옵션은 아니지만, 공격 흐름을 끊지 않는 2.5옵션 같은 선수다.
레이커스 입장에서는 싸게 잡고 싶은 카드
레이커스가 리브스를 붙잡고 싶어 한 이유도 숫자로 설명된다. 르브론 제임스가 나이를 먹고, 루카 돈치치 중심의 공격 설계가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리브스는 공 없는 움직임과 보조 창출을 모두 해낼 수 있는 드문 조각이다.
- 루카 옆에서 세컨드 액션을 만들 수 있다.
- 자유투를 안정적으로 넣어 클러치 라인업에 세우기 좋다.
- 3점 성공률이 커리어 내내 36%대 후반을 유지했다.
- 언드래프티 출신이라 팬덤 서사가 강하다.
특히 레이커스처럼 스타 중심으로 움직이는 팀은 중간급 고효율 선수가 귀하다. 슈퍼스타 연봉이 커질수록 로스터의 빈칸을 메우는 계약 하나하나가 중요해진다. 리브스의 기존 계약은 그런 의미에서 레이커스의 숨통이었다. 하지만 선수 쪽에서 보면 그 숨통이 곧 저평가로 보일 수 있다.
거절은 이적 신호보다 협상 신호에 가까웠다
처음 이 소식이 나왔을 때 일부 팬들은 “리브스가 떠나려는 것 아니냐”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당시 보도 흐름을 보면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The Athletic과 ESPN 보도 모두, 이 거절이 레이커스와의 관계 악화라기보다 계약 규정상 당연히 나올 만한 선택이라는 쪽에 가까웠다.
리브스 본인도 공개적으로 LA에 남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물론 프로 스포츠에서 “남고 싶다”는 말은 항상 숫자와 함께 움직인다. 애정만으로 수천만 달러 차이를 덮기는 어렵다. 그래도 이 케이스는 “팀을 떠나겠다”보다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실제 흐름도 그 방향이었다. NBA 공식 발표 기준으로 2026년 여름 리브스는 레이커스와 새 계약에 합의했다. 2025년에 8920만 달러를 거절했던 선택이 결과적으로 더 큰 협상판을 연 셈이다. 2025-26시즌에는 평균 23.3점, 5.5어시스트, 4.7리바운드까지 끌어올렸고, 득점은 또 한 번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숫자 뒤에 보이는 선수의 자기 확신
오스틴 리브스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이 선수가 전형적인 엘리트 유망주 루트를 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불리지 않았고, 레이커스에서 살아남으며 역할을 넓혔다. 그래서 4년 8920만 달러 거절은 더 크게 들렸다. 이미 한 번 과소평가를 뚫고 올라온 선수가 자신의 다음 가격표를 직접 기다린 장면이었으니까.
물론 리스크도 있었다. 부상, 효율 하락, 플레이오프 부진이 겹치면 기다림은 바로 손해가 된다. 2025 플레이오프에서 미네소타를 상대로 슛 효율이 떨어졌던 장면도 있었다. 정규시즌의 상승세가 항상 큰 무대에서 같은 크기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이 선택은 배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자신의 역할, 시장 상황, 레이커스의 로스터 구조를 함께 본 계산이었다.
팬 입장에서 리브스의 계약 거절은 단순한 뉴스 한 줄보다 훨씬 재밌다. 언드래프티 출신 가드가 레이커스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숫자를 쌓고, 그 숫자를 근거로 협상 테이블의 시간을 자기 편으로 돌린 사건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런 장면이 스포츠 계약 시장의 진짜 맛이다. 경기장 안의 20점보다, 그 20점이 다음 여름 어떤 가격으로 바뀌는지 보는 재미가 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