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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김재환을 잡지 않았던 선택, 숫자로 다시 보니 꽤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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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김재환을 잡지 않았던 선택, 숫자로 다시 보니 꽤 복잡했다

얼마 전 김재환의 두산 이별 과정을 다시 훑어보다가, 이건 단순히 “프랜차이즈 스타를 왜 안 잡았나”로 끝낼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야구에서 이름값은 분명 무겁습니다. 그런데 구단 운영은 결국 남은 타석, 남은 장타, 남은 수비 포지션, 그리고 연봉 구조까지 같이 보는 게임이죠.

김재환은 두산 팬들에게 꽤 특별한 이름입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그는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매년 30홈런 안팎을 기대하게 만든 타자였고, 2018년에는 타율 0.334, 44홈런, 133타점으로 리그 MVP까지 받았습니다. 잠실에서 왼손 거포가 이렇게 터지는 장면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2021년 말 4년 최대 115억 원 계약은 당시 기준으로도 상징성이 컸습니다.

115억 계약 이후, 숫자는 천천히 식었다

문제는 계약 이후의 흐름입니다. 김재환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99경기에 나서 타율 0.250, 75홈런, 260타점, 출루율 0.352 수준의 성적을 남겼습니다. 나쁜 선수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115억 원짜리 중심타자에게 기대한 생산성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특히 홈런 페이스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는 6시즌 동안 연평균 31홈런 수준이었는데, FA 계약 이후 4시즌 평균은 18.8홈런으로 떨어졌습니다. 2024년에 29홈런으로 반등한 장면은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2025년에는 103경기 타율 0.241, 13홈런, 50타점, OPS 0.758에 머물렀습니다. 중심타선 한 자리를 맡기기엔 애매하고, 완전히 포기하기엔 과거의 장타 기억이 남는 숫자였습니다.

두산이 본 건 과거가 아니라 남은 자리였다

두산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감정과 계산이 충돌했다는 점입니다. 김재환은 단순한 외부 FA가 아니라 오래 함께한 얼굴입니다. 통산 276홈런을 친 타자를 보내는 결정은 팬심으로만 보면 차갑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로스터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988년생 김재환은 2026시즌 기준 38세 시즌에 들어갑니다. 외야 수비 부담은 예전보다 커졌고, 지명타자 활용 비중이 높아질수록 라인업 유연성은 줄어듭니다. 여기에 장타율도 2024년 0.525에서 2025년 0.404로 내려왔습니다. 장타가 살아 있어야 수비 부담을 덮을 수 있는데, 그 장점이 흔들리면 구단은 냉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FA 계약 전 6시즌: 연평균 31홈런 수준
  • FA 계약 후 4시즌: 총 75홈런, 연평균 18.8홈런
  • 2025시즌: 103경기, 타율 0.241, 13홈런, OPS 0.758
  • 2026시즌 나이: 38세 시즌

사실 이 숫자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두산의 선택은 “배신”보다는 “가격과 역할의 재조정 실패”에 가깝습니다. 두산도 완전히 손을 놓은 건 아니었고, 협상은 진행됐습니다. 다만 선수 측이 원하는 조건과 구단이 감당할 수 있는 조건 사이가 좁혀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FA가 아니라 방출 신분, 이 부분이 진짜 포인트였다

이번 사례가 더 흥미로웠던 건 신분 문제였습니다. 김재환은 2025시즌 뒤 FA 자격을 다시 얻었지만 FA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FA 시장에 나왔다면 B등급 선수였기 때문에 영입 구단은 보상선수 또는 보상금 부담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37세 거포에게 이 장벽은 꽤 큽니다.

그런데 두산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김재환은 조건 없는 자유계약선수 형태로 풀렸습니다. 이러면 다른 구단은 보상선수 없이 협상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선수의 몸값을 깎아내리던 가장 큰 장애물이 사라진 셈입니다. 실제로 김재환은 이후 SSG와 2년 총액 22억 원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금 6억 원, 연봉 10억 원, 옵션 6억 원 구조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두산의 판단은 더 선명해집니다. 보상 장벽까지 감안하면 두산이 눌러 앉힐 여지가 있어 보였지만, 구단은 그 정도 조건으로도 장기적 필요성을 크게 보지 않았던 듯합니다. 반대로 SSG는 보상 부담이 없어진 김재환을 “짧은 기간에 장타 리스크를 사는 카드”로 본 셈입니다.

팬심으로 아쉽고, 운영으로는 이해되는 선택

솔직히 두산 팬이라면 섭섭할 수 있습니다. 김재환은 한때 라인업에서 가장 무서운 이름이었고, 잠실 좌중간을 넘기는 타구 하나로 경기 분위기를 통째로 바꾸던 타자였습니다. 그런 선수를 숫자 몇 줄로만 보내는 건 너무 건조해 보입니다.

하지만 프로 구단은 기억만으로 다음 시즌 타선을 만들 수 없습니다. 2025년 두산은 김재환의 현재 생산성, 나이, 수비 활용도, 연봉 규모, 그리고 다음 세대 타자들의 기회까지 같이 봐야 했습니다. 이름값을 붙잡는 순간 다른 선택지는 줄어듭니다. 베테랑 한 명을 잡는 일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타석 배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두산의 선택은 차갑지만, 완전히 무리한 선택은 아니었다

김재환을 잡지 않은 두산의 선택은 팬 감정으로 보면 아픈 장면입니다. 그런데 기록 흐름으로 보면 충분히 설명 가능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장타력은 아직 남아 있지만 예전처럼 시즌 전체를 지배하는 수준은 아니었고, 나이와 포지션 문제는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두산이 프랜차이즈 스타를 버렸다”보다 “두산이 과거의 최고점보다 앞으로의 효율을 택했다”에 더 가깝게 보입니다. 김재환이 SSG에서 다시 20홈런 이상을 치면 두산의 선택은 꽤 오래 회자될 겁니다. 반대로 2025년 흐름이 이어진다면 두산은 냉정했지만 틀리지는 않았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별의 방식이 깔끔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야구의 시간표가 늘 팬들의 기억 속 속도와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남습니다.

두산이 김재환을 잡지 않았던 선택, 숫자로 다시 보니 꽤 복잡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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