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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현 기록을 따라가봤더니, 키움 선발진의 빈칸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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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현 기록을 따라가봤더니, 키움 선발진의 빈칸이 보였다

얼마 전 키움 경기 기록지를 넘겨보다가 배동현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4승 7패, 평균자책점 5점대라는 숫자만 보면 그냥 흔한 하위 선발처럼 보이는데, 세부 기록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이 선수는 갑자기 튀어나온 깜짝 카드라기보다, 긴 공백과 팀 이동을 지나 선발 기회를 다시 붙잡은 쪽에 가깝다.

한화 5라운드에서 키움 선발까지

배동현은 1998년생 우완 투수다. 경기고와 한일장신대를 거쳐 2021년 한화에 2차 5라운드 전체 42순위로 입단했다. 재미있는 건 고교 시절부터 완성형 투수였던 타입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학 진학 뒤 투수로 방향을 잡았고, 그래서 투구폼과 경기 운영이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 투수들과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프로 첫해인 2021년에는 20경기에서 38이닝을 던졌다. 평균자책점 4.50, 1승 3패, 탈삼진 26개, 볼넷 25개. 숫자만 보면 가능성과 불안이 동시에 보인다. 삼진보다 볼넷이 거의 비슷하게 많았고, WHIP도 1.55였다. 즉 공이 아예 안 통한 건 아닌데, 카운트 싸움에서 여유가 부족했다는 쪽에 더 가깝다.

이후 상무 복무와 1군 공백을 지나 키움으로 팀을 옮겼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온 투수에게 곧바로 큰 기대가 몰리기는 어렵다. 그런데 키움은 늘 투수 자원을 여러 방식으로 시험하는 팀이고, 배동현에게는 그 환경이 꽤 중요한 변수였다.

2026년 기록이 말하는 장점과 숙제

2026시즌 배동현의 1군 기록은 18경기, 4승 7패, 78과 3분의 1이닝, 평균자책점 5.63, 탈삼진 64개, WHIP 1.65로 잡힌다. 피안타 107개, 피홈런 7개, 자책점 49점이라는 숫자도 같이 봐야 한다. 선발로 버틴 이닝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이닝당 주자 허용이 많아 매 경기 편하게 굴러간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탈삼진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78과 3분의 1이닝에 64탈삼진이면 9이닝당 약 7.4개 수준이다. 2021년의 38이닝 26탈삼진과 비교하면 헛스윙이나 루킹 스트라이크를 끌어내는 힘은 분명 더 살아났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출루를 허용한 뒤 장타나 연속 안타로 흔들리는 장면이 반복되면, 삼진 능력은 장점이 아니라 버티기용 장치처럼 보이게 된다.

  • 2021년: 20경기, 38이닝, 평균자책점 4.50, WHIP 1.55
  • 2026년: 18경기, 78과 3분의 1이닝, 평균자책점 5.63, WHIP 1.65
  • 2026년 탈삼진: 64개, 9이닝당 약 7.4개
  • 2026년 피안타: 107개, 피안타율 부담이 큰 시즌 흐름

홈과 원정, 숫자가 갈라진 지점

배동현의 2026년을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홈과 원정 차이다. 원정에서는 11경기 45이닝, 평균자책점 4.57을 기록했다. 반면 홈에서는 7경기 33이닝, 평균자책점 7.09까지 올라갔다. 같은 투수인데 장소에 따라 체감 안정감이 꽤 다르게 나타난 셈이다.

물론 홈 평균자책점 하나만 두고 구장 탓을 하기는 어렵다. 홈 경기에서 상대 타선의 컨디션, 수비 위치, 불펜 승계 상황, 초반 실점 여부가 모두 섞인다. 그래도 피안타가 홈 33이닝에서 50개였다는 건 그냥 운으로 넘기기 어렵다.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승부하는 공이 맞아 나가는 빈도가 높았고, 카운트 유리한 상황에서도 결정구가 깨끗하게 빠지지 않은 경기들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반대로 원정 기록은 배동현이 선발 카드로 완전히 무너진 투수는 아니라는 근거가 된다. 45이닝 동안 피홈런 3개, 볼넷 11개면 최소한 경기 초반부터 스스로 무너지는 유형은 아니다. 그래서 더 아쉽다. 나쁜 날의 폭발력을 줄이고, 괜찮은 날의 5이닝을 6이닝으로 늘릴 수 있느냐가 다음 단계다.

상대별 편차가 보여준 현재 위치

상대 팀별 기록도 꽤 선명하다. 롯데전에서는 3경기 16이닝 평균자책점 2.81, WHIP 0.88로 좋았다. KT전도 14이닝 평균자책점 3.77로 버텼다. NC전 역시 표본은 작지만 5이닝 3피안타 2자책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런 경기들은 배동현이 자기 리듬을 찾았을 때 타순을 두 바퀴 가까이 상대할 수 있다는 증거다.

근데 한화전과 LG전은 완전히 다른 그림이었다. 한화전은 3이닝 13피안타 9자책, 평균자책점 27.00으로 크게 무너졌다. LG전도 9이닝 10자책, 평균자책점 10.00이었다. 강한 타선, 익숙한 친정팀, 혹은 특정 유형의 타자들에게 공략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편차는 선발 투수에게 꽤 중요한 신호다. 좋은 날 좋은 투구를 하는 것보다, 맞는 날에도 손실을 3~4점 선에서 막는 능력이 로테이션 생존을 가른다.

배동현을 볼 때 체크할 숫자

앞으로 배동현을 볼 때는 승패보다 세 가지를 먼저 보는 게 맞다. 첫째, 첫 2이닝 피출루다. 둘째, 두 번째 타순에서 장타 허용이 줄어드는지다. 셋째, 80구 이후에도 스트라이크 비율을 유지하는지다. 이 세 가지가 잡히면 평균자책점은 자연스럽게 내려갈 여지가 있다.

개인적으로 배동현의 시즌은 실패와 성공 사이 어딘가에 걸려 있다고 본다. 평균자책점 5.63은 냉정하게 좋은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긴 공백을 지나 78이닝 이상을 던졌다는 건 팀 입장에서도 무시하기 힘든 재료다. 키움처럼 선발 자원을 계속 발굴해야 하는 팀에서는 이런 투수가 한 단계만 올라서도 로테이션 계산이 달라진다. 그래서 배동현의 다음 등판은 단순한 1승 도전이 아니라, 이 선수가 ‘버티는 투수’에서 ‘계산되는 투수’로 넘어갈 수 있는지 보는 경기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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