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훈 기록을 따라가 봤더니, 한화가 왜 좌완 한 장을 샀는지 보였다

얼마 전 한화 불펜 기록을 훑다가 이교훈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손아섭 트레이드의 반대편에 있던 선수라 이름은 크게 소비됐지만, 막상 숫자를 뜯어보면 단순한 교환 카드로만 볼 투수는 아니었다. KBO와 주요 기록 서비스에 잡힌 이력만 놓고 봐도 이야기가 꽤 선명하다.
손아섭 트레이드 뒤에 가려진 좌완
이교훈은 2000년 5월 29일생, 181cm 83kg의 좌투좌타 투수다. 서울고를 거쳐 2019년 두산에 2차 3라운드 전체 29순위로 지명됐다. 지명 순번만 보면 구단이 꽤 일찍 가능성을 본 좌완이었다는 뜻이다. 좌완 투수는 늘 시장에서 귀하다. 구속이 아주 압도적이지 않아도 릴리스, 각도, 좌타자 상대 활용성만 갖추면 1군 불펜에서 버틸 자리가 생긴다.
2026년 4월 14일 한화는 손아섭을 두산으로 보내고 이교훈과 현금 1억 5천만 원을 받았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시선은 당연히 손아섭에게 쏠렸다. KBO 통산 최다안타 보유자와 아직 1군에서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좌완 투수의 이동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그런데 한화의 필요를 보면 계산이 달라진다. 팀은 좌완 불펜 두께, 군필 자원, 장기 운용 가능성을 봤다. 이교훈은 바로 그 지점에 들어맞는 카드였다.
숫자가 말하는 롤러코스터
이교훈의 1군 기록은 예쁘게 포장하기 어렵다. 2020년 5경기 4⅓이닝 평균자책점 10.38, 2021년 11경기 8⅓이닝 평균자책점 10.80. 초반 기록만 보면 1군 타자를 이겨내는 힘이 아직 부족했다. 피안타와 볼넷이 함께 늘어나는 패턴이었고, 짧은 이닝에서도 실점이 빠르게 붙었다.
흐름이 달라진 건 2024년이다. 33경기 35⅓이닝,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7.39. 평균자책점만 보면 아쉬움이 크지만, 등판 수와 이닝이 크게 늘었다는 사실은 따로 봐야 한다. 1군 벤치가 반복해서 공을 맡겼다는 뜻이고, 27탈삼진을 잡으며 좌완 불펜 후보군 안에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다만 17볼넷, 7피홈런은 분명한 숙제였다. 구위로 카운트를 밀어붙이다가도 존 안에서 맞거나, 불리한 카운트에서 흔들리는 장면이 겹쳤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2025년이 흥미롭다. 10경기 7⅔이닝, 1승, 평균자책점 1.17, WHIP 1.04. 표본은 작지만 내용은 깔끔했다. 피안타 4개, 볼넷 4개, 탈삼진 7개. 2024년에 흔들렸던 주자 관리가 훨씬 나아졌고, 장타 억제도 좋아졌다. 이 시즌이 이교훈의 평가를 바꾼 출발점이었다. 한화가 그를 데려올 때 단지 좌완이라서가 아니라, 최근 개선된 흔적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
한화가 본 건 현재보다 쓰임새
사실 이교훈을 선발감으로만 보기는 이르다. 1군 통산 이닝이 많지 않고, 매 시즌 표본이 끊겨 있다. 하지만 불펜 관점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된다. 좌완 한 명이 6회와 7회 사이에서 좌타 라인을 끊어주거나, 롱릴리프처럼 2이닝 이상을 버텨주면 시즌 전체 운용이 달라진다. 특히 순위 싸움이 길어질수록 불펜은 이름값보다 선택지의 수가 중요해진다.
퓨처스에서 보여준 선발 등판도 눈에 들어온다. 2026년 6월 13일 두산전 5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투구는 상징성이 있었다. 친정팀 상대라는 이야기성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56구로 5이닝을 끌고 갔다는 점이다. 구위만 앞세운 짧은 불펜이 아니라, 카운트 관리와 이닝 소화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경기였다.
- 2019년 두산 2차 3라운드 전체 29순위 지명
- 2024년 33경기 35⅓이닝으로 1군 활용 폭 확대
- 2025년 10경기 평균자책점 1.17, WHIP 1.04로 반등
- 2026년 4월 14일 손아섭 트레이드로 한화 이적
- 2026년 퓨처스 두산전 5이닝 무실점으로 선발 가능성도 제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이교훈을 볼 때 가장 먼저 체크할 숫자는 탈삼진보다 볼넷이다. 좌완 불펜은 타자 한두 명을 상대하고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이때 볼넷 하나는 피안타 하나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 강점을 확실히 만들지 못하면 벤치가 쓰는 타이밍도 애매해진다. 좌완이라는 장점이 실제 매치업 우위로 이어져야 한다.
또 하나는 결정구다. 직구 구속이 140km대 중반까지 나온다고 해도, 1군 타자들은 두 번 보면 적응한다. 슬라이더든 체인지업이든 헛스윙이나 약한 타구를 끌어낼 구종 하나가 더 단단해져야 한다. 2025년의 낮은 평균자책점이 계속 유지되려면 운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무기가 필요하다.
이교훈의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이교훈은 아직 완성형 투수가 아니다. 그래서 더 볼 만하다. 이미 실패한 기록이 있고, 짧지만 반등한 기록도 있다. 트레이드라는 큰 장면을 거쳐 팀도 바뀌었다. 스포츠에서 이런 선수는 숫자 하나로 판단하기 어렵다. 7점대 평균자책점의 기억과 1점대 평균자책점의 가능성이 같은 선수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교훈의 관전 포인트는 거창하지 않다. 첫 타자에게 스트라이크를 넣는지, 볼넷 뒤에 무너지지 않는지, 좌타자 상대로 확실한 코스를 가져가는지. 이 세 가지만 꾸준히 잡히면 한화가 손아섭을 내주고 얻은 카드는 시간이 갈수록 다르게 읽힐 수 있다. 기록은 이미 출발선을 보여줬고, 이제 남은 건 그 숫자에 설득력을 붙이는 투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