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최초 일본인 좌완 긴지로, 짧았던 SSG 도전을 기록으로 따라가봤더니

얼마 전 SSG 외국인 투수 교체 소식을 보다가 긴지로라는 이름에서 한 번 멈췄다. 단순히 새 선수가 오고 떠난 이야기가 아니었다. KBO 최초의 일본인 좌완 외국인 투수, 독립리그 출신, 부상 대체 선수, 그리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1군 기록. 이 네 가지가 겹치니 숫자만 봐도 꽤 복잡한 이야기가 보였다.
시작은 꽤 흥미로웠다
SSG는 2026년 5월 5일 미치 화이트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히라모토 긴지로를 영입했다. 등록명은 긴지로. 계약 규모는 총액 7만 달러로 알려졌고, 역할은 명확했다. 어깨 문제로 이탈한 화이트가 돌아올 때까지 선발 로테이션의 구멍을 메우는 것.
배경도 눈길을 끌었다. 긴지로는 일본 독립리그 군마 다이아몬드 페가수스에서 뛰던 좌완이었다. 2026시즌 일본 독립리그 4경기에서 21⅓이닝, 2승 1패, 평균자책점 4.64, 탈삼진 35개, WHIP 1.13. 평균자책점만 보면 아주 매끈하진 않았지만, 9이닝당 탈삼진 14.77개라는 숫자는 확실히 튀었다. 최고 152km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조합이면 KBO에서도 최소한 낯선 카드가 될 수 있었다.
데뷔전의 숫자는 기대와 불안을 같이 보여줬다
긴지로의 KBO 데뷔전은 5월 9일 잠실 두산전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야구가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속은 나왔다. 최고 152km까지 찍었다. 문제는 공이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버티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날 기록은 3이닝 3피안타 1피홈런 6볼넷 2탈삼진 6실점. 투구 수는 78개였고, 스트라이크 비율은 절반을 밑돈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외국인 투수에게 첫 등판은 단순한 1경기가 아니다. 리그의 존, 타자들의 참을성, 응원 소리, 마운드의 공기까지 한 번에 받아내야 한다. 특히 독립리그에서 바로 KBO 1군 선발로 올라온 투수라면 그 간극은 더 크다.
구위는 있었지만 운영이 따라오지 못했다
긴지로의 첫인상은 ‘공은 빠른데 카운트를 못 잡는다’에 가까웠다. 좌완이 150km 안팎을 던진다는 건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선발투수에게 구속은 입장권이고, 살아남게 해주는 건 초구 스트라이크와 불리한 카운트에서의 회복력이다. 데뷔전 6볼넷은 그래서 더 크게 보였다.
4경기 전체 기록이 말하는 것
KBO 기록실 기준으로 긴지로의 2026시즌 성적은 4경기 16이닝, 0승 3패, 평균자책점 9.56이다. 피안타 18개, 피홈런 5개, 볼넷 14개, 탈삼진 18개, WHIP 2.00, 피안타율 0.290. 탈삼진 능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16이닝 18탈삼진이면 타자를 헛치게 만드는 힘은 있었다. 그런데 볼넷과 홈런이 동시에 늘어나면 선발투수의 계산이 무너진다.
- 5월 9일 두산전: 3이닝 6실점, 볼넷 6개
- 5월 15일 LG전: 4이닝 3실점, 탈삼진 7개
- 5월 21일 키움전: 5이닝 4실점, 탈삼진 6개
- 5월 28일 삼성전: 4이닝 4실점, 피홈런 3개
흥미로운 건 두 번째, 세 번째 등판에서 탈삼진이 제법 나왔다는 점이다. LG전 7탈삼진, 키움전 6탈삼진은 그냥 얻어걸린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선발로 5이닝을 넘기지 못했고, 실점을 눌러두지도 못했다. 삼성전에서는 피홈런 3개가 결정적이었다. 구위형 투수가 존 안에서 승부하려다 장타를 맞고, 존 밖으로 빠지면 볼넷이 되는 흐름. 이 패턴이 짧은 기간 안에 반복됐다.
계약해지는 실패만으로 읽기 어렵다
SSG는 5월 29일 긴지로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고, 6월 6일 새 외국인 투수 토마스 해치를 영입하면서 화이트와 결별하는 동시에 긴지로와도 계약을 해지했다. 긴지로의 1군 등록 기간은 5월 9일부터 5월 28일까지 20일이었다. 정말 짧았다.
근데 이 장면을 선수 개인의 실패로만 보면 반쪽짜리 해석이 된다. 긴지로는 원래 ‘완성형 에이스’라기보다 급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부상 대체 카드였다. SSG 입장에서는 선발 이닝이 필요했고, 긴지로는 즉시 등판 가능한 좌완이었다. 다만 KBO 타자들은 생각보다 빨리 적응했고, 긴지로는 그보다 더 빨리 제구와 장타 억제 문제를 드러냈다.
부상 대체 외국인 제도의 민낯
부상 대체 외국인 제도는 팀에는 유연성을 준다. 하지만 선수에게는 굉장히 빡빡한 무대다. 몸을 만들 시간도, 리그를 익힐 시간도, 두세 번 흔들린 뒤 기다려줄 여유도 많지 않다. 긴지로의 경우는 더 그랬다. 일본 독립리그에서 던지던 투수가 곧바로 KBO 중심 타선들을 상대했고, 결과가 나쁘자 팀은 더 검증된 경력의 해치로 방향을 바꿨다.
그래도 이 이름이 남긴 장면
긴지로의 KBO 기록은 짧고 거칠다. 4경기, 16이닝, 평균자책점 9.56. 숫자만 놓고 보면 냉정하게 성공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하지만 KBO 최초 일본인 좌완 외국인 투수라는 이력은 그냥 지나갈 이야기가 아니다. 그동안 일본인 투수 사례는 있었지만, 좌완이라는 희소성에 독립리그 출신이라는 경로까지 겹친 케이스는 낯설었다.
솔직히 나는 이런 실패한 실험도 리그의 한 부분이라고 본다. 모든 영입이 대박일 수는 없다. 오히려 긴지로 사례는 KBO 구단들이 어디까지 스카우트 범위를 넓히고 있는지, 그리고 ‘구위’라는 장점 하나가 실제 리그 적응에서 얼마나 많은 조건을 필요로 하는지 보여줬다. 짧은 등판이었지만, 기록표에 남은 18탈삼진과 14볼넷은 같은 투수 안에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있었다는 꽤 선명한 흔적처럼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