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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아틀레티코행을 지켜봤더니, 생존 조건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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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아틀레티코행을 지켜봤더니, 생존 조건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얼마 전 이강인 아틀레티코 이적 소식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등번호 7번이었다. 숫자 하나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아틀레티코에서 7번은 그냥 유니폼 번호가 아니다. 그리즈만이 남긴 자리라는 상징이 붙고, 동시에 공격에서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까지 따라온다. 그래서 이 이적은 단순히 빅클럽에서 빅클럽으로 옮긴 이야기가 아니라, 이강인이 라리가에서 다시 자기 축구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가깝다.

PSG 3년은 성공이면서도 애매했다

아틀레티코 구단 발표 기준으로 이강인은 PSG에서 아틀레티코로 완전 이적했고, 계약 기간은 2031년 6월 30일까지다. 2001년생, 만 25세 시즌에 다시 스페인 무대로 돌아온 셈이다. PSG 공식 발표에서도 발렌시아, 마요르카, PSG를 거친 흐름이 함께 언급됐는데, 이 커리어를 숫자로 보면 꽤 흥미롭다.

발렌시아에서는 62경기 3골, 마요르카 두 번째 시즌에는 공식전 39경기 6골 6도움. PSG에서는 우승 경력만 놓고 보면 리그앙 3회, 챔피언스리그 2회라는 화려한 표지가 붙었다. 그런데 팬들이 체감한 이강인의 PSG 시절은 조금 다르다. 트로피는 늘었지만, 팀의 중심으로 굴러간 시간은 제한적이었다. 특히 공격진 경쟁이 워낙 치열한 팀에서 그는 선발 고정 자원이라기보다 여러 포지션을 메우는 기술형 로테이션 카드에 가까웠다.

이게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루이스 엔리케 체제에서 강한 압박, 짧은 패스 연결,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움직임을 배운 건 분명 자산이다. 다만 아틀레티코에서는 그 자산을 ‘가능성’이 아니라 ‘실전 생산성’으로 바꿔야 한다. 여기서부터 생존 조건이 꽤 냉정해진다.

시메오네 팀에서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강인 아틀레티코 생존 조건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이름은 당연히 디에고 시메오네다. 시메오네 축구는 공격 재능을 싫어하는 축구가 아니다. 다만 공격 재능이 수비 규율 바깥에 서는 걸 허락하지 않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이강인이 왼발 킥, 탈압박, 전진 패스만 보여주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틀레티코에서 2선 자원은 공을 잡았을 때보다 공을 잃은 뒤 3초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측면에서 뛰면 풀백을 도와 내려와야 하고, 중앙에 서면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의 전진 패스를 막아야 한다. 마요르카 시절 이강인이 평가를 끌어올린 이유도 단순히 드리블을 잘해서가 아니었다. 몸싸움이 많은 라리가 중하위권 경기에서 버티고, 파울을 얻고, 세트피스로 흐름을 바꾸는 장면들이 쌓였기 때문이다.

  • 첫 번째 조건은 수비 전환 속도다. 공을 잃은 뒤 바로 압박에 들어가지 못하면 시메오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 두 번째 조건은 위치 적응력이다. 오른쪽 윙, 공격형 미드필더, 안쪽으로 들어오는 하프스페이스 역할까지 소화해야 한다.
  • 세 번째 조건은 세트피스 영향력이다. 코너킥과 프리킥에서 직접 득점이 아니어도 기대 득점 상황을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그리즈만의 빈자리는 한 명이 다 채우기 어렵다

현지 보도에서는 아틀레티코가 이강인 영입에 약 4천만 유로 안팎의 비용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정도 금액이면 ‘성장형 후보’로만 데려온 선수는 아니다. 게다가 그리즈만이 떠난 뒤 7번을 받았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 다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강인이 그리즈만을 그대로 대체해야 한다고 보면 기대치가 이상하게 꼬인다.

그리즈만은 공격수, 2선, 미드필더 사이를 오가며 득점과 연결, 압박 방향 설정까지 맡던 선수였다. 그런 유형은 유럽에서도 흔치 않다. 이강인의 현실적인 역할은 그리즈만 복제가 아니라, 아틀레티코 공격에 왼발 전개와 템포 변화를 더하는 쪽에 가깝다. 특히 낮은 블록을 상대로 답답해질 때, 박스 오른쪽 모서리에서 안쪽으로 접고 들어오는 패스나 반대 전환은 팀에 필요한 무기다.

근데 여기에는 숫자가 따라와야 한다. PSG 마지막 시즌 현지 기록으로 39경기 4골 5도움 수준의 생산성이 언급됐다면, 아틀레티코에서는 리그 기준 공격포인트 두 자릿수 근처까지는 가야 한다. 모든 경기를 지배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0대0, 1대1처럼 한 장면이 승점을 바꾸는 경기에서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

라리가 복귀가 반가운 이유와 위험한 이유

이강인에게 라리가는 낯선 리그가 아니다. 발렌시아 유스에서 컸고, 마요르카에서는 주전급 공격 자원으로 성장했다. 언어, 경기 템포, 심판 성향, 원정 분위기까지 이미 몸에 들어와 있다. 이건 생각보다 큰 장점이다. 새 리그 적응에 6개월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니까.

반대로 상대도 이강인을 안다. 왼발을 열어주면 위험하다는 것, 압박이 늦으면 전진 패스가 나온다는 것, 좁은 공간에서 파울을 유도할 수 있다는 걸 라리가 수비수들이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이번 복귀전의 관전 포인트는 ‘잘하는 걸 다시 보여주느냐’보다 ‘알고도 못 막게 만드느냐’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른쪽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역할이 가장 먼저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왼발 크로스와 컷인 패스가 모두 살아 있고, 중앙 미드필더와 풀백의 동선을 살리기도 좋다. 다만 선발로 오래 살아남으려면 측면에 고립됐을 때 1대1 돌파만 고집하지 않고, 빠른 원터치 연결로 공격 속도를 유지하는 장면이 늘어야 한다.

생존의 기준은 하이라이트가 아니라 반복성이다

팬 입장에서는 이강인의 한 번 번뜩이는 왼발 패스에 눈이 간다. 솔직히 그 맛 때문에 경기를 챙겨보게 되는 것도 맞다. 그런데 아틀레티코에서 오래 버티는 기준은 하이라이트 한 장면보다 반복성이다. 70분 동안 압박 위치를 지키고, 공을 받을 각도를 만들고, 세트피스 킥 품질을 유지하고, 경기 막판에도 수비 복귀를 놓치지 않는 선수. 시메오네가 결국 믿는 선수는 그런 쪽이다.

이강인에게 이번 이적은 꽤 좋은 타이밍이다. 25세는 더 이상 유망주라는 말로 보호받기 어렵지만, 동시에 전술적 성숙을 보여주기에는 가장 좋은 나이다. PSG에서 우승하는 법을 봤고, 마요르카에서 버티는 법을 익혔고, 이제는 아틀레티코에서 매주 선택받는 법을 증명해야 한다. 등번호 7번이 부담으로만 남을지, 아니면 이강인의 라리가 두 번째 장을 여는 신호가 될지는 결국 작은 장면들의 누적에서 갈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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