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김주완을 2차 드래프트로 데려온 뒤, 숫자를 다시 보니 보이는 이야기

얼마 전 롯데의 2차 드래프트 지명 명단을 다시 보다가 김주완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 1군 기록만 보면 1경기, 1이닝, 무실점. 그런데 그 숫자만 보고 넘기기엔 배경이 꽤 많다. 경남고 출신 좌완,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 189cm에 96kg 체격, 최고 150km 안팎의 빠른 공. 롯데가 2025년 11월 19일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김주완을 지명한 건 단순한 보강이라기보다 ‘시간을 사는 투자’에 가까워 보인다.
1경기짜리 기록인데 왜 1라운드였을까
김주완의 KBO 1군 기록은 아직 굉장히 얇다. 2022년 10월 8일 롯데전에서 LG 소속으로 1이닝 무실점을 남긴 게 전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데뷔 상대가 지금의 소속팀 롯데였다는 점이 재미있다. 흔히 2차 드래프트에서 즉시전력감을 기대하지만, 롯데가 김주완에게 쓴 1라운드 지명권과 양도금 4억 원은 당장의 완성도보다 원석의 희소성에 붙은 가격으로 봐야 한다.
좌완, 큰 체격, 상위 지명 이력, 지역 연고. 이 네 가지가 동시에 붙은 투수는 시장에 자주 나오지 않는다. 특히 롯데는 2025년 시즌 팀 평균자책점이 하위권에 머물렀고, 선발과 불펜 모두에서 ‘계산 가능한 이닝’이 늘 필요한 팀이었다. 즉 김주완은 지금 바로 1군에서 60이닝을 던져줄 카드라기보다, 2~3년 뒤 로테이션 한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재료에 가깝다.
김주완의 숫자는 기대와 불안을 같이 말한다
김주완의 프로 초반 기록은 양쪽으로 해석된다. 2022년 퓨처스리그에서는 8경기 9이닝 무실점이라는 좋은 출발이 있었다. 적은 표본이긴 해도, 재활 뒤 마운드에서 실점을 억제했다는 점은 분명 눈에 띈다. 같은 해 1군 데뷔전에서도 1이닝 무실점이었다.
그런데 2023년에는 흐름이 달라졌다. 퓨처스리그에서 4⅔이닝 동안 8실점을 기록했고, 볼넷도 많았다. 보도된 기록 기준으로 탈삼진 8개와 볼넷 11개가 함께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공의 힘은 있는데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계속 승부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런 유형은 팬 입장에서도 참 어렵다. 삼진 능력의 냄새는 나는데, 볼넷이 쌓이면 투구 수가 불어나고 이닝 소화가 막힌다.
- 강점: 189cm 좌완, 빠른 공, 1라운드 지명 당시의 높은 평가
- 불안 요소: 팔꿈치 수술 이력, 군 복무로 인한 실전 공백, 제구 기복
- 관전 포인트: 구속 회복보다 먼저 스트라이크 비율과 볼넷 억제
롯데가 투수만 3명을 뽑은 맥락
롯데는 해당 2차 드래프트에서 김주완만 뽑은 게 아니다. 1라운드 김주완, 2라운드 김영준, 3라운드 최충연까지 투수 3명을 채웠다. 모두 한때 높은 순번으로 평가받았던 투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영준은 LG 1차 지명 출신, 최충연은 삼성 1차 지명 출신이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한 번 더 고쳐 써볼 수 있는 팔’을 모은 드래프트였다.
롯데의 야수진은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등 젊은 축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흐름이었다. 반면 마운드는 여전히 변수가 컸다. 그래서 이번 선택은 팀의 약점을 정확히 찌른 움직임이었다. 물론 리스크도 크다. 세 명 모두 최근 1군에서 꾸준히 던진 투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차 드래프트의 본질을 생각하면, 완성품을 사오는 시장이 아니라 보호선수 명단 밖에서 가능성을 찾는 시장이다. 그런 점에서 롯데의 방향은 꽤 선명했다.
고향팀 합류가 주는 또 다른 변수
김주완은 부산 야구 팬들에게 완전히 낯선 이름이 아니다. 감천초, 대동중, 경남고를 거친 지역 유망주였고, 2022년 드래프트 당시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롯데는 연고 1차 지명에서 이민석을 택했고, 김주완은 LG 유니폼을 입었다. 시간이 돌아 2026시즌을 앞두고 김주완이 롯데에 합류하면서, 롯데는 그해 지역 상위권 투수 자원을 다시 품은 모양새가 됐다.
다만 ‘고향팀’이라는 서사는 예쁘지만, 마운드에서는 숫자가 먼저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한 김주완은 실전 공백이 길었다. 2026년 초 스프링캠프 명단에 들지 못했고, 등번호 106번의 육성선수 신분으로 출발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건 실패의 신호라기보다 출발선이 낮다는 뜻에 가깝다. 몸 상태, 투구 밸런스, 실전 감각을 차례로 끌어올려야 한다.
팬이 봐야 할 건 구속보다 볼넷이다
솔직히 김주완 기사에서 ‘150km 좌완’이라는 표현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제는 최고 구속 숫자 하나로 투수를 평가하기 어려운 시대다. 롯데 팬이 김주완을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지표는 볼넷이다. 퓨처스리그 등판에서 9이닝당 볼넷이 줄어드는지, 불리한 카운트에서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지, 좌타자 상대로 패스트볼이 존 안에서 버티는지가 더 중요하다.
만약 김주완이 2026년 퓨처스에서 30~40이닝 정도를 건강하게 던지고, 볼넷 비율을 눈에 띄게 낮춘다면 롯데의 선택은 꽤 흥미로운 투자로 바뀐다. 반대로 구속은 나오는데 계속 볼넷으로 무너진다면 1라운드 지명권의 무게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2차 드래프트 합류라는 뉴스는 이미 지나갔지만,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김주완에게 필요한 건 화려한 복귀전보다, 등판할 때마다 조금씩 덜 흔들리는 투구다. 그런 변화가 쌓이면 롯데 마운드의 그림도 생각보다 빨리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