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전북행을 기록으로 따라가봤더니, 신뢰는 이름값으로 쌓이지 않았다

교체 명단에서 더 크게 보인 이름
얼마 전 전북 경기를 다시 보다가 이상하게 시선이 벤치 쪽으로 자꾸 갔다. 스코어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이승우의 출전 여부였고, 그다음엔 그가 들어간 시간대였다. 원래 이런 선수는 공을 잡아야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전북에서의 이승우는 공을 잡기 전부터 이미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왜 선발이 아닐까, 왜 이 타이밍일까, 팀은 정말 이 선수를 믿고 쓰는 걸까.
키워드처럼 거칠게 말하면 “이승우 전북은 신뢰 쌓는 팀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올 만한 장면들이 있었다. 다만 이 말은 전북이라는 구단 전체를 단정하는 문장이라기보다, 이승우가 전북에서 겪은 역할 변화와 팬들이 느낀 답답함을 압축한 표현에 가깝다. 수원FC 시절에는 결과가 곧 신뢰였다. 골이 쌓이면 다음 경기의 기대치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전북에서는 숫자가 쌓이기 전에 역할부터 흔들렸다.
수원FC의 이승우는 계산이 쉬운 선수였다
이승우가 K리그로 돌아온 뒤 가장 강렬했던 건 2022시즌이었다. 리그 14골 3도움. 단순히 골 수만 많은 게 아니라, 팀 공격이 막힐 때 박스 근처에서 직접 균열을 내는 장면이 많았다. 2023시즌에도 10골 3도움을 기록하며 우연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2024시즌 전북 이적 전까지 수원FC에서 18경기 10골 2도움. 경기 수를 감안하면 생산성은 여전히 높았다.
사실 이 정도 흐름이면 감독 입장에서도 쓰임새가 명확하다. 선발로 내보내든, 후반 승부수로 쓰든, 이승우에게 기대하는 건 공격포인트와 리듬 변화다. 특히 2024년 수원FC 시절의 그는 주로 교체로 나오는 시간이 많았는데도 두 자릿수 득점에 먼저 도달했다. 짧은 시간 안에 슈팅 위치를 잡고, 상대 수비가 정돈되기 전 틈을 파고드는 감각이 살아 있었다는 뜻이다.
- 2022시즌 K리그1 14골 3도움
- 2023시즌 K리그1 10골 3도움
- 2024시즌 전북 이적 전 18경기 10골 2도움
이 숫자만 보면 전북이 왜 그를 원했는지는 꽤 분명하다. 하위권 경쟁으로 내려앉은 팀에 필요한 건 분위기를 바꿀 선수였고, 이승우는 이름값뿐 아니라 최근 기록도 있었다. 문제는 영입 이후였다.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것과 그 선수가 다시 자기 리듬을 찾게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작업이다.
전북에서 숫자가 줄어든 건 우연만은 아니다
전북 합류 직후 상황은 쉽지 않았다. 이적 발표 직전 인천전에서 골을 넣고, 곧바로 새 팀에 들어갔다. 강원 원정 데뷔전은 합류 직후 치른 경기였고, 전북은 2-4로 졌다. 당시 김두현 감독은 이승우가 중원까지 내려와 빌드업에 관여한 점을 좋게 봤다. 흥미로운 대목이다. 공격수를 데려왔는데 첫 평가 포인트가 득점보다 연결과 관여였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가 빌드업에 참여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승우의 장점은 마지막 25미터 안에서 더 선명하게 나온다. 수비 사이에서 방향을 바꾸고, 한 박자 빠르게 슈팅하거나, 파울을 얻어내는 유형이다. 계속 내려와 공을 만지고 연결만 맡으면 장점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전북에서 2024년 12경기 2골 4도움, 2025년 리그 22경기 3골 1도움이라는 흐름은 단순한 컨디션 저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여기서 팬들이 말하는 신뢰의 문제가 나온다. 신뢰는 “네가 스타니까 계속 뛸 거야”가 아니다. 선수가 가장 잘하는 장면을 팀이 반복해서 만들어주는 것, 실수해도 다음 장면에서 다시 같은 역할을 맡기는 것, 그 과정이 쌓여야 한다. 그런데 전북의 이승우는 선발과 교체, 중앙과 측면, 공격수와 연결자 사이를 오가며 자기 역할을 완전히 고정하지 못한 느낌이 강했다.
전북의 사정도 있었다, 그래서 더 복잡하다
전북만 탓하기에도 이야기는 단순하지 않다. 2024년 전북은 K리그1 10위까지 밀렸고,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잔류했다. 그런 시즌엔 감독이 모험보다 관리에 끌리기 쉽다. 실점 리스크를 줄이고, 활동량과 수비 가담을 먼저 따지게 된다. 이승우 같은 공격 재능은 그럴 때 오히려 애매해질 수 있다. 팀이 공을 오래 소유하고 상대 진영에서 몰아치는 구조라면 빛나지만, 버텨야 하는 경기에서는 선택지가 뒤로 밀릴 수 있다.
2025년에는 전북이 긴 무패 흐름을 만들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팀이 잘 굴러가면 감독은 굳이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이 역시 이해는 된다. 그런데 선수 개인의 커리어 관점에서는 다르게 보인다. 이승우는 전성기 구간을 지나고 있는 공격수다. 벤치에서 팀 성적을 지켜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팬들은 묻게 된다. 전북은 이승우를 데려와서 무엇을 만들고 싶었던 걸까.
기록은 거짓말을 덜 하지만, 맥락 없이는 차갑다
수원FC 시절 18경기 10골 2도움이던 선수가 전북에서는 12경기 2골 4도움, 다음 시즌 리그 22경기 3골 1도움으로 내려앉았다. 이 숫자는 분명 아쉽다. 하지만 숫자만 던져놓고 “못했다”고 말하면 반쪽짜리 평가다. 출전 시간, 투입 시점, 맡은 위치, 팀의 경기 운영 방식까지 같이 봐야 한다. 특히 교체 투입이 잦은 선수는 90분 환산 기록과 실제 경기 영향력이 엇갈릴 때가 많다.
그래도 공격수에게 가장 강한 언어는 결국 골이다. 이승우도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더 답답했을 것이다.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증명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전북에서는 그 시간이 잘게 쪼개졌다. 한 경기에서 번뜩이면 다음 경기에 더 큰 역할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 팀 상황과 스쿼드 균형 속에서 계속 순번을 기다리는 그림이 반복됐다.
신뢰는 계약서보다 경기장에서 쌓인다
전북이 이승우를 가볍게 본 영입은 아니었다. 장기 계약과 높은 대우가 거론됐고, 이름값도 컸다. 그런데 축구에서 진짜 신뢰는 계약 조건보다 경기장에서 드러난다. 중요한 순간에 누구에게 공을 맡기는지, 흐름이 막힐 때 누구를 먼저 부르는지, 한 번 흔들린 뒤에도 다시 같은 책임을 주는지에서 보인다.
내가 보기엔 이승우와 전북의 어긋남은 감정 문제가 아니라 사용법의 문제에 더 가깝다. 이승우는 팀 전술에 맞춰 희생할 수 있는 선수지만, 그의 가치는 결국 박스 근처에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데 있다. 전북이 그를 단순한 분위기 전환 카드로만 쓰면 팬들의 의문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전북이 이승우에게 명확한 구역과 반복되는 패턴을 준다면, 아직 숫자는 다시 움직일 여지가 있다.
“신뢰 쌓는 팀 아니다”라는 말이 계속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팬들은 이승우가 매 경기 풀타임을 뛰어야 한다고만 말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왜 데려왔는지 보이는 방식으로 써달라는 쪽에 가깝다. 축구에서 신뢰는 말보다 패스 한 번, 선발 명단 한 줄, 교체 타이밍 하나에 더 선명하게 찍힌다. 이승우에게 필요한 건 특별대우가 아니라, 장점이 반복될 수 있는 자리다. 그 자리가 생기는 순간, 지금의 답답한 숫자도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바뀔 수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