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김지우 2순위 카드를 놓고 오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

얼마 전 드래프트 판도를 보다가 두산 차례에서 시선이 멈췄다. 전체 2순위라는 숫자는 보기엔 단순한데, 실제로는 구단의 방향을 꽤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자리다. 그냥 좋은 선수를 뽑는 문제가 아니라, 두산이 앞으로 몇 년을 어떤 야구로 버틸지까지 묻는 선택에 가깝다.
2027 KBO 신인드래프트는 KBO 발표 기준 2026년 9월 21일 열린다. 지명 순번은 2025시즌 성적 역순이고, 키움이 전체 1순위, 두산이 전체 2순위를 가진다. 현재 흐름상 키움은 부산고 하현승 쪽으로 기운 분위기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드래프트의 첫 번째 갈림길은 두산의 2순위가 됐다.
김지우가 정배로 불리는 이유
서울고 김지우가 두산 2순위 후보로 강하게 묶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능의 폭이 넓다. 투수로는 최고 153km/h까지 찍은 강한 공이 언급되고, 타자로도 손가락 부상 전까지 12경기 타율 0.429, 2홈런, 17타점이라는 생산력을 보여줬다는 보도가 나왔다. 고교 선수 기록에서 타율만 보면 표본 문제를 늘 생각해야 하지만, 장타와 타점이 같이 붙어 있다는 점은 그냥 맞히는 타자가 아니라 경기 흐름을 바꾸는 타자였다는 뜻으로 읽힌다.
더 흥미로운 건 해외 평가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170만 달러 규모 제안을 했고, 김지우가 국내 잔류를 택했다는 흐름은 KBO 구단 입장에서 꽤 큰 신호다. 해외 구단이 돈을 꺼냈다는 건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운동능력, 성장 여지, 포지션 가치 중 적어도 몇 가지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얘기다. 두산이 그 선수를 2순위에서 잡을 수 있다면, 팬들이 말하는 ‘두지우’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건 아니다.
그런데 왜 고민이 생기나
사실 전체 2순위에서 가장 쉬운 선택은 최고 재능을 뽑는 것이다. 그런데 두산 상황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최근 두산은 마운드 운용에서 왼손 카드의 깊이가 넉넉하다고 보기 어렵다. 보도에서 국내 좌완 불펜 자원으로 이병헌, 최주형 정도가 언급됐고, 아시아쿼터 좌완 타카다 다쿠토 활용까지 거론됐다. 단기 전력과 장기 전력을 함께 보면 좌완 투수 보강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서 서울디자인고 박근서, 유신고 이승원 같은 좌완 후보 이름이 등장한다. 박근서는 150km대 빠른 공과 강한 승부 성향, 이승원은 신체 조건과 제구, 경기 운영 능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두산이 김지우를 지나치고 좌완을 택한다면 팬 반응은 꽤 뜨거울 것이다. 하지만 프런트 입장에서는 “최고 재능”과 “가장 부족한 포지션” 사이에서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
두산이 보는 숫자는 팬과 다르다
팬들은 보통 공개된 성적과 하이라이트를 먼저 본다. 타율 0.429, 최고 153km/h, 메이저리그 오퍼 같은 숫자는 강렬하다. 그런데 구단은 여기에 다른 숫자를 더 붙인다. 타구 속도, 헛스윙 유도 능력, 변화구 회전수, 송구 안정성, 부상 이력, 체력 회복 속도, 프로 적응 예상 기간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같은 선수를 보고도 팬은 “왜 고민하지?”라고 느끼고, 구단은 “정말 2순위 자산을 여기에 써도 되나?”를 끝까지 따진다.
- 김지우 선택: 상위 재능과 타격 업사이드를 한 번에 가져가는 카드
- 좌완 투수 선택: 팀 약점을 직접 보강하고 마운드 균형을 맞추는 카드
- 리스크 비교: 김지우는 포지션 정착과 부상 변수, 좌완 후보들은 상위 지명 가치와 성장 곡선이 관건
개인적으로는 2순위라면 팀 사정보다 재능의 천장을 우선 보는 쪽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본다. 특히 야수형 상위 유망주는 제대로 터졌을 때 팀 라인업의 얼굴이 된다. 투수는 매년 수요가 크지만, 타석에서 리그 평균 이상을 길게 만들어내는 선수는 생각보다 훨씬 귀하다.
봉황대기 이후에도 남는 변수
드래프트 직전 전국대회는 늘 마지막 시험지처럼 소비된다. 올해도 봉황대기는 스카우트들이 현장을 확인하는 무대가 됐다. 다만 한두 경기 결과가 전체 평가를 뒤집는 건 조심해야 한다. 좋은 구단은 마지막 인상보다 누적된 관찰을 믿는다. 갑자기 구속이 오르거나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는 장면은 체크하되, 2년 가까이 쌓인 평가표를 하루 성적으로 갈아엎지는 않는다.
김지우의 경우 더 중요한 질문은 “두산이 그를 어떤 선수로 키울 것인가”다. 투타겸업 재능으로 볼지, 타자로 일찍 방향을 잡을지, 내야 수비 부담을 어디까지 줄지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진다. 두산이 2순위로 지명한다면 단순히 이름값을 잡는 게 아니라 육성 설계까지 같이 발표하는 셈이다.
2순위의 무게는 생각보다 크다
두산 팬 입장에서 김지우 지명은 꽤 매력적인 이야기다. 상위픽, 서울고, 메이저리그 관심, 타격 생산력, 빠른 공까지 붙어 있으니 서사가 충분하다. 근데 야구는 서사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2순위 선수는 입단 순간부터 비교 대상이 생긴다. 1순위 하현승과 비교되고, 뒤에서 뽑힌 좌완 투수들과도 비교된다. 3년 뒤 누가 1군에서 더 많은 가치를 만들었는지가 다시 기사 제목이 된다.
그래도 내가 두산이라면 김지우 쪽에 더 오래 눈이 간다. 좌완 보강은 절박하지만, 전체 2순위에서는 팀의 빈칸보다 리그 전체에서 드문 재능을 먼저 잡는 편이 낫다고 본다. 좋은 드래프트는 현재의 약점을 덮는 선택이 아니라, 미래의 중심을 만드는 선택일 때 오래 기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