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구자욱이 같은 겨울에 풀리면 삼성은 얼마나 흔들릴까 직접 따져봤다

요즘 삼성 경기를 보다 보면 점수판보다 먼저 보게 되는 게 있다. 원태인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갖는 무게, 그리고 구자욱이 타선 한가운데서 만들어내는 분위기다. 둘 중 한 명만 FA 시장에 나와도 겨울 내내 시끄러울 텐데, 2026시즌 뒤 두 이름이 동시에 테이블 위에 올라올 수 있다는 점은 삼성 팬 입장에선 꽤 묵직하게 다가온다.
투타 기둥이 같은 시기에 계약서를 다시 본다
원태인은 단순히 선발투수 한 명이 아니다. 삼성의 국내 선발 계산에서 가장 먼저 적는 이름이고, 로컬 보이 서사까지 붙어 있다. 2024년에는 15승으로 다승 공동 1위에 올랐고, 2025년에도 12승 4패, 평균자책점 3점대 초반 흐름을 만들었다. KBO에서 건강한 20대 중반 국내 선발이 시장에 나오면 가격은 숫자보다 희소성이 먼저 움직인다.
구자욱도 비슷하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팀 내 상징성은 절대 작지 않다. 2022시즌엔 부상과 부진이 겹쳤지만, 이후 다시 타격 생산력을 끌어올렸다. 특히 2024년 3할대 중반 타율, 30홈런 이상, 100타점 이상을 찍은 시즌은 구자욱의 시장가를 완전히 다시 쓴 해였다. 외야수이면서 장타와 컨택, 프랜차이즈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선수는 흔하지 않다.
돈보다 더 복잡한 건 타이밍이다
삼성이 어려운 이유는 총액 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원태인은 2026년 연봉 10억 원 계약으로 이미 몸값의 기준선을 높였다. FA A등급으로 시장에 나간다고 가정하면, 영입 구단은 계약금과 연봉 외에도 삼성에 전년도 연봉 200%와 보호선수 20명 외 보상선수, 또는 전년도 연봉 300%를 내야 한다. 원태인 기준으로는 보상금만 최대 30억 원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이 보상 장벽이 삼성에게 완전한 방패가 되진 않는다. 선발이 급한 팀은 계산법이 다르다. 외국인 투수 한 명이 흔들리고, 토종 선발 두 자리가 비면 30억 원은 부담이 아니라 입장료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우승권을 노리는 팀이라면 4년 계약 총액보다 당장 가을야구에서 던질 1선발급 국내 투수의 가치가 더 크게 보인다.
구자욱 쪽은 또 다른 시장이다. 그는 이미 5년 120억 원 비FA 다년계약을 경험한 선수다. 그래서 다음 계약은 단순한 첫 대박이 아니라 ‘두 번째 평가’에 가깝다. 나이, 수비 포지션, 장타 지속성, 부상 이력, 팀 리더십까지 한꺼번에 계산된다. 외야 FA 시장에 홍창기, 최지훈 같은 다른 유형의 선수들이 함께 묶이면 구자욱의 가격은 공급 상황에 따라 더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삼성이 잃는 건 WAR 표 하나가 아니다
기록으로 보면 둘의 공백은 투타에서 따로 발생한다. 원태인이 빠지면 선발 이닝, 국내 에이스 매치업, 불펜 소모 관리가 흔들린다. 구자욱이 빠지면 중심타선의 좌타 장타, 상대 배터리 압박, 라인업의 길이가 줄어든다. 그런데 실제 손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 원태인 이탈은 선발진 재편 비용을 키운다.
- 구자욱 이탈은 타선의 기준점을 낮춘다.
- 둘을 동시에 잡으면 샐러리 구조가 꽤 무거워진다.
- 둘 중 하나만 잡으면 팬심과 전력 균형 사이에서 논쟁이 커진다.
사실 삼성은 최근 몇 년 동안 젊은 투수, 장타력 있는 타자, 베테랑 포수진을 섞어 다시 경쟁력을 만들려 했다. 그런 팀에서 원태인과 구자욱은 성적표 위의 숫자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원태인은 ‘이 팀이 자체 육성 에이스를 지킬 수 있느냐’의 상징이고, 구자욱은 ‘프랜차이즈 타자가 끝까지 파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느냐’의 기준이다.
비FA 다년계약 카드가 왜 계속 거론될까
삼성이 가장 편한 길은 둘 다 시장에 나가기 전에 붙잡는 것이다. 비FA 다년계약은 선수에게 안정감을 주고, 구단에는 경쟁입찰 리스크를 줄이는 장점이 있다. 다만 선수 입장에선 FA 시장의 공개 경쟁을 포기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원태인은 해외 진출 가능성까지 언급돼 왔기 때문에 국내 잔류 계약 하나로만 계산하기 어렵다.
구자욱은 조금 다르다. 해외 도전보다 국내 시장에서의 가치 재평가가 더 현실적인 변수다. 이미 120억 원 계약을 치른 선수라 다음 계약에서 팬들이 보는 눈도 높다. 단순히 ‘얼마 받느냐’보다 계약 기간과 보장액, 옵션 비중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4년인지, 5년인지, 후반부 옵션이 어떻게 붙는지에 따라 같은 총액도 완전히 다른 계약이 된다.
팬들이 봐야 할 숫자는 몸값 하나가 아니다
이 상황을 볼 때 나는 총액 예상보다 세 가지를 더 보고 싶다. 첫째, 원태인의 2026시즌 후반기 이닝 관리다. 평균자책점이 조금 오르더라도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지키면 시장 평가는 크게 꺾이지 않는다. 둘째, 구자욱의 장타율이다. 타율보다 장타 생산이 살아 있느냐가 두 번째 대형 계약의 설득력을 만든다. 셋째, 삼성의 대체 자원이다. 내부에서 선발 한 자리와 중심타선 한 자리를 동시에 메울 그림이 없다면 협상 주도권은 선수 쪽으로 더 기운다.
솔직히 삼성 입장에선 둘 다 잡는 게 가장 깔끔하다. 하지만 프로 구단 운영은 감정만으로 되지 않는다. 장기계약 두 개를 동시에 얹는 순간, 이후 외국인 선수 구성과 불펜 보강, 젊은 선수 연봉 상승분까지 모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이 문제는 ‘잡아야 한다’에서 멈추면 부족하다. 어느 정도 기간과 구조로 잡아야 팀의 다음 5년이 버틸 수 있느냐가 진짜 싸움이다.
팬으로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도 거기에 있다. 원태인과 구자욱은 이미 삼성이 어떤 팀인지 설명해주는 선수들이다. 둘의 계약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는 한 겨울 이적 뉴스가 아니라, 삼성이 프랜차이즈 스타와 우승 경쟁력을 동시에 붙들 수 있는 팀인지 보여주는 시험대에 가깝다. 숫자는 차갑지만, 이 경우엔 그 숫자 뒤에 팀의 방향이 꽤 선명하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