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LAFC 프리시즌 0분, 막상 뚜껑 열어보니 달랐던 이야기

프리시즌 0분이라는 숫자가 먼저 튀어나왔다
얼마 전 LAFC 프리시즌 기록을 훑어보다가 손흥민 이름 옆에 찍힌 숫자를 보고 잠깐 멈췄다. 출전 0분. 이름값을 생각하면 꽤 낯선 기록이다. 새 시즌을 앞두고 팀 전술에 녹아들어야 할 시기인데, 공식 연습경기에서 단 1분도 뛰지 않았다는 건 팬 입장에선 그냥 넘기기 어렵다.
그런데 이 숫자는 단순히 ‘못 뛴다’로 읽으면 위험하다. LAFC 구단 소식에 따르면 손흥민은 포틀랜드와의 비공개 연습경기에서도 뛰지 않았지만, 팀 훈련에는 함께하고 있었다. 뉴시스 보도에서도 부상 없이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는 맥락이 따라붙었다. 그러니까 문제의 출발점은 부상 공백이 아니라 경기 투입을 얼마나 신중하게 관리했느냐 쪽에 더 가깝다.
프리시즌 5경기 또는 6경기 0분이라는 표현은 기사마다 집계 시점에 따라 조금 다르게 잡혔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LAFC가 손흥민을 테스트용 카드로 쓰지 않았고, 컨디션과 시즌 초반 일정을 우선했다는 점이다.
왜 굳이 아꼈을까
손흥민은 1992년생, 2026년 기준 만 34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나이만으로 선수를 재단할 수는 없지만, 프리시즌 운용 방식은 확실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젊은 선수에게 프리시즌은 증명과 실험의 무대다. 반면 검증된 베테랑에게는 몸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는 구간이다.
LAFC 입장에서도 계산이 있었다. 2026시즌은 MLS 정규리그만 있는 해가 아니다. 콘카카프 챔피언스컵, 리그 일정, 그리고 손흥민 개인에게는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 월드컵까지 엮이는 해다.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2월의 연습경기 30분보다 3월, 5월, 7월의 체력 잔고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사실 토트넘 시절부터 손흥민은 압축 일정에 익숙한 선수였다. 리그, 유럽대항전, 컵대회, 대표팀 장거리 이동까지 반복했다. 그런 선수를 LAFC가 프리시즌부터 무리하게 굴릴 이유는 크지 않았다. 이미 경기 감각과 자기 관리 능력이 검증된 선수라면, 팀 훈련에서 패턴만 맞추고 공식전에서 강도를 올리는 선택도 충분히 가능하다.
0분이 남긴 진짜 질문
- 몸 상태에 문제가 있어서 빠진 것인가
- 새 감독 체제에서 전술 적응 시간이 부족한가
- 부앙가, 에보비세, 측면 자원들과 호흡은 충분한가
- 시즌 초반부터 90분을 맡길 계획인가
팬들이 불안했던 건 당연하다. 프리시즌은 결과보다 과정이 보이는 시간이고, 그 과정에서 핵심 선수가 안 보이면 상상력이 불안 쪽으로 흐른다. 근데 스포츠에서 ‘안 뛰었다’와 ‘못 뛰었다’는 완전히 다르다.
공식전 첫 반응이 답을 조금 줬다
프리시즌 0분 논쟁이 길어지려던 순간, 손흥민은 콘카카프 챔피언스컵 레알 에스파냐전에서 바로 숫자로 답했다. LAFC가 6-1로 이긴 경기에서 손흥민은 1골 3도움을 기록했다. 출전 감각을 걱정하던 쪽에서는 보기 좋게 허를 찔린 경기였다.
이 장면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공격포인트 4개 때문만은 아니다. 프리시즌을 뛰지 않은 선수가 공식전에서 바로 영향력을 낸다는 건, 몸 상태보다 역할 이해도가 더 중요하게 작동했다는 뜻이다. 특히 손흥민은 전형적인 마무리 공격수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득점 장면뿐 아니라 전진 패스, 박스 근처 선택, 동료를 살리는 타이밍에서 LAFC 공격의 방향을 잡았다.
MLS 관련 보도에서는 데니스 부앙가의 득점력과 함께 손흥민의 창출 능력이 LAFC 대승의 핵심 요소로 언급됐다. 부앙가가 박스 안에서 폭발하는 선수라면, 손흥민은 상대 수비 라인을 흔들고 패스 길을 만들어주는 쪽에서도 가치를 보였다. 이 조합은 프리시즌 경기 수보다 실제 공식전에서 더 빨리 선명해졌다.
숫자 뒤에는 관리의 문법이 있다
스포츠 기록을 볼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게 있다. 숫자는 선명하지만, 숫자가 만들어진 이유는 흐릿할 때가 많다. 손흥민의 LAFC 프리시즌 출전 0분도 그렇다. 표면만 보면 위험 신호처럼 보인다. 그런데 훈련 정상 소화, 시즌 초반 공식전 폭발력, 장기 일정까지 붙여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물론 모든 의문이 사라진 건 아니다. 프리시즌을 건너뛴 선수는 시즌 중반에 부하가 갑자기 몰릴 수 있다. MLS는 이동 거리도 만만치 않고, 여름 경기 환경도 까다롭다. 손흥민이 90분을 반복해서 소화할 때 스프린트 빈도와 후반 활동량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는 계속 봐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체크할 기록은 골과 도움만이 아니다. 경기당 슈팅 수, 박스 안 터치, 기회 창출, 피파울, 후반 60분 이후 스프린트 장면을 같이 봐야 한다. 공격포인트가 잠깐 줄어도 이런 지표가 살아 있으면 경기 영향력은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팬 입장에서 볼 만한 포인트
- 부앙가와 손흥민의 위치가 겹치는지, 서로 공간을 열어주는지
- 손흥민이 왼쪽에서 안으로 접는 빈도가 유지되는지
- 역습 때 첫 패스가 손흥민을 향하는 비율이 높은지
- 후반 교체 또는 관리 출전이 늘어나는 시점이 언제인지
솔직히 프리시즌 0분이라는 숫자는 꽤 자극적이다. 기사 제목으로도 세고, 팬 커뮤니티에서 말이 나오기 좋은 소재다. 하지만 첫 공식전에서 1골 3도움이 나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LAFC는 위험을 감수한 게 아니라, 손흥민이라는 베테랑의 사용법을 꽤 차분하게 고른 셈이다. 이 시즌의 재미는 이제부터다. 0분에서 시작한 선수가 긴 시즌 끝에 어떤 누적 기록을 남길지, 그 흐름을 따라가는 맛이 꽤 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