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은 왜 떠났고 손아섭은 왜 남고 또 떠났나, 롯데 팬이 숫자로 다시 본 선택의 이야기

얼마 전 예전 롯데 라인업을 다시 보다가, 황재균과 손아섭 이름이 나란히 있는 장면에서 잠깐 멈췄습니다. 그때는 둘 다 그냥 잘 치고 많이 뛰는 선수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두 사람의 선택은 꽤 다른 방향으로 흘렀더라고요. 황재균은 먼저 바깥을 봤고, 손아섭은 한 번 더 남았다가 결국 다른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황재균의 떠남은 도전에서 시작됐다
황재균이 롯데를 떠난 첫 장면은 단순한 이적이라기보다 메이저리그 도전이었습니다. 2016시즌 황재균은 타율 0.335, 27홈런, 113타점이라는 커리어급 성적을 찍었습니다. 3루수로 이 정도 생산력을 보여준 국내 타자는 시장에서 당연히 크게 보일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2015년 포스팅에서는 손아섭과 황재균이 모두 미국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흐름을 보면 기량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포스팅 순서, 시장 타이밍, 선수 유형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평가가 복잡하게 꼬였습니다. 황재균 입장에서는 그래서 더 FA 자격을 얻은 뒤 직접 도전하는 방식이 필요했을 겁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1년은 길게 남은 성공담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 선택은 황재균 커리어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돌아온 뒤 그는 롯데가 아니라 KT와 4년 88억 원 계약을 맺었습니다. 여기서 떠남의 이유는 꽤 선명합니다. 메이저리그 도전 이후 국내 복귀 시장에서 KT는 확실한 3루수와 중심타자가 필요했고, 황재균에게는 새 팀에서 중심 역할을 맡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KT 선택은 돈만으로 읽기 어렵다
물론 4년 88억 원은 거대한 숫자입니다. 하지만 그 숫자만 보면 이야기가 너무 납작해집니다. 당시 KT는 1군 진입 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고, 3루와 중심타선 보강이 절실했습니다. 신생팀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성적도 필요했고, 팬들이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얼굴도 필요했습니다.
황재균에게 KT는 그냥 계약서가 좋은 팀이 아니었습니다. 본인이 팀의 우선순위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팀이었죠. 실제로 KT는 황재균을 데려오며 팀 성장의 중심 역할을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은 나중에 2021년 창단 첫 통합우승이라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황재균은 그 시즌 주장으로 팀의 상징적인 베테랑 역할을 했습니다.
- 2016시즌 롯데: 타율 0.335, 27홈런, 113타점
- 2017년 국내 복귀 후 KT 계약: 4년 총액 88억 원
- 2021년 KT: 창단 첫 통합우승, 황재균은 주장
그래서 황재균의 떠남은 ‘롯데가 싫어서’라기보다, 커리어의 다음 역할을 찾아간 이동에 가깝습니다. 먼저 큰 무대를 두드렸고, 돌아와서는 자신을 중심 조각으로 보는 팀을 택했습니다. 팬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지만, 선수 커리어로 보면 꽤 일관된 흐름입니다.
손아섭은 한 번 남았고, 그다음에 움직였다
손아섭의 선택은 황재균과 결이 달랐습니다. 2017시즌 뒤 첫 FA 때 손아섭은 롯데에 남았습니다. 계약 규모는 4년 98억 원. 이때 롯데는 강민호를 삼성으로 보내는 충격을 겪었지만, 손아섭은 붙잡았습니다. 팬들에게는 프랜차이즈 타자의 잔류라는 의미가 컸습니다.
사실 손아섭은 기록으로 말하는 선수입니다. 홈런 한 방으로 판을 뒤집는 유형이라기보다, 매년 타석에 서고 안타를 쌓으며 팀 공격의 바닥을 받치는 타입입니다. 2010년부터 긴 시간 동안 세 자릿수 안타 시즌을 이어간 흐름은 그냥 꾸준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합니다. 몸 관리, 타격 기술, 타석 접근법이 다 같이 버텨야 가능한 기록입니다.
그런 손아섭이 2021시즌 뒤 NC를 선택했을 때도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그는 당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NC는 4년 총액 64억 원을 제시했고, 손아섭은 15년 동안 입었던 롯데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손아섭 선택의 본질은 필요받는 자리였다
손아섭의 NC행을 지역 라이벌 이적으로만 보면 감정이 앞섭니다. 그런데 선수의 말과 기록 흐름을 같이 보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손아섭은 ‘우승 가능성’과 ‘필요성’을 같이 봤습니다. 베테랑 타자에게 중요한 건 단순 출전 시간이 아닙니다. 어느 타순에서, 어떤 역할로, 팀이 얼마나 분명하게 자신을 쓰려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NC 이적 첫해였던 2022년에는 타율 0.277로 기대보다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2023년에는 타율 0.339, 187안타로 생애 첫 타격왕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2024년 6월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통산 2,505번째 안타를 때리며 박용택의 2,504안타를 넘어 KBO 통산 최다안타 1위가 됐습니다. 이 장면은 손아섭이 왜 계속 기회를 찾아 움직였는지를 설명해주는 숫자입니다.
- 2017년 첫 FA: 롯데 잔류, 4년 총액 98억 원
- 2021년 두 번째 FA: NC 이적, 4년 총액 64억 원
- 2024년 6월 20일: KBO 통산 2,505안타 신기록
- 2025년 7월: 한화로 트레이드
- 2026년 2월: 한화와 1년 1억 원 계약
근데 이 숫자들이 묘한 감정을 남깁니다. 손아섭은 KBO 최다안타 타자가 됐지만, 베테랑 시장에서는 다시 냉정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2026년 FA 시장에서 나이, 수비 포지션, 지명타자 활용도, 보상 부담 같은 요소가 겹치며 계약이 늦어졌고, 결국 한화와 1년 계약을 맺었습니다. 기록은 위대하지만 시장은 늘 현재와 미래를 계산합니다. 이 간극이 베테랑 선수의 현실입니다.
두 사람의 선택이 남긴 롯데의 시간
황재균과 손아섭을 같이 보면 롯데의 한 시대가 보입니다. 황재균은 도전과 새 역할을 따라 움직였고, 손아섭은 남는 선택을 한 번 한 뒤 우승 가능성과 필요성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팬들은 떠난 선수를 감정으로 기억하지만, 기록은 조금 더 차갑고 오래 남습니다.
황재균은 KT에서 우승 주장의 장면을 만들었고, 손아섭은 NC에서 KBO 최다안타의 문을 열었습니다. 둘 다 롯데를 떠난 뒤 자기 커리어의 대표 장면을 다른 팀에서 만들었다는 점이 꽤 아픕니다. 하지만 동시에 선수 선택이 꼭 배신이나 미련의 언어로만 읽힐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프로야구에서 프랜차이즈라는 말은 낭만적입니다. 그런데 선수의 시간은 짧고, 시장의 평가는 빠르게 바뀝니다. 황재균의 떠남에는 큰 무대와 중심 역할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손아섭의 선택에는 자신을 확실히 필요로 하는 팀에서 계속 증명하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 이야기는 단순한 이적사가 아니라, 좋은 선수가 자기 커리어를 어디에 걸었는지 보여주는 꽤 선명한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