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발 제외 논란을 기록으로 다시 봤더니, 홍명보 선택이 전부 감정 문제였을까

얼마 전 남아공전 다시보기를 켜놓고 전반 20분쯤 멈춘 적이 있습니다. 처음 볼 때는 손흥민이 벤치에 앉아 있다는 장면 자체가 너무 커서 경기 내용이 잘 안 들어왔는데, 다시 보니 논란의 방향이 조금 단순하게 흘렀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홍명보 측 손흥민 선발 제외 논란 반론을 하려면 무조건 감독을 감싸는 쪽으로 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록과 흐름을 같이 놓고 봐야 말이 됩니다.
선발 제외는 충격이었지만, 전술 카드 자체는 존재했다
손흥민이 월드컵 본선에서 벤치 출발했다는 사실은 상징성이 큽니다. 2014년 브라질 대회부터 대표팀의 공격 중심이었고, 주장 완장까지 찬 선수니까요. 팬들이 놀란 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축구적으로만 보면 에이스를 후반 카드로 남기는 선택 자체가 불가능한 전략은 아닙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전후로 상대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손흥민을 투입하는 구상을 이야기했습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손흥민의 활동량 관리, 조별리그 3차전의 체력 변수, 후반 공간 활용을 묶어 생각한 셈입니다. 한국일보 보도에서도 홍 감독 체제에서 손흥민 출전 시간을 조절하려는 흐름이 이전부터 있었다는 점이 언급됐습니다. 즉, 갑자기 떠오른 감정적 선택이라고만 단정하기에는 앞뒤 맥락이 있습니다.
문제는 선택보다 실행이었다
솔직히 반론을 하더라도 이 부분은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남아공전 결과는 0-1 패배였습니다. 슈팅 수는 한국 8개, 남아공 13개였고 유효슈팅도 3-4로 밀렸습니다. 손흥민을 아낀 뒤 후반에 판을 바꾸겠다는 그림이었다면, 최소한 전반을 버티거나 상대를 흔드는 장면이 더 많이 나왔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경기는 한국이 주도권을 안정적으로 잡지 못했습니다.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함께 들어갔습니다.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원래 구상이 ‘상대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중후반 승부’였다면, 하프타임 투입은 계획이 예상보다 빨리 흔들렸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러니 비판의 초점은 ‘왜 손흥민을 뺐나’ 하나로만 좁히기보다, 손흥민 없이 45분을 어떻게 버틸 계획이었고 왜 그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로 가야 더 정확합니다.
감정설은 자극적이지만, 입증과 해석은 다르다
논란이 커진 이유는 단순한 전술 실패를 넘어 불화설까지 붙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보이콧, 선수단 내부 이견, 손흥민과 이재성의 동시 선발 제외가 한 덩어리로 묶이면서 이야기가 훨씬 커졌습니다. 근데 여기서 조심할 부분이 있습니다. 라인업 결과와 내부 분위기 의혹이 시간상 맞물렸다고 해서, 곧바로 원인과 결과로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
MBC가 전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 내용에 따르면 홍명보 전 감독은 손흥민과 이재성을 선발에서 뺀 이유를 전술적 판단이라고 밝혔고, 인터뷰 재개를 둘러싼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팀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동아일보 보도에서도 홍 전 감독 측은 개인감정이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물론 이 발언만으로 모든 의혹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팬 입장에서 분석할 때도 ‘의혹’과 ‘확인된 사실’은 구분해야 합니다.
손흥민 없는 전반의 데이터가 남긴 숙제
대표팀이 손흥민을 빼고 시작할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그럴 때 팀이 무엇을 얻느냐입니다. 손흥민이 빠지면 상대 수비가 라인을 올릴 부담이 줄어들 수 있고, 한국은 뒷공간 위협이라는 가장 쉬운 억제력을 잃습니다. 대신 전방 압박 강도, 중앙 숫자, 세트피스 높이, 측면 반복 침투 같은 다른 이득을 가져와야 합니다.
남아공전 선발 구성은 오현규와 황희찬 등을 통해 활동량과 직선성을 기대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흐름에서는 그 장점이 뚜렷하게 점수판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손흥민이 없어서 졌다고만 말하기도 단순하지만, 손흥민을 뺐을 때 생기는 공격 억제력 손실을 다른 방식으로 메우지 못한 건 분명한 기록상의 문제입니다.
- 선발 제외 자체: 체력 관리와 후반 승부라는 논리는 가능했다
- 경기 운영: 전반 플랜이 상대를 충분히 흔들지 못했다
- 논란 확산: 전술 실패와 내부 의혹이 섞이며 감정설이 커졌다
- 기록 평가: 패배, 슈팅 열세, 이른 교체가 비판을 키웠다
비판은 필요하지만, 좋은 비판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저는 홍명보 감독의 선택이 성공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결과도 나빴고, 경기 내용도 설득력이 부족했습니다. 특히 비기기만 해도 조 2위 확정이 가능했던 경기에서 가장 큰 공격 카드를 벤치에 둔 선택은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컸습니다.
다만 손흥민 선발 제외를 곧바로 ‘감정적 배제’로 못 박는 방식은 기록을 보는 팬 입장에서는 조금 아쉽습니다. 더 날카로운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왜 손흥민 없는 전반 플랜이 그렇게 밋밋했는가. 왜 후반 조커 전략을 45분 만에 수정해야 했는가. 왜 이재성까지 함께 빠진 상황에서 중원 연결 구조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는가. 이 질문들이 쌓여야 다음 대표팀 축구도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스타 한 명의 이름값보다 중요한 건, 그 선수를 쓰거나 쉬게 할 때 팀 전체가 어떤 숫자와 장면을 만들어내느냐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