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최준용 사용법 완성됐다고 느낀 이유: 15세이브와 9홀드 사이의 진짜 이야기

요즘 롯데 경기 후반부를 보다 보면, 최준용이 몇 회에 올라오느냐보다 왜 그 타이밍에 올라왔는지가 더 궁금해진다. 예전에는 그냥 공 빠른 젊은 필승조로만 봤는데, 올해 숫자를 따라가면 이야기가 꽤 입체적이다. 롯데, 최준용 사용법 완성이라는 말은 거창한 찬사가 아니라, 이제야 이 투수의 장점과 약점을 동시에 인정하는 운용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뜻에 가깝다.
기록은 애매한 듯 선명하다
KBO 기록실 기준으로 최준용은 55경기, 53과 3분의 2이닝을 던지며 4승 3패, 15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 4.19를 기록 중이다. 숫자만 딱 보면 압도적인 뒷문 수호자 느낌은 아니다. 피안타 55개, 볼넷 24개, WHIP 1.47도 안정감이라는 단어와는 살짝 거리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이 나온다. 삼진은 57개다. 9이닝당 탈삼진이 9.56개로, 공 자체가 타자를 이길 힘은 여전히 충분하다. FIP 4.12, ERA- 89.6, FIP- 88.1이라는 보정 지표를 놓고 보면 리그 평균보다 나쁜 투수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맞아 나가는 날보다 스스로 카운트를 어렵게 만드는 날이다.
- 강점: 평균 148km대 직구와 9이닝당 9개를 넘는 탈삼진 능력
- 불안 요소: 10%대 볼넷 비율과 1.47 WHIP
- 운용 포인트: 고정된 9회보다 타순과 흐름을 보고 쓰는 쪽이 효율적
9회 고정보다 승부처 카드가 맞다
롯데가 시즌 중반 김원중을 다시 9회 쪽에 세우고 최준용을 7~8회, 때로는 6회 중요한 순간까지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건 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최준용은 세이브 15개를 올릴 수 있는 투수지만, 세이브 기회 34번에서 블론세이브 7개가 있었다는 점도 같이 봐야 한다. 이건 실패 낙인이 아니라 역할 설계의 힌트다.
사실 강한 공을 가진 투수라고 해서 모두 9회 고정형으로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다. 최준용은 첫 타자와의 승부에서 카운트를 잡으면 순식간에 이닝을 지울 수 있다. 반대로 볼넷 하나가 붙으면 투구 수가 늘고, 직구 타이밍을 노린 타자에게 장타를 허용할 위험도 커진다. 그러니 가장 좋은 사용법은 이름값 때문에 마지막 이닝에 묶어두는 게 아니라, 상대 중심타선이 올라오는 구간에 짧고 세게 쓰는 방식이다.
셋업이 좌천이 아니라 맞춤 배치인 이유
팬 입장에서는 9회를 맡다가 앞 이닝으로 이동하면 밀려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근데 경기 안쪽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다르다. 7회 1사 1, 2루에서 상대 3~4번을 만나는 상황이 9회 3점 차보다 훨씬 무겁다. 최준용의 공은 바로 그런 장면에서 가치가 커진다. 헛스윙을 만들 수 있고, 뜬공 비율이 높은 편이라 한 방 위험만 줄이면 흐름을 끊는 힘이 있다.
구종 구성은 아직 성장 중이다
야구나라 집계 기준으로 최준용의 구종은 직구 59.6%, 체인지업 18.8%, 슬라이더 15.6%, 커브 3.5% 흐름이다. 평균 구속은 직구 148.4km, 체인지업 135.1km, 슬라이더 136.8km로 잡힌다. 숫자로 보면 여전히 직구 중심 투수지만, 예전처럼 힘으로만 찍어 누르는 타입으로 단순화하긴 어렵다.
여기서 체인지업 비중이 중요하다. 우타자 상대 직구와 슬라이더만 반복하면 타자는 결국 타이밍을 맞춘다. 하지만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살아 있으면 좌타자 상대 선택지가 늘고, 직구의 체감 속도도 더 올라간다. 최준용 사용법이 완성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은 이 구종 조합을 전제로 한다. 직구를 살리는 변화구, 변화구를 믿게 만드는 직구. 이 균형이 잡힐수록 롯데 벤치가 누를 수 있는 버튼도 많아진다.
롯데 불펜 퍼즐에서 최준용은 어디에 놓이나
롯데는 팀 성적만 보면 답답한 구간이 많았다. 124경기 기준 53승 69패 2무, 최근 10경기 3승 7패라는 흐름은 가을 냄새와 거리가 있다. 그래서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팀이 하위권에 있을 때 불펜 운용은 단순히 오늘 한 경기를 막는 문제가 아니라 다음 시즌의 구조를 남기는 작업이 된다.
최준용을 무조건 9회에 박아두면 기록은 보기 좋을 수 있다. 세이브 숫자는 팬들에게 직관적이고, 선수에게도 상징성이 있다. 하지만 롯데가 진짜 얻어야 할 건 최준용이라는 투수를 오래, 강하게, 가장 아픈 순간에 쓰는 방법이다. 15세이브와 9홀드가 같이 있다는 건 애매함이 아니라 확장성이다. 클로저도 가능하고, 셋업도 가능하고, 타순이 가장 센 구간을 끊는 소방수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나는 그래서 롯데, 최준용 사용법 완성이라는 표현을 이렇게 받아들인다. 최준용을 특정 보직 이름에 가두지 않고, 구위가 가장 빛나는 15~20구 안팎의 접전 구간에 배치하는 것. 평균자책 4점대만 보고 실망하기엔 삼진 능력이 아깝고, 세이브 숫자만 보고 9회에 고정하기엔 볼넷 리스크가 뚜렷하다. 좋은 투수는 쓰임새가 넓고, 좋은 벤치는 그 넓이를 경기 흐름 안에서 정확히 꺼낸다. 롯데가 그 감각을 잃지 않는다면 최준용은 단순한 불펜 한 명이 아니라 경기 후반의 방향을 바꾸는 카드로 남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