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새얀 13년 차 연봉 3000만 원을 기록으로 따라가봤더니

숫자 하나가 너무 차갑게 보였던 날
얼마 전 여자배구 FA 계약 흐름을 보다가 전새얀 이름 옆에 붙은 3000만 원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13년 차 선수, 아웃사이드 히터, 한국도로공사에서 오래 버틴 베테랑. 그런데 공시된 금액은 옵션 없이 연봉 3000만 원이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숫자가 먼저 세게 들어왔습니다.
프로 스포츠에서 연봉은 감정표가 아니라 활용 가치의 가격표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전새얀의 경우는 유난히 이야기가 많습니다. 2023년 FA 때 도로공사와 맺은 계약은 총액 2억1000만 원이었습니다. 연봉 1억8000만 원에 옵션 3000만 원. 거기서 2026년 FA 계약의 3000만 원까지 내려오면 총액 기준 차이는 1억8000만 원, 비율로는 약 85.7% 감소입니다. 이건 그냥 삭감이라는 단어 하나로 넘기기엔 꽤 큰 낙폭입니다.
전새얀의 기록은 한 번에 무너진 게 아니었다
전새얀을 숫자로만 보면 2025-2026시즌의 18경기 23득점이 먼저 눈에 띕니다. 공격수에게 23득점은 너무 적습니다. 특히 아웃사이드 히터라면 공격, 리시브, 수비에서 동시에 평가를 받는데, 출전 시간이 줄면 공격 리듬도 같이 끊깁니다. 기회를 못 받으니 점수가 줄고, 점수가 줄어 다시 기회가 좁아지는 흐름이 생긴 겁니다.
그런데 그 앞의 시간을 같이 봐야 합니다. 전새얀은 2019-2020시즌부터 2024-2025시즌까지 6시즌 연속 100득점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2021-2022시즌에는 225득점, 공격 성공률 35.10%까지 찍었습니다. 팀의 절대 에이스는 아니었더라도, 경기 흐름을 바꾸는 카드로는 확실히 존재감이 있었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게 갈립니다
- 2021-2022시즌: 225득점, 공격 성공률 35.10%
- 2019-2020시즌부터 2024-2025시즌까지: 6시즌 연속 100득점 이상
- 2025-2026시즌: 18경기 출전, 23득점
- 2023년 FA 계약: 총액 2억1000만 원
- 2026년 FA 계약: 연봉 3000만 원
이 표가 말해주는 건 단순합니다. 전새얀의 가치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게 아니라, 팀 내 역할이 서서히 줄어든 끝에 연봉표가 그 변화를 냉정하게 반영했다는 겁니다.
도로공사 입장에서 보면 왜 이런 선택이 나왔나
팬 입장에서는 13년 차 선수에게 3000만 원이라는 숫자가 야속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구단 사정을 놓고 보면 계산은 또 다릅니다. 도로공사는 강소휘, 타나차, 김세인 등 측면 자원을 두고 시즌을 운영했고, 2026-2027시즌을 앞두고는 박정아 복귀 변수까지 있었습니다. 전새얀이 예전처럼 긴 출전 시간을 보장받기 어려운 구조였죠.
아웃사이드 히터는 공격만으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면 세터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공격 성공률도 같이 눌립니다. 전새얀은 한때 교체 투입 후 분위기를 바꾸는 선수였지만, 2025-2026시즌 도로공사의 로테이션 안에서는 그 역할마저 제한됐습니다. 그러니 3000만 원은 선수의 커리어 전체를 평가한 금액이라기보다, 다음 시즌 도로공사가 예상한 출전 비중에 가까운 숫자였습니다.
3000만 원은 끝점이 아니라 이동을 위한 숫자였다
여기서 중요한 장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전새얀은 도로공사와 최저 연봉 수준으로 계약한 뒤, 트레이드나 방출 후 타팀 계약 가능성을 열어둔 흐름으로 움직였습니다. 한국배구연맹 공시와 연합뉴스 보도 흐름을 이어 보면, 6월 30일 자유신분선수로 풀렸고 곧바로 SOOP행이 전해졌습니다. 이후 SOOP 영입 소식과 함께 연봉 5500만 원 계약으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3000만 원은 단순히 낮아진 몸값만 뜻하지 않습니다. 도로공사 안에서 출전 기회가 거의 보이지 않는 선수가 새 팀으로 이동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통로처럼 보입니다. 물론 선수 자존심을 생각하면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겁니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프로에 들어와 10년 넘게 버틴 선수가 이런 숫자를 받아들인다는 건, 아직 코트에 남고 싶다는 마음이 꽤 강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새얀에게 남은 승부는 역할의 재발견이다
SOOP에서 전새얀의 위치는 도로공사 때와 다를 수 있습니다. 새 팀은 경험 많은 선수가 필요하고, 전새얀은 긴 시즌을 버티는 법을 압니다. 풀타임 주전이 아니더라도 리시브 라인을 잠깐 안정시키거나, 특정 로테이션에서 공격 선택지를 늘리거나, 어린 선수들이 흔들릴 때 코트 안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은 분명히 있습니다.
팬들이 13년 차 연봉 3000만 원이라는 숫자에 멈칫한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단순히 적은 돈이라서가 아닙니다. 한 선수의 전성기, 팀 사정, 출전 시간, FA 제도, 새 출발까지 한꺼번에 들어 있는 숫자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새얀의 다음 시즌을 볼 때 득점만 보진 않을 것 같습니다. 몇 점을 냈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순간에 투입되고 그 몇 번의 랠리에서 팀의 호흡을 바꿔놓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베테랑의 가치는 가끔 박스스코어보다 한 박자 늦게 드러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