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다저스 DFA 전망을 다시 보게 된 이유

얼마 전 김혜성의 DFA 가능성이 거론된 기사를 보고 잠깐 멈칫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도루와 수비로 존재감을 보였던 선수가 벌써 40인 로스터 밖으로 밀릴 수 있다니. 그런데 기록과 팀의 겨울 일정을 함께 놓고 보니, 이 이야기는 단순히 타율 하나로 설명할 수 없었다.
숫자는 버티고 있지만 출전 기회가 줄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기록에서 김혜성의 2026년 성적은 43경기, 116타수 30안타, 타율 0.259다. 출루율은 0.323, OPS는 0.651이고 홈런 1개, 도루 5개를 남겼다. 2025년에는 71경기에서 타율 0.280, OPS 0.699, 도루 13개였다. 한 시즌 사이 OPS가 0.048 내려간 것도 눈에 띄지만, 내게 더 크게 보이는 숫자는 71경기에서 43경기로 줄어든 출전 규모다.
타율 0.259만 보면 당장 자리를 잃어야 할 성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저스가 김혜성에게 기대한 역할은 안타 몇 개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수비 위치를 맡고, 출루하면 빠른 발로 흐름을 흔들어야 한다. 출전 자체가 줄면 그 장점을 보여줄 장면도 함께 사라진다. 116타수는 타격 능력을 단정하기에 넉넉한 표본이 아니지만, 구단은 다음 시즌 로스터를 짤 때 제한된 기회에서 나온 결과까지 판단 재료로 삼을 수밖에 없다.
가을 로스터가 보여준 다저스의 선택
포스트시즌의 흐름은 더 선명했다. 다저스는 디비전시리즈 로스터에 김혜성을 넣어 대주자와 경기 후반 수비 자원으로 활용할 여지를 남겼다. 이후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투수 저스틴 로블레스키를 추가하며 김혜성을 제외했다. 짧은 시리즈에서 벤치 야수 한 자리보다 투수 한 자리가 더 필요하다고 본 선택이었다.
물론 포스트시즌 26인 로스터에서 빠졌다고 해서 곧바로 40인 로스터에서도 제외되는 건 아니다. 두 명단은 목적이 다르다. 그래도 다저스가 중요한 경기에서 김혜성의 역할을 얼마나 좁게 봤는지는 읽힌다. 2025년에는 2루수와 중견수,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기록이 있고, 발도 확실한 무기였다. 그런 선수가 2026년 가을에는 벤치 자리 경쟁에서 밀렸다는 점이 겨울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DFA 이야기가 나온 배경은 40인 로스터다
겨울에는 유망주 보호 일정도 있다. 다저스 관련 매체들은 2026년 시즌 종료 후 40인 로스터 인원을 37명으로 집계했고, 11월 17일 보호 명단 제출을 앞두고 크리스티안 사수에타와 잭슨 페리스 등 유망주의 등록 가능성을 거론했다. 빈자리가 세 칸이라면 당장 누구를 빼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추가 등록과 영입이 이어지면 자리는 빠르게 줄어든다.
여기서 DFA의 뜻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 규정상 DFA는 선수를 40인 로스터에서 즉시 제외하는 절차다. 구단은 이후 정해진 기간 안에 트레이드하거나 웨이버 등 다음 절차를 밟는다. 최근 보도도 김혜성의 DFA를 확정된 거래로 전한 게 아니라, 로스터 공간이 부족해질 경우 다저스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로 제시했다. 전망과 발표 사이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남을 이유와 떠날 가능성이 함께 있다
김혜성에게 유리한 점도 분명하다. 27세에 2루와 유격수, 중견수 경험이 있고, 2025년에는 14번의 도루 시도 중 13번을 성공했다. 이런 선수는 긴 시즌 동안 부상이나 휴식이 생겼을 때 쓸모가 크다. 2027년까지 이어지는 계약도 다저스가 서둘러 관계를 끊어야 할 이유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다저스처럼 선수층이 두꺼운 팀에서는 ‘쓸모가 있다’와 ‘40인 로스터 한 자리를 계속 차지한다’가 같은 말이 아니다. 2026년 OPS 0.651에 홈런 1개라는 결과는 타석을 더 달라고 주장하기엔 약하다. 다저스 전문 매체 다저스비트는 트리플A OPS도 0.675였다고 전했다. 타격 반등의 근거를 빅리그 밖에서 충분히 쌓았다고 보기에도 조심스러운 수치다.
내가 보는 순서는 이렇다. 다저스는 먼저 유망주 보호와 외부 영입 규모를 계산하고, 김혜성을 남겼을 때의 수비·주루 가치와 다른 선수의 활용도를 비교할 것이다. 자리가 정말 모자란다면 트레이드나 DFA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반대로 공간을 다른 방식으로 만들거나 김혜성의 다재다능함을 높게 평가하면 잔류할 수도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DFA가 일어날지 단정하는 일이 아니라, 다음 로스터 이동에서 다저스가 그에게 어떤 자리를 남겨두는지 지켜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