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홍창기·박동원 다년 계약 거절 뒤 기록이 말해준 것

얼마 전 LG의 2026시즌 기록을 다시 펼쳐봤는데, 홍창기와 박동원의 숫자에서 손이 멈췄다. 시즌 전 두 선수에게 다년 계약을 제안했던 LG는 끝내 계약을 맺지 못했다. 두 선수는 FA 시장의 평가를 받을 기회를 택했고, 정규시즌 성적은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계약을 거절한 선택을 한 시즌의 타율만으로 재단할 수 있을까. 기록을 들여다볼수록 두 선수의 사정은 조금 다르게 읽힌다.
시즌 전에 멈춘 협상, 시즌 뒤 달라진 숫자
LG는 2026시즌을 앞두고 홍창기와 박동원에게 다년 계약을 제안했다. 홍창기는 시즌을 마치면 처음 FA 자격을 얻는 선수였고, 박동원은 LG와 맺은 4년 65억 원 계약의 마지막 해를 앞두고 있었다. 먼저 계약을 맺으면 구단은 주축 선수의 거취를 일찍 확정할 수 있다. 선수에게는 앞으로 몇 년의 조건을 확보하는 선택이다. 반대로 FA 시장에 나가면 다른 구단의 평가까지 확인할 수 있지만, 그전에 한 시즌을 더 치러야 한다.
공개된 보도만으로는 당시 LG가 제시한 계약 기간이나 금액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의 성적을 놓고 ‘그때 받았어야 했다’고 단정하는 건 조심스럽다. 확실한 건 협상 당시의 기대치와 시즌이 끝난 뒤의 성적표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OSEN 보도에서 차명석 LG 단장은 개막 뒤 두 선수와 다년 계약을 두고 추가로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계약 이야기는 잠시 멈췄고, 그 사이 시장에서 참고할 새 기록이 쌓였다.
홍창기는 출루했지만, 공격의 모양이 달랐다
홍창기의 2026년 정규시즌 기록은 128경기 타율 0.239, 출루율 0.375, OPS 0.659다. 415타수 99안타에 홈런은 없었고 69득점을 올렸다. 출루율 0.375만 떼어 보면 여전히 출루 능력이 있는 타자다. 그런데 2023년과 2024년 연속 출루율 1위에 올랐던 홍창기의 기준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타 생산과 장타가 함께 줄면서, 출루 뒤에도 상대 투수에게 주는 압박이 예전 같지 않았다.
특히 타율과 출루율의 차이가 0.136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안타가 잘 나오지 않는 동안에도 볼넷과 몸에 맞는 공 등으로 출루율을 지탱했다는 뜻이다. 리드오프에게 귀한 능력인 건 맞다. 다만 1번 타자가 안타로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거나 스스로 득점권에 가는 장면이 줄면, 뒤 타순의 공격 방식도 달라진다. 2026년 홍창기를 볼 때 ‘출루율이 괜찮다’와 ‘평소의 홍창기답지는 않았다’는 말이 함께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번 하락이 곧 앞으로의 기준선이라고 볼 수도 없다. 홍창기는 2025년 무릎 부상으로 정규시즌 51경기에만 출전했다. 2026년에는 128경기를 뛰며 출전 수를 회복했지만 타격 성적은 반등하지 못했다. FA 협상에서는 건강하게 계속 뛸 수 있는지와 타격 내용을 되찾을 수 있는지가 서로 다른 질문이 될 듯하다.
박동원은 포수라서, 타격 숫자만으로는 부족하다
박동원은 2026년 128경기에서 타율 0.225, 14홈런, 56타점, OPS 0.727을 기록했다. 2023년과 2024년 각각 20홈런, 2025년 22홈런으로 이어지던 흐름이 끊겼다. 포수의 14홈런을 적은 수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LG가 지난 3년 동안 기대해 온 ‘20홈런 포수’와 비교하면 공격 기여가 내려간 건 분명하다.
여기서 박동원의 가치를 홈런 여섯 개 차이로만 계산하면 놓치는 게 많다. 포수는 투수와 호흡을 맞추고, 경기를 준비하며, 수비 이닝도 책임진다. 그런 부분은 타율이나 OPS 한 줄에 다 담기지 않는다. 반면 여러 해를 보장하는 계약이라면 앞으로도 지금만큼 포수로 뛸 수 있는지 따져볼 수밖에 없다. LG에는 당장 필요한 주전 포수의 가치가 있고, 선수에게는 그 가치를 계약 조건으로 인정받고 싶은 이유가 있다.
FA 시장에서 다시 물을 질문
두 선수 모두 2026년 성적이 내려갔지만 시장에서 받게 될 질문은 같지 않을 것이다. 홍창기는 출루 능력을 바탕으로 타격 반등을 보여줄 수 있는가. 박동원은 공격 생산력이 줄어든 뒤에도 주전 포수로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 LG 역시 두 자리를 다른 선수로 채웠을 때의 비용과 위험을 따져야 한다. 같은 ‘다년 계약 거절’이라는 말 아래 서로 다른 협상이 놓여 있는 셈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제안액을 추측해 승패를 매기기보다, 2026년 기록이 어느 부분에서 떨어졌고 어느 능력은 남아 있는지 보는 편이 흥미롭다. 시즌 전에는 두 선수의 지난 활약이 협상의 출발점이었다. 이제는 부진했던 한 해까지 함께 놓고 서로의 값을 이야기해야 한다. 숫자 뒤의 시간이 달라졌으니, 협상도 그만큼 복잡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