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4일 삼성 KT 12회에 갈린 승부

야구를 보다 보면 3대 2라는 점수보다 그 점수에 도착한 과정이 오래 남는 경기가 있다. 2026년 11월 04일 삼성 KT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그랬다. 삼성은 연장 12회 끝에 KT를 3대 2로 꺾었다. 전날 7대 8로 졌던 삼성이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지만, 승부는 마지막까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2회에 앞섰지만 쉽게 달아나지 못했다
삼성의 첫 점수는 2회초에 나왔다. 선두 최형우가 2루타로 나갔고, 르윈 디아즈가 적시 3루타를 쳐 최형우를 불러들였다. 디아즈에게는 한국 무대 첫 3루타였다. 선취점을 낸 뒤에도 무사 3루였으니 삼성으로서는 한 점을 더 기대할 만했다. 그런데 류지혁의 땅볼 때 홈으로 뛴 디아즈가 아웃됐고, 후속타도 나오지 않았다.
그 한 점이 금세 아쉬워졌다. KT는 4회말 샘 힐리어드의 2루타와 허경민의 적시타를 묶어 1대 1을 만들었다. 삼성은 4회초 디아즈가 2루타를 치고도 득점하지 못했고, 6회초에는 구자욱·최형우·디아즈의 연속 안타로 만든 만루 기회를 병살타로 놓쳤다. KT 역시 6회말 1사 2·3루에서 점수를 내지 못했다. 안타가 없어서 답답한 경기가 아니라, 주자가 있을 때 마지막 타구 하나가 뜻대로 나오지 않는 경기였다.
두 선발이 7이닝씩 버틴 무게
삼성 선발 크리스 페덱은 7이닝 8피안타 1실점, KT 선발 고영표는 7이닝 7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페덱이 투구 수 102개로 7회를 마쳤고, 고영표는 96개를 던졌다. 둘 다 주자를 여러 차례 내보냈지만 대량 실점은 피했다. 7회까지 1대 1이 이어진 이유를 투수 기록이 꽤 정확하게 보여준다.
페덱에게는 5회말 장준원에게 안타를 맞은 뒤 최원준의 병살타로 주자를 지운 장면이 컸다. 고영표는 삼성 타선이 6회초 만루까지 밀어붙였을 때 류지혁을 병살타로 잡아냈다. 같은 1실점이라도 두 투수가 위기를 넘긴 방식은 달랐다. 삼성은 14안타, KT는 11안타를 치고도 정규이닝에 각각 한 점씩만 냈다. 이 경기에서 안타 수만 보고 타선의 우세를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10회에는 디아즈가 양쪽의 중심에 있었다
연장 10회초 삼성은 김지찬의 몸에 맞는 공과 김성윤의 희생번트로 득점권을 만들었다. 구자욱의 자동 고의4구 뒤 디아즈가 적시타를 쳐 2대 1. 이날 디아즈는 6타수 4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2회의 선취점과 10회의 리드를 모두 그의 방망이가 만들었다.
근데 10회말에는 같은 선수가 동점 과정에 섰다. KT가 안타 두 개로 1사 1·2루를 만든 뒤, 힐리어드의 땅볼을 1루수 디아즈가 처리하지 못해 만루가 됐다. 이어 김현수가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 2대 2. 디아즈의 실책만으로 실점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KT가 주자를 쌓았고, 삼성은 만루에서 볼넷을 막지 못했다. 한 선수를 영웅이나 패인으로 단순하게 묶기에는 앞뒤 상황이 너무 중요했다.
12회의 마지막 한 점은 수비에서 갈렸다
12회초 삼성은 박승규의 안타와 김상준의 안타로 1사 1·2루를 만들었다. 이재현의 타구는 병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땅볼이었다. 하지만 KT 2루수 오윤석의 송구가 빗나갔고, 2루 주자 디아즈가 홈까지 들어왔다. 타구 하나가 이닝 종료 대신 결승점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12회말에는 배찬승이 실점 없이 막아 4시간 21분의 승부를 끝냈다.
삼성은 2회 선취점, 10회 재역전, 12회 결승점까지 세 번 앞섰다. KT는 두 번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수비 실책 뒤에는 다시 공격할 기회가 한 번뿐이었다. KBO 경기 기록을 되짚어보면 이 승리는 디아즈의 4안타만큼이나 페덱의 7이닝, 두 팀이 놓친 득점권 기회, 연장전의 수비가 함께 만든 결과다. 대구에서 이어질 3차전에는 누가 먼저 점수를 내느냐보다, 그다음 주자를 얼마나 차분하게 처리하느냐가 더 눈에 들어올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