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태 pc방 소문을 따라갔다가 경기 기록을 다시 봤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보다가 최원태가 3회에 마운드를 내려오는 장면에서 한참 멈췄다. 곧이어 ‘최원태 pc방’이라는 검색어가 눈에 들어왔다. 경기 전날 PC방에 갔다는 목격담이 퍼진 것이다. 그런데 경기에서 확인된 기록과 온라인에서 나온 주장은 무게가 다르다. 답답했던 투구를 이야기하더라도 그 둘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PC방 이야기는 어디까지 확인됐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원태를 PC방에서 봤다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이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PC방 방문 가능성을 거론하며 선수를 강하게 비판했고, 이야기는 더 커졌다. 하지만 노컷뉴스와 STN뉴스의 보도 시점에는 방문 여부를 비롯한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경기 전날 PC방에 갔다’고 단정할 수 없다. 얼마나 머물렀는지, 무엇을 했는지, 다음 날 몸 상태에 영향이 있었는지도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설령 방문이 확인되더라도 경기 부진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다. 선수의 준비 과정에 관심을 갖는 건 자연스럽지만, 목격담 하나로 투구 내용까지 설명해 버리면 정작 마운드에서 벌어진 일을 놓치기 쉽다.
43구와 2이닝, 경기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11월 3일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최원태는 2이닝 5피안타, 1피홈런, 1사사구, 3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43개. 삼성은 8대 0까지 뒤졌다가 8대 7로 따라붙었지만 한 점 차 패배를 떠안았다. 연합뉴스가 전한 경기 흐름을 보면, 최원태는 1회에 3점을 내줬고 3회에는 안현민에게 2점 홈런을 맞은 뒤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한 채 교체됐다.
43구만 던졌다는 숫자가 특히 눈에 남는다. 공을 너무 많이 던져 체력이 떨어진 경기가 아니라, 선발이 긴 이닝을 맡기 전에 실점이 쌓인 경기였기 때문이다. 2회에는 삼자범퇴로 잠시 안정을 찾았지만 3회 연속 장타를 막지 못했다. 3탈삼진은 타자를 잡아낼 공도 있었다는 뜻이다. 동시에 안타 5개와 5실점은 그 공만으로 흐름을 붙들지는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발이 두 이닝만 책임지면 불펜은 남은 일곱 이닝을 나눠 맡아야 한다. 삼성은 앞선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고 올라온 터였다. 그래서 이 조기 강판은 1차전 점수판뿐 아니라 다음 경기의 투수 운용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최원태를 제외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그런 상황에서 나온 반응이다.
한 경기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최원태의 가을
올해 정규시즌 최원태의 성적은 24경기 125이닝, 7승 5패, 평균자책점 4.68이었다. 경기당 평균 약 5.2이닝을 던진 셈이다. 한국시리즈 상대 KT전에서는 정규시즌 두 차례 등판해 평균자책점 6.94를 기록했다. 상대 전적이 불안 요소였던 것은 맞지만, 두 경기만으로 이번 결과를 예고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가을 기록은 더 복잡하다. 지난해에는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반면 올해 KIA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1과 3분의 2이닝 2실점에 그쳤고, KT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2이닝 5실점으로 물러났다. 최근 두 번의 가을 선발 등판을 합치면 3과 3분의 2이닝 7실점이다. 짧은 표본이라 능력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삼성 벤치가 다음 등판을 고민할 만한 결과인 건 분명하다.
70억 원이라는 숫자보다 먼저 볼 것
삼성은 최원태와 4년 최대 70억 원 조건으로 계약했다. 큰 계약을 맺은 선발에게 한국시리즈 1차전 2이닝 5실점은 뼈아프다. 팬들이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도 이해한다. 다만 계약 규모는 기대치를 보여주는 숫자이지,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주장을 사실로 바꿔주는 근거는 아니다.
1차전 뒤 삼성은 2차전을 3대 2로 이겨 시리즈를 1승 1패로 맞췄다. 최원태의 부진은 그대로 남지만, 팀의 가을이 그 한 경기에서 끝난 것도 아니다. 이제 궁금한 것은 PC방이라는 단어보다 다음에 공을 잡았을 때의 내용이다. 초반 주자를 어떻게 막고, 맞은 뒤 어떤 공으로 승부를 이어갈까. 그 답은 다시 마운드에서 확인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