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시라카와를 다시 부른 뒤 기록표에서 보인 진짜 이야기

얼마 전 KIA 선발 로테이션 기록을 보다가 시라카와 케이쇼 이름에서 잠깐 멈췄습니다. 낯선 이름은 아닌데, 또 완전히 익숙한 이름도 아니죠. 2024년에 SSG와 두산을 거쳤고, 2026년에는 KIA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그냥 외국인 투수 한 명이 들어온 장면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록을 놓고 보면 이 선택은 꽤 흥미롭습니다.
특히 KIA 입장에서는 단순한 보강이 아니었습니다. 아시아 쿼터 자리를 야수에서 투수로 돌렸고, 구단 역사상 첫 일본 국적 선수라는 상징성까지 붙었습니다. 그런데 스포츠에서 상징만으로는 오래 못 갑니다. 결국 마운드 위에서는 이닝, 볼넷, 탈삼진, 평균자책점이 말을 하니까요.
처음 한국에 왔던 시라카와, 기대와 불안이 같이 있었다
시라카와가 KBO 팬들에게 처음 각인된 건 2024년입니다. 당시 그는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통해 한국 무대에 들어왔고, SSG를 거쳐 두산에서도 공을 던졌습니다. 그해 전체 성적은 12경기 57⅓이닝, 4승 5패, 평균자책점 5.65, 탈삼진 46개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아주 매끈한 성공 사례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57⅓이닝 동안 볼넷이 33개였다는 점이 특히 눈에 걸립니다. 구위는 보이는데 카운트 싸움이 길어지고, 주자가 쌓인 뒤 한 방을 맞는 흐름이 종종 나왔습니다. 젊은 투수 특유의 힘은 있었지만, KBO 타자들이 쉽게 속아주지만은 않았던 셈입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지점은 따로 있었습니다. 첫해부터 완전히 무너진 투수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12번 등판해 4승을 챙겼고, 타자를 힘으로 누르는 장면도 분명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라카와는 실패한 카드라기보다, 덜 다듬어진 원석에 가까운 인상을 남겼습니다.
KIA가 본 건 ‘완성형’보다 ‘수정 가능한 투수’였다
2026년 KIA가 시라카와를 부른 배경을 보면 팀의 고민이 보입니다. 기존 아시아 쿼터 야수 자리를 비우고 투수를 데려왔다는 건, 당장의 전력 균형을 마운드 쪽에서 맞추겠다는 신호였습니다. KIA는 그를 총액 10만 달러 규모로 영입했고, 불펜과 선발을 모두 염두에 둔 카드로 봤습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건 시라카와가 이미 KBO 공인구, 스트라이크존, 타자들의 접근법을 경험했다는 점입니다. 처음 오는 투수는 구위가 좋아도 리그 적응에 시간을 씁니다. 그런데 시라카와는 적어도 ‘한국 타자들이 어떤 공을 기다리는지’ 몸으로 맞아본 선수입니다. 그 경험은 기록지에는 작게 남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꽤 큰 자산입니다.
- 나이: 2001년생으로 아직 성장 여지가 있는 투수
- 유형: 우투우타 선발 자원
- 장점: 빠른 공 중심의 공격적인 승부
- 과제: 볼넷 관리와 장타 억제
사실 KBO에서 외국인 투수에게 기대하는 건 화려한 구종 설명보다 안정적인 반복입니다. 5이닝을 버틸 수 있는가, 볼넷으로 스스로 흔들리지 않는가, 하위 타순을 상대로 투구 수를 줄일 수 있는가. 시라카와에게 붙는 질문도 결국 여기로 모입니다.
2026년 KIA 기록, 좋아진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같이 보인다
2026년 10월 초 KBO 기록실 기준으로 시라카와의 KIA 성적은 17경기 79⅓이닝, 4승 5패, 평균자책점 4.65입니다. 피안타 66개, 피홈런 8개, 볼넷 43개, 탈삼진 67개도 같이 봐야 합니다. 겉으로 보면 4점대 중반 평균자책점이니 압도적인 에이스 느낌은 아닙니다. 그런데 2024년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우선 이닝 소화가 늘었습니다. 2024년 57⅓이닝에서 2026년 79⅓이닝으로 올라왔다는 건, 팀이 그를 단기 실험용 투수로만 쓰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탈삼진도 46개에서 67개로 늘었습니다. 공의 힘과 헛스윙을 끌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다만 볼넷은 계속 숙제입니다. 79⅓이닝에 볼넷 43개면, 좋은 흐름에서도 스스로 위기를 만드는 장면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피홈런 8개가 붙으면 계산이 복잡해집니다. 주자를 모아둔 상태에서 장타를 맞으면 평균자책점은 순식간에 흔들립니다.
탈삼진은 매력, 볼넷은 가격표
시라카와의 매력은 분명합니다.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투수입니다. KBO에서 탈삼진 능력은 단순히 멋있는 기록이 아니라 위기 탈출권에 가깝습니다. 내야 수비가 흔들리거나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땅볼 유도보다 삼진 하나가 더 확실한 답이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삼진을 얻기까지 투구 수가 너무 많이 들 때입니다. 볼카운트가 3볼 2스트라이크까지 자주 가면 선발로 긴 이닝을 먹기 어렵습니다. 불펜이 빨리 움직이고, 다음 경기 운영에도 부담이 갑니다. 그래서 시라카와의 기록을 볼 때는 평균자책점 하나보다 볼넷과 탈삼진의 균형을 같이 봐야 합니다.
시라카와 카드가 KIA에 던진 질문
KIA가 시라카와를 선택한 건 당장 완벽한 답을 얻었다기보다, 가능성이 있는 질문지를 집어 든 느낌에 가깝습니다. 빠른 공, 커브, 슬라이더 조합으로 타이밍을 흔들 수 있고, 일본 독립리그와 KBO를 오가며 독특한 성장 경로를 만든 선수입니다. 평범한 외국인 선수 서사와는 조금 다릅니다.
팬 입장에서 더 흥미로운 건 앞으로의 조정입니다. 볼넷을 줄이면 4점대 투수가 3점대 후반까지도 내려갈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제구가 흔들리면 탈삼진 능력이 있어도 5이닝 전에 투구 수가 차오릅니다. 이 차이는 기록표에서 작아 보여도, 실제 경기에서는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을 바꾸는 차이입니다.
저는 시라카와를 볼 때마다 ‘아직 판정이 끝나지 않은 투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한 번 한국에서 흔들렸고, 다시 돌아와 더 많은 이닝을 던졌습니다. 완성된 에이스라서 흥미로운 게 아니라, 기록 안에 개선점과 가능성이 같이 남아 있어서 계속 눈이 갑니다. KIA 팬이 아니어도, 이 정도 서사는 시즌 기록표를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