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손아섭 포함 11명 방출 소식에 기록표를 다시 봤다

두산의 가을야구가 끝나고 선수 명단을 다시 보다가 손아섭의 이름에서 한참 멈췄다. 통산 2655안타를 친 선수가 지난 4월 새 팀에 합류했는데, 10월에는 재계약 불가 명단에 올랐다. 2026년 10월 19일 두산이 발표한 대상은 손아섭을 포함해 11명. 숫자는 짧지만, 그 안에 담긴 선수들의 시간은 제각각이다.
11명 명단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이름들
두산이 재계약 불가를 통보한 선수는 투수 6명, 내야수 3명, 외야수 2명이다. 투수는 김명신·김지윤·박강민·장우진·이기석·백승우, 내야수는 김민혁·이종혁·지강혁, 외야수는 손아섭·양현진이다. 흔히 ‘방출’이라고 부르지만 구단 발표의 표현은 ‘재계약 불가 통보’다. 현재 확인된 사실은 두산과의 동행이 끝난다는 것이지, 각 선수의 현역 생활이 끝난다는 뜻은 아니다.
손아섭만큼이나 김명신의 이름도 묵직하다. 2017년 두산에 입단해 불펜에서 긴 시간을 보낸 투수다. 2026년에는 1군 3경기 출전에 그쳤다. 오래 팀에 있었던 선수와 시즌 중 새로 데려온 선수가 같은 명단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단순히 한두 자리의 교체로만 읽히지 않는다. 다만 선수마다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가 같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4월의 영입이 10월의 결별로 바뀌기까지
두산은 4월 14일 한화에서 손아섭을 데려왔다. 왼손 투수 이교훈과 현금 1억 5000만 원을 한화에 보내는 트레이드였다. 당시 손아섭은 직전 시즌 NC와 한화에서 합계 타율 0.288, 107안타를 기록한 베테랑 좌타자였다. 개막 후 두산이 타선에 경험과 정교한 타격을 더하려 했다고 읽을 만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두산에서 받아 든 성적표는 기대와 거리가 있었다. 손아섭은 2026년 두산 소속으로 54경기, 157타수 37안타를 기록했다. 타율은 0.236, 홈런은 1개, 타점은 15개였다. 37을 157로 나누면 약 0.236이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당장 타선에 보탬이 되길 기대하고 데려온 타자의 숫자로는 아쉽다. 시즌 초 한화에서 기록한 1타수 무안타와 두산 이적 후의 기록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두산은 정규시즌을 5위로 마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도 나갔다. 2025년 9위에서 순위가 올라간 시즌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번 명단을 팀 전체가 무너진 결과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성적을 끌어올린 뒤에도 다음 시즌의 자리를 다시 계산했고, 그 계산에서 손아섭의 이름이 빠진 셈이다. 어떤 내부 평가가 결정에 가장 크게 작용했는지는 구단 발표만으로 알 수 없다.
2655안타라는 기록과 올해의 37안타
손아섭의 통산 기록은 여전히 대단하다. 2007년 롯데에서 데뷔해 NC와 한화를 거쳤고, 2024년에는 박용택이 갖고 있던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을 넘어섰다. 2026시즌이 끝난 시점의 통산 안타는 2655개다. 다만 같은 기간 최형우와 김현수가 안타를 쌓으면서 손아섭은 통산 안타 순위 3위가 됐다. 한때 1위였던 타자가 어느새 추격하는 쪽이 된 흐름도 흥미롭다.
2655와 37을 나란히 놓으면 두산의 선택이 왜 팬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지 보인다. 앞의 숫자는 거의 20년에 걸친 실력과 꾸준함의 증거다. 뒤의 숫자는 구단이 다음 시즌을 구상할 때 참고할 수밖에 없는 최근 결과다. 그렇다고 한 시즌의 타율만으로 선수의 남은 가능성을 판정할 수는 없다. 어느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출전 기회와 평가는 달라진다. 두산의 결정과 손아섭의 선수 가치가 앞으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여지는 남아 있다.
다음 명단에서 확인할 두 가지
내가 궁금한 건 두산이 비운 자리를 어떻게 채울지다. 손아섭처럼 타격 경험을 기대하고 영입한 자리에 다른 베테랑을 찾을지, 젊은 타자에게 타석을 줄지에 따라 이번 선택의 의미가 달라진다. 김명신이 빠진 불펜 역시 누가 그 기회를 가져가는지 지켜볼 만하다. 지금은 재계약 불가 명단만 발표됐으므로 새 시즌의 전력 구성을 확정된 것처럼 말하기는 이르다.
손아섭에게도 다음 유니폼을 입을 기회가 열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통산 2655안타가 자동으로 계약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올해 37안타가 지난 시간을 지우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번 소식은 ‘11명 방출’이라는 제목보다 오래 남는다. 가을의 명단 한 장이 한 선수의 긴 기록과 구단의 다음 시즌 계획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