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4년 연속 1순위 지명권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올해 키움의 순위표를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선수를 고를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기회다. 그런데 그 기회가 네 번 연속 찾아왔다는 건, 그만큼 오래 순위표 맨 아래에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네 번의 1순위는 어떻게 이어졌나
KBO 신인 드래프트의 지명 순서는 두 시즌 전 정규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키움은 2023년 최하위로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정현우를 뽑았다. 2024년 성적에 따른 2026 드래프트에서는 박준현, 2025년 성적에 따른 2027 드래프트에서는 하현승을 가장 먼저 호명했다. 여기까지는 이미 행사한 지명권 세 장이다.
네 번째는 아직 선수 이름이 적히지 않은 지명권이다. 키움은 2026 정규시즌을 50승 90패 4무, 승률 0.357로 마치며 다시 10위에 올랐다. 현행 성적 역순 방식이 유지된다면 이 성적은 2028 신인 드래프트의 전체 1순위로 이어진다. ‘4년 연속 1순위’라는 표현을 볼 때 이미 네 명을 뽑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2028 드래프트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지명권을 얻는 일과 선수를 고르는 일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1순위 세 명이 보여준 서로 다른 가능성
키움이 먼저 고른 선수들의 이름은 꽤 강렬하다. 정현우와 박준현은 투수로 주목받았고, 하현승은 투구와 타격 양쪽에서 재능을 보여줬다. KBO에 소개된 하현승의 고교 통산 기록은 투수로 96이닝 142탈삼진, 평균자책점 1.22다. 타자로도 74경기 타율 0.331, OPS 0.955를 기록했다. 이런 선수를 다른 구단보다 먼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전체 1순위의 매력이다.
그런데 드래프트 당일의 기대와 프로에서의 성장은 다른 이야기다. 고교 타자를 상대하며 만든 탈삼진 기록이 곧바로 1군 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는 보증은 아니다. 투수라면 긴 시즌에 맞춰 투구량을 늘리고, 변화구와 제구를 다듬어야 한다. 하현승처럼 두 재능이 모두 눈에 띄는 선수에게는 어떤 역할을 맡길지도 중요한 판단이 된다. 팬 입장에서는 구속이나 첫 승만큼이나, 구단이 선수마다 어떤 성장 경로를 마련하는지 지켜보게 된다.
50승보다 뼈아픈 건 긴 하위권 체류다
2026년의 50승 90패를 한 경기씩 떼어 보면 아까운 패배도 있고 반가운 승리도 있다. 하지만 144경기를 모두 치른 뒤 남은 승률 0.357은 단순한 운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10경기를 치르면 평균적으로 네 번도 이기지 못한 셈이다. 202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지금의 간격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최상위 지명권은 약한 팀에 좋은 선수를 공급해 전력 차이를 줄이려는 장치다. 다만 신인 한 명이 선발 로테이션의 빈자리, 얇은 선수층, 긴 시즌의 부상 변수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특히 유망주가 늘어날수록 출전 기회를 나누고 실패를 견딜 시간도 필요하다. 당장 1군에서 몇 승을 보탰는지만으로 육성 성패를 재단하면 그 과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다음 드래프트보다 궁금한 다음 시즌
2028 드래프트에서 키움이 누구를 고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래서 지금 더 눈길이 가는 건 이미 지명한 선수들이 내년 팀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느냐다. 정현우와 박준현이 꾸준히 이닝을 쌓는지, 하현승의 재능을 어떤 방식으로 키우는지, 그 주변을 받칠 선수층은 두꺼워지는지가 순위 변화의 단서가 될 것이다.
전체 1순위 지명권 네 장은 재건을 시작할 귀한 재료다. 동시에 네 시즌의 성적이 남긴 기록이기도 하다. 언젠가 키움 팬들이 드래프트 순서를 기다리는 대신 가을 경기 일정을 확인하게 된다면, 그때 비로소 이 선택들의 가치가 더 선명해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