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 두산 방출 소식에 기록을 다시 들여다봤다

얼마 전 손아섭의 두산 경기 기록을 다시 펼쳐봤다. 4월 이적 첫날 홈런을 쳤던 장면은 선명한데, 시즌 기록표에는 홈런이 딱 하나였다. 그리고 10월 19일, 두산은 손아섭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첫 경기의 기대감과 방출 소식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적 첫날 터진 홈런, 기대가 커질 만했다
손아섭은 2026년 4월 14일 한화에서 두산으로 옮겼다. 두산은 왼손 투수 이교훈과 현금 1억 5000만 원을 내줬다. 타선에 경험 많은 왼손 타자를 더하는 선택이었다. 통산 안타 기록을 쌓아온 선수였으니, 팬들이 기대한 역할도 분명했다. 매번 큰 타구를 날리는 것보다 출루하고 찬스를 이어주는 타석 말이다.
출발은 그 기대에 꼭 맞았다. 이적 당일 SSG전에서 2번 지명타자로 나와 2점 홈런을 포함해 1안타 2볼넷, 2득점 2타점을 올렸다. 두산도 11대 3으로 이겼다. 새로운 유니폼을 입은 첫날 이런 경기를 하면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선수가 왔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나도 그날만큼은 두산 타선에서 손아섭이 꽤 오래 역할을 해줄 듯했다.
54경기 타율 0.236, 숫자가 달라진 자리
하지만 그 홈런이 손아섭의 2026년 유일한 홈런으로 남았다. KBO 기록실 기준 두산에서 54경기, 157타수 37안타, 타율 0.236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0.301, 장타율은 0.280, OPS는 0.581이다. 15타점이라는 숫자까지 놓고 보면, 이적 첫날의 인상이 시즌 전체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특히 안타 37개 중 장타는 2루타 4개와 홈런 1개였다. 손아섭에게 원래 장타만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단타 중심의 타자가 타율과 출루율까지 떨어지면 공격 기여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176타석에서 볼넷 16개를 골랐고 삼진은 34개였다. 기록만으로 타석마다 어떤 공을 놓쳤는지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두산이 기대했을 ‘꾸준히 살아 나가는 타자’의 모습과 실제 시즌 성적 사이에 거리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
짧았던 반등보다 길었던 자리 경쟁
부진이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았던 것도 아니다. 4월 말에는 12경기 타율 0.111로 1군에서 제외됐고, 복귀 뒤 5월에는 월간 타율 0.356으로 반등했다. 이 대목이 손아섭의 시즌을 더 아쉽게 만든다. 방망이가 완전히 식은 채 한 해를 보낸 선수라기보다, 잠깐 감을 찾았지만 그 흐름을 오래 이어가지 못한 선수에 가깝기 때문이다.
7월 말에는 다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시즌 전체로는 네 차례 2군에 다녀왔다는 보도도 나왔다. 베테랑이라도 지명타자나 코너 외야 자리를 맡으려면 타석에서 확실한 생산성을 보여줘야 한다. 수비와 주루에서 선택지를 넓혀주기 어려울수록 방망이의 비중은 커진다. 두산이 5위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설 때도 손아섭은 엔트리에 있었지만 타석에 서지 못했다. 출전 기회가 적었다는 점과 주어진 기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하는 시즌이었다.
2655안타의 무게와 다음 계약의 현실
방출 소식이 크게 들리는 이유는 이름 앞에 쌓인 기록 때문이다. 손아섭은 2007년 롯데에서 데뷔했고, 2023년에는 타율 0.339로 타격왕에 올랐다. 올해까지 통산 2655안타. 오랫동안 안타 하나씩 쌓아온 시간 자체가 대단하다. 다만 한때 보유했던 KBO 통산 최다 안타 기록에서는 현재 3위로 내려왔다. 3000안타까지는 345개가 남아 있다.
그렇다고 방출을 곧 은퇴로 읽을 단계는 아니다. 두산이 발표한 것은 손아섭을 포함한 선수 11명에게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한 일이다. 이제 관건은 다른 구단이 2026년의 성적과 내년 전력 구성을 놓고 손아섭에게 타석을 줄 수 있느냐다. 통산 기록은 그가 어떤 타자였는지 증명하지만, 새 계약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나는 이적 첫날의 홈런도, 시즌 타율 0.236도 모두 손아섭의 2026년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하루가 한 시즌을 보장하지는 않았고, 힘든 한 시즌이 2655개의 안타를 지우지도 않는다. 다음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그때는 이름값보다 매주 쌓이는 타석의 내용부터 지켜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