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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박정윤의 160점 뒤에 남은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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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박정윤의 160점 뒤에 남은 한 발

지난 아시안게임 기록표를 다시 보다가 양궁 박정윤의 이름에서 한참 멈췄다. 혼성 단체전에서는 16발로 160점 만점을 쐈고, 며칠 뒤 결승에서는 157점을 쏘고도 은메달을 받았다. 같은 선수의 기록인데도 숫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렇게 다르다. 박정윤의 2026년을 따라가면 컴파운드 양궁이 얼마나 촘촘한 승부인지 실감하게 된다.

박정윤의 기록을 읽기 전에 알아둘 것

박정윤은 창원시청 소속 컴파운드 양궁 선수다. 우리가 올림픽에서 자주 본 리커브와는 활부터 다르다. 컴파운드는 도르래가 달린 활을 쓰며, 개인전은 50m 거리에서 15발을 쏴 최대 150점을 얻는다. 혼성 단체전은 두 선수가 16발을 쏴 최대 160점이다. 만점에 가까운 경기가 잦으니 9점 한 발이 승부를 바꾼다.

태극마크를 단 과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박정윤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뒤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를 가리는 두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2위에 올라 최종 2위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선발전 1위가 곧바로 대회 출전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성적은 여러 단계의 경쟁을 버틴 결과다.

국제무대의 흔적도 있었다. 세계양궁연맹 기록에는 2024년 아시안 그랑프리 여자 단체전 금메달과 2025년 아시아선수권 여자 단체전 은메달이 남아 있다. 2026년 마드리드 월드컵에서는 강연서, 박예린과 함께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땄다. 대표 선발과 국제대회 성적이 이어진 흐름이다.

160점 만점인데도 X가 중요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선명한 숫자는 160이다. 박정윤과 최용희는 9월 27일 컴파운드 혼성 단체 16강에서 16발을 모두 10점에 꽂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중 11발은 10점 원의 더 안쪽인 X에 들어갔다. 세계양궁연맹에 따르면 기존 세계기록도 160점이었지만 X는 10개였다. 두 선수는 만점을 유지하면서 중심부 적중 수를 하나 늘렸다.

컴파운드 기록을 볼 때 만점이라는 말만 읽으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같은 10점이라도 과녁 한가운데에 얼마나 모였는지가 정확도를 더 자세히 보여준다. 그날 다른 팀도 160점을 쐈지만, 박정윤과 최용희의 11개 X는 그 안에서 다시 차이를 만들었다. 기록표의 작은 표시 하나가 경기 수준을 설명하는 셈이다.

157대157 결승에서 갈린 은메달

사흘 뒤 혼성 단체 결승 상대는 인도였다. 두 팀은 16발을 마친 뒤 157대157로 같았다. 만점에서 불과 3점씩 빠진 경기였으니 어느 쪽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결국 한 선수씩 더 쏘는 슛오프로 넘어갔다.

박정윤은 자신의 추가 화살을 X에 꽂았다. 인도 선수 두 명은 모두 10점을 쐈고, 한국은 최용희의 마지막 화살이 9점에 들어가며 슛오프 19대20으로 졌다. 최종 성적은 은메달. 앞선 경기의 세계기록과 결승의 패배를 나란히 놓으면, 컴파운드에서는 대회 전체를 잘 치르는 것과 마지막 두 발을 이기는 것이 별개의 과제라는 사실이 보인다.

이 경기는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의미가 컸다. 컴파운드 혼성 단체가 그 대회에서 올림픽 종목으로 첫선을 보일 예정이고, 인도는 이 결승 승리로 해당 종목의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박정윤과 최용희의 은메달이 곧 출전권 확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기록에 남은 한 점 차가 그래서 더 크게 느껴진다.

단체전 메달 둘, 개인전은 4위

박정윤은 혼성 은메달에 앞서 박예린, 강연서와 여자 단체전 동메달도 땄다. 세계양궁연맹 기록을 보면 한국은 준결승에서 인도에 233대234로 졌다. 한 점 차 패배 뒤에도 동메달을 가져왔다는 점은 단체전의 흐름을 볼 때 빼놓기 어렵다.

개인전에서는 8강에서 말레이시아의 파틴 누르파테하 마트 살레를 145대139로 이겼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필리핀의 아마야 암파로 코주앙코에게 141대142로 졌고,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대표팀 동료 강연서에게 143대145로 밀렸다. 메달 하나를 더할 기회가 있었기에 아쉬운 4위다. 동시에 8강부터 동메달 결정전까지 이어진 점수는 박정윤이 아시아 정상권 선수들과 어떤 간격에서 경쟁했는지도 보여준다.

이번 대회를 박정윤의 메달 두 개로만 기억하기에는 아까운 장면이 많다. 160점과 11개 X는 이미 보여준 정확도이고, 결승 슛오프와 개인전의 근소한 패배는 다음 승부에서 다시 마주할 숙제다. 나는 박정윤의 다음 경기를 볼 때 최종 순위 옆에 적힌 점수, 특히 승부가 갈린 마지막 몇 발을 먼저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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