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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 김예지의 금메달 장면을 기록으로 다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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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 김예지의 금메달 장면을 기록으로 다시 봤다

얼마 전 이건혁의 아시안게임 결선을 다시 떠올렸는데, 가장 먼저 생각난 건 금메달 사진보다 마지막 슛오프의 긴장감이었다. 중계석에는 아내 김예지가 있었다. 2024 파리 올림픽 은메달리스트가 해설위원으로 남편의 승부를 지켜보는 장면만으로도 이야깃거리는 충분하다. 그런데 기록지를 펼쳐보면 이 경기가 왜 오래 남을지 더 선명해진다.

본선 2위에서 시작한 금메달 승부

이건혁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25m 속사권총 본선에서 588점을 쐈다. 중국의 쑤롄보판이 592점으로 1위, 이건혁이 4점 뒤진 2위였다. 본선 점수만 보면 쑤롄보판이 한발 앞섰다. 하지만 결선은 별도의 승부다. 본선 순위가 메달 색깔을 미리 정해주지는 않는다.

국제사격연맹 기록을 보면 이건혁의 본선 전반부는 292점, 후반부는 296점이었다. 뒤로 갈수록 점수가 올라갔다. 특히 후반부 8초 사격에서 100점을 기록했다. 짧은 제한 시간 안에 여러 표적을 상대하는 속사권총에서는 리듬을 잃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본선 기록만으로 선수의 심리까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점수 흐름만큼은 결선을 앞두고 나쁘지 않았다.

32 대 32 뒤에 남은 한 발의 차이

결선에서 두 선수의 기록은 나란히 32히트였다. 쑤롄보판은 본선에서 4점 앞섰지만, 메달을 가르는 순간에는 우열이 사라진 셈이다. 결국 슛오프까지 갔고, 국제사격연맹은 이건혁이 5 대 4로 이겼다고 기록했다. 32라는 숫자가 두 선수의 경기 수준을 보여준다면, 마지막 5 대 4는 그 팽팽함을 끝까지 견딘 결과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건 상대의 무게다. 쑤롄보판은 같은 해 뮌헨 월드컵에서 세계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던 선수다. 그런 상대와 결선에서 같은 32히트를 기록하고 슛오프에서 앞섰다. 이건혁의 금메달을 단순한 이변으로만 부르기 어려운 이유다. 한 번의 승부가 두 선수의 전체 실력을 확정하지는 않지만, 큰 무대의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경쟁력은 분명하다.

개인전 뒤에 놓인 단체전의 숫자

이건혁은 이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제패했다. 단체전은 이건혁 588점, 윤서영 581점, 송종호 580점을 합쳐 한국이 1749점을 기록했다. 중국은 1740점으로 은메달이었다. 9점 차 승리다. 개인전의 슛오프가 한 선수의 마지막 순간을 보여줬다면, 단체전 점수는 세 선수의 기록이 함께 쌓여 만든 결과다.

재미있는 대목은 본선 최고점을 쏜 쑤롄보판이 속한 중국을 한국이 단체전에서 앞섰다는 점이다. 중국의 쑤롄보판은 592점으로 세 나라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개인 점수를 냈다. 그래도 단체전에서는 한국의 세 점수가 더 높았다. 개인 최고 기록 하나와 팀 전체의 합은 다른 이야기라는 걸 숫자가 그대로 보여준다. 이건혁의 2관왕을 볼 때 동료 두 사람의 581점과 580점도 함께 기억하고 싶다.

김예지의 중계석이 더해준 장면

김예지는 파리 올림픽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241.3점으로 은메달을 땄다. 오예진의 243.2점에 이은 2위였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이건혁의 경기를 해설하는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의 메달은 대회도 종목도 다르다. 같은 점수표에 올려 우열을 가릴 수 없지만, 승부의 압박을 직접 겪은 선수가 가족의 마지막 사격을 설명했다는 점은 특별하다.

금메달이 확정된 뒤 김예지가 안도하며 기뻐한 모습도 화제가 됐다. 솔직히 그 반응이 낯설지 않았다. 선수의 기록을 냉정하게 읽는 일과 가까운 사람의 한 발을 숨죽여 지켜보는 일은 동시에 가능하다. 이건혁 역시 부상과 재활을 거쳐 국제무대에서 성적을 쌓아온 선수다. 이번 우승은 갑자기 등장한 이름의 한 경기라기보다, 오래 이어온 도전이 아시안게임의 결정적 순간과 만난 장면에 가깝다.

이건혁 김예지의 이야기는 부부라는 관계만으로 기억하기엔 경기 내용이 꽤 촘촘하다. 본선 588점, 결선 32히트, 슛오프 5 대 4, 단체전 1749점. 숫자를 따라가다 보면 중계석의 환호도 조금 다르게 들린다. 한 발이 메달 색을 바꾸는 종목에서 그 환호는 긴 승부가 끝났다는 실감이었을 것이다.

이건혁 김예지의 금메달 장면을 기록으로 다시 봤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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