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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허미미의 금메달을 다시 보니 승부처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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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허미미의 금메달을 다시 보니 승부처가 보였다

얼마 전 허미미의 파리 올림픽 결승 장면을 다시 봤다. 은메달이라는 결과를 알고 보는데도 공격을 이어가는 속도 때문에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기록을 따라가 보니 그 한 경기보다 더 눈에 띄는 흐름이 있었다. 2024년 세계선수권 우승, 파리 올림픽 은메달, 그리고 202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여자 57㎏급에서 허미미가 어떻게 승부를 풀어왔는지 차례로 보게 됐다.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누구를 꺾고 얻었나

2024년 5월 아부다비 세계선수권에서 허미미는 여자 57㎏급 정상에 올랐다. 국제유도연맹 경기 기록을 보면 준결승 상대는 당시 강자로 꼽히던 캐나다의 제시카 클림카이트, 결승 상대는 크리스타 데구치였다. 캐나다 선수 두 명을 연달아 넘어섰다는 점에서 이 금메달의 무게가 남다르다.

클림카이트와의 준결승에서는 시작 40초도 지나기 전에 먼저 점수를 냈다. 허미미 특유의 빠른 공격이 초반부터 통했다는 뜻이다. 결승은 달랐다. 데구치와 긴 접전을 벌인 끝에 지도 판정으로 이겼다. 같은 대회에서도 먼저 점수를 잡고 버티는 경기와 점수 없이 끝까지 집중해야 하는 경기를 모두 치른 셈이다. 우승이라는 숫자 하나에 가려지기 쉬운 대목이다.

파리에서 뒤집힌 결과, 달랐던 공격의 질

두 달 뒤 파리 올림픽에서도 허미미는 결승까지 올라갔다. 준결승에서는 브라질의 라파엘라 시우바와 6분 넘게 겨뤘고, 연장전에서 굳히기로 절반을 따냈다. 체력이 떨어질 만한 시간에 상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점수로 연결한 장면이었다.

결승 상대는 다시 데구치였다. 이번에는 허미미가 세 번째 지도를 받으면서 은메달에 머물렀다. 국제유도연맹의 경기 설명은 두 선수의 공격을 다르게 평가했다. 데구치의 공격은 횟수가 많지 않아도 위협적이었고, 허미미의 공격은 잦았지만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장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계속 움직이는 장점이 큰 무대의 팽팽한 승부에서는 공격의 완성도와 함께 읽힌다.

그래서 세계선수권 금메달과 올림픽 은메달을 단순히 승리와 패배로만 놓기는 어렵다. 같은 상대에게 다른 결과를 얻은 두 결승은 허미미의 강점과 보완할 지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이는 힘은 확실했다. 반면 상대가 공격을 받아낼 때는 한 번의 시도를 얼마나 정확하게 만드는지가 승부를 갈랐다.

파리 이후에도 이어진 우승 기록

올림픽 이후의 결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허미미는 2025년 라인루르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 여자 57㎏급에서 금메달을 땄고, 같은 해 11월 아부다비 그랜드슬램에서도 우승했다. 아부다비 결승에서는 이탈리아의 줄리아 카르나를 만났다. 연장전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먼저 지도를 받은 상황이었지만, 굳히기 기회를 잡아 승부를 바꿨다. 국제유도연맹 경기 설명대로라면 불리한 흐름 속에서도 바닥 기술로 길을 찾은 경기였다.

2026년 10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57㎏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 상대는 몽골의 아리운자야 테르비시였다. 파리 올림픽 이후 약 2년이 흘렀어도 큰 대회에서 다시 우승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다만 대회마다 상대 구성과 경기 양상이 다르니, 메달 색만으로 경기력이 계속 같은 수준이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순위표와 경기 내용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

흥미롭게도 국제유도연맹이 표시한 2026년 10월 23일 기준 허미미의 여자 57㎏급 세계랭킹은 37위다. 같은 화면에는 2025년 아부다비 그랜드슬램 우승과 2026년 아시안게임 우승도 보인다. 얼핏 어긋나 보이지만, 랭킹은 최근 대회의 포인트가 반영되는 방식이라 선수의 모든 우승 경력을 한 줄로 평가한 숫자는 아니다. 랭킹을 볼 때는 어떤 대회 점수가 들어갔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내가 허미미의 다음 경기를 기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세계선수권,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큰 승부를 경험했다. 이제는 공격을 몰아치는 순간뿐 아니라 상대가 버틸 때 어떤 기술로 빈틈을 만들고, 연장전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고 싶다. 허미미의 기록은 충분히 화려하다. 그 기록 사이의 경기 내용이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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