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원태인·최원태 구속 비상 경기까지 보고 나니

지난 22일 삼성 청백전 기록을 보고 눈이 한 번 더 갔다. 원태인과 최원태의 최고 구속이 각각 시속 145.7㎞, 144.5㎞였다. 둘 다 정규시즌 포심 평균 구속보다 낮았다. 가을야구를 앞둔 선발 두 명에게서 동시에 나온 숫자라, 삼성 원태인·최원태 구속 비상이라는 말이 나올 만했다. 그런데 이후 플레이오프를 보니 걱정의 모양이 두 선수에게 똑같지는 않았다.
최고 구속이 시즌 평균보다 낮았던 청백전
마이데일리가 전한 10월 22일 청백전에서 원태인은 4이닝 1실점, 최원태는 4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72구씩 던졌다. 원태인은 포심 35구에 체인지업 14구, 슬라이더 12구 등을 섞었고, 최원태는 포심 28구에 체인지업 16구, 커브 14구 등을 던졌다. 한두 공만 시험한 등판은 아니었다.
같은 보도에서 인용한 스탯티즈의 2026시즌 포심 평균 구속은 원태인 146.7㎞, 최원태 146.9㎞다. 청백전 최고치가 각각 1.0㎞, 2.4㎞ 낮았던 셈이다. 평소 가장 빠른 공과 비교한 수치도 아니니 낯설게 느껴진다. 특히 최원태 쪽 차이가 더 컸다.
다만 서로 다른 경기의 최고 구속과 평균 구속을 맞대 놓고 몸 상태를 단정할 수는 없다. 청백전에서는 구종과 제구를 확인하면서 힘을 조절했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대구의 하루 평균 기온도 11.5도였다. 낮은 구속은 분명 확인됐지만, 그 숫자만으로 원인을 하나로 좁힐 근거는 부족하다.
최원태의 3차전은 구속보다 이닝이 먼저 무너졌다
실전에서 먼저 부담이 드러난 쪽은 최원태였다. 10월 29일 KIA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해 1⅔이닝 2실점으로 내려왔다. 삼성은 1회 디아즈의 2점 홈런으로 앞섰지만, 2회 2사 뒤 연속 적시타를 맞아 2-2가 되자 배찬승을 투입했다. 선발이 긴 이닝을 책임져 주리라는 계산이 일찍 틀어진 것이다.
이 등판을 청백전 구속 저하의 결과라고 곧장 연결할 수는 없다. 이날 최고·평균 구속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한 자료 없이 원인을 단정하면 기록을 지나치게 읽는 셈이다. 확인되는 것은 아웃카운트 다섯 개를 잡는 동안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삼성 불펜이 2회부터 움직여야 했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삼성은 3차전을 6-4로 이겼다. 배찬승에 이어 이재희가 4~5회를 무실점으로 막았고, 7회 박승규와 구자욱의 연속 적시타가 결승점과 추가점을 만들었다. 최원태의 조기 강판이 팀 패배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한 경기를 치르는 데 필요한 투수 운용은 훨씬 바빠졌다.
원태인은 선발 대신 승부처에서 던졌다
원태인의 흐름은 또 다르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9회에 나왔고, 3차전에서는 4-3으로 앞선 6회에 투입됐다. 첫 타자 나성범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했지만 추가 실점은 막았다. 삼성이 7회 다시 6-4로 앞선 뒤에도 박재현과 김호령을 범타 처리했다. 청백전의 최고 구속 하나만으로 실전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 예단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물론 구원 등판의 성과가 선발로 긴 이닝을 소화할 때의 상태까지 증명하지는 않는다. 짧게 던질 때와 여러 차례 타순을 상대할 때는 요구되는 투구가 다르다. 그래도 삼성은 원태인을 승부처에 쓸 수 있었고, 3차전에서는 그 선택으로 경기를 이어 갔다. 두 투수의 청백전 숫자가 비슷한 걱정을 불렀어도, 플레이오프에서 맡은 역할과 남긴 장면은 달랐다.
5차전 앞에서 더 궁금한 숫자
10월 30일 4차전은 KIA가 4-2로 이겼다. 삼성은 2-1로 앞서던 7회 수비 실책 뒤 적시타를 연달아 허용해 3점을 내줬다. 시리즈는 2승 2패가 됐고, 11월 1일 대구 5차전에서 한국시리즈 진출 팀이 가려진다. 3차전의 이른 투수 교체까지 겹쳐, 삼성으로서는 마운드의 매 이닝이 더 무겁게 느껴질 상황이다.
내가 다음 등판에서 챙겨볼 건 전광판에 한 번 찍히는 최고 구속만이 아니다. 경기 초반과 후반의 포심 속도가 얼마나 유지되는지, 변화구와의 속도 차이가 살아 있는지, 주자가 나간 뒤에도 원하는 곳에 공을 넣는지가 더 궁금하다. 최원태에게는 선발로 몇 이닝을 버텨 주느냐가 중요하고, 원태인에게는 맡겨진 승부처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중요하다. 청백전의 낮은 수치는 경고등이었다. 그 불빛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결국 실제 경기의 투구 내용이 더 또렷하게 말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