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현 전 단장 김도영 선발 주인공이 된 이유

2026년 김도영의 시즌 기록에서 45홈런을 보고 잠깐 멈췄다. 2024년의 38홈런 40도루가 워낙 강렬해서 비슷한 장면을 기대했는데, 올해는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흔들었다. 이 숫자를 따라가다 보니 그를 KIA에 데려온 2022년 신인 1차 지명까지 생각이 거슬러 올라갔다.
문동주와 김도영 사이에 놓였던 선택
당시 KIA가 고민한 두 선수는 광주진흥고 투수 문동주와 광주동성고 내야수 김도영이었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도, 발과 타격 재능을 갖춘 야수도 놓치기 아까웠다. 조계현 당시 KIA 단장이 고교 경기를 직접 찾아보며 지명을 고민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을 정도다. KIA는 김도영을 1차 지명했고, 문동주는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지금은 김도영의 성적을 알고 있으니 쉬운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신인 지명은 아직 프로에서 한 경기에도 뛰지 않은 선수의 미래를 고르는 일이다. 문동주는 이후 2023년 신인왕을 받았다. KIA가 김도영을 선택했다고 해서 다른 후보의 재능이 작았던 것도 아니다. 두 선수가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했기에 당시의 고민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2024년엔 발과 방망이가 함께 움직였다
김도영의 선택이 크게 주목받은 해는 2024년이었다. KBO 기록상 141경기에서 타율 0.347, 38홈런, 40도루, 109타점, 143득점을 남겼다. 출루율 0.420에 장타율 0.647, OPS는 1.067이었다. 홈런 두 개가 모자라 40홈런 40도루에는 닿지 못했지만, 한 시즌에 장타와 주루를 이만큼 함께 보여준 것만으로도 관전하는 맛이 남달랐다.
특히 143득점이 눈에 들어온다. 득점은 혼자서 완성할 수 없는 기록이다. 출루하거나 장타로 진루한 뒤 동료의 타격과 이어져야 한다. 김도영이 타석에서 만든 기회와 주자로 나갔을 때의 위협이 KIA 타선 안에서 얼마나 자주 점수로 연결됐는지 보여주는 숫자다. KIA는 그해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김도영은 정규시즌 MVP를 받았다. 지명 당시 기대했던 중심 내야수의 모습이 기록으로 드러난 시즌이었다.
2026년의 45홈런은 다른 성장의 흔적이다
2026년 기록은 2024년과 모양이 다르다. KBO 기록실에서 김도영은 135경기 타율 0.308, 45홈런, 118타점, 120득점, 11도루를 기록했다. 홈런은 리그 1위였고 장타율 0.647도 1위였다. 반면 도루는 40개에서 11개로 줄었다. 같은 선수를 두고도 시즌마다 공격의 무게중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장타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볼넷은 2024년 66개에서 2026년 85개로 늘었고, 출루율은 0.413이었다. 홈런을 경계하는 승부 속에서도 출루 기회를 만들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OPS는 1.060으로 2024년의 1.067과 거의 같았다. 2024년에는 빠른 발과 장타가 함께 폭발했다면, 2026년에는 더 많은 홈런과 볼넷으로 비슷한 공격 생산성을 냈다. 도루 감소의 원인을 기록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숫자가 보여주는 타격의 변화는 분명하다.
선발의 공은 한 사람의 이름에서 끝나지 않는다
조계현 전 단장이 김도영 선발의 주인공으로 불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당시 구단의 선택을 책임지는 자리에서 김도영을 지명했고, 그 선수가 지금 KIA 공격의 중심에 섰다. 다만 신인 한 명의 성장을 단장의 판단 하나로 설명하면 스카우트의 평가와 현장의 육성, 선수 자신의 노력은 빠지게 된다. 지명은 출발점이었고, 그 뒤의 경기는 김도영이 직접 뛰었다.
그래서 나는 조 전 단장의 선택을 돌아볼 때 문동주와의 단순한 승패보다 두 시즌의 다른 기록을 먼저 보게 된다. 2024년의 38홈런 40도루와 2026년의 45홈런 85볼넷은 같은 재능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팀에 기여한 장면이다. 당시 KIA가 발견한 가능성이 한 번의 반짝임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 그게 이 지명 이야기를 계속 꺼내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