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진혁 KBO 포스트시즌 시구가 남긴 광주의 밤

경기 전 시구 장면을 볼 때면 공이 어디로 갔는지보다 누가 마운드에 올랐는지를 먼저 보게 된다. 2026년 10월 29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3차전도 그랬다. 배우 최진혁이 KIA의 홈구장 마운드에 섰다. 평소 KIA를 응원해 온 팬이라는 점 때문에, 그날의 시구는 단순한 경기 전 행사보다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다.
최진혁에게 광주 마운드가 특별한 이유
최진혁은 전남 목포 출신이다. KIA는 2024년 9월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그를 열성 팬 시구자로 소개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무대가 달랐다. 정규시즌의 하루가 아니라 한국시리즈 진출을 다투는 플레이오프 3차전이었다.
시구가 경기 결과를 바꾸지는 않는다. 그래도 홈팬에게는 익숙한 응원 동료가 큰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으로 남는다. 특히 양 팀이 1승씩 나눠 가진 뒤 처음 광주에서 맞붙는 날이었다. KIA 팬이라면 반가움과 긴장을 함께 느꼈을 법하다. 그 분위기를 알고 나면 최진혁의 시구 사진 한 장도 경기의 맥락 안에서 보인다.
시구 뒤 시작된 경기는 네 번이나 균형이 흔들렸다
KBO 경기 기록에 남은 3차전 점수는 삼성의 6대 4 승리다. 숫자만 보면 두 점 차 승부지만, 실제 흐름은 훨씬 요란했다. 삼성은 1회 르윈 디아즈의 2점 홈런으로 앞서갔다. KIA는 2회 김태군과 하주석의 적시타로 2대 2를 만들었고, 3회 김도영의 솔로 홈런으로 3대 2 역전에 성공했다. 광주 홈팬의 기대가 가장 크게 올라갔을 장면이다.
그런데 삼성의 반격도 빨랐다. 5회 류지혁이 2점 홈런을 쳐 4대 3으로 다시 뒤집었다. KIA는 6회 나성범의 솔로 홈런으로 4대 4 동점을 만들었다. 양 팀이 홈런을 두 개씩 쳤지만 마지막 차이는 홈런에서 나지 않았다. 7회 2사 2루에서 박승규가 적시 2루타를 때렸고, 이어 구자욱의 적시타가 나왔다. 삼성은 그 두 점을 지켜 6대 4로 이겼다.
기록을 따라가면 KIA가 왜 아쉬웠는지도 보인다. 두 차례 뒤진 경기를 따라붙고 한 번은 앞서기까지 했다. 그러나 6회 동점 뒤에는 추가 득점이 없었다. 9회말 2사 1, 2루에서 잡은 마지막 기회도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시구 때의 들뜬 공기가 경기 끝에는 아쉬움으로 바뀐 셈이다.
홈런 네 개보다 오래 남는 7회의 한 타석
이날 홈런은 삼성 디아즈와 류지혁, KIA 김도영과 나성범이 하나씩 기록했다. 장타가 계속 점수를 움직인 경기였지만 결승타는 박승규의 2루타였다. 4대 4 동점, 2사 2루. 앞선 타석에서 만들어 놓은 득점 기회를 한 번의 타격으로 실제 점수로 바꿨다. 가을야구에서는 이런 연결이 홈런만큼 크게 보인다.
류지혁의 홈런도 따로 눈에 들어온다. 2대 3으로 뒤진 상황에서 나온 2점포였고, 그의 포스트시즌 통산 첫 홈런이었다. 다만 그 한 방으로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나성범이 곧바로 균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3차전은 특정 선수 한 명의 장면으로 설명하기보다, 점수를 주고받은 뒤 마지막 기회를 누가 살렸는지로 읽는 편이 더 정확하다.
삼성 선발 최원태와 KIA 선발 시라카와 모두 긴 이닝을 책임지지 못했다. 삼성은 최원태가 2회를 마치기 전에 내려갔고, KIA도 시라카와가 5회를 넘기지 못했다. 일찍 시작된 불펜 싸움 속에서 양 팀 타선이 여러 번 반격했다. 그래서 7회의 두 점은 단순한 추가점이 아니라, 길어진 승부의 방향을 결정한 점수였다.
광주의 하루는 6대 4로 끝나지 않았다
3차전 결과로 삼성은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만들었다. 최진혁의 시구로 시작한 광주 첫 경기를 KIA가 내줬지만, 플레이오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음 날 4차전에서는 KIA가 삼성을 4대 2로 꺾어 시리즈를 2승 2패로 맞췄다. 하루 전 두 점 차 패배를 같은 두 점 차 승리로 되돌린 것이다.
그래서 그날의 시구를 승패와 억지로 연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최진혁이 마운드에 오른 순간은 목포 출신 KIA 팬이 광주의 가을야구를 함께 시작한 장면으로 남는다. 그 뒤에는 홈런 네 개와 여러 차례의 역전, 그리고 7회 적시타가 있었다. 시구 사진을 다시 보면 화려한 경기 전 행사보다 그날 야구가 품었던 기대와 아쉬움이 먼저 떠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