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진만 5점 차 9회 원태인 투입을 다시 보니

플레이오프 2차전을 보다가 9회초 투수 교체에서 잠깐 멈칫했다. 삼성이 8-3으로 앞서는데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원태인이었다. 다섯 점 차, 남은 아웃카운트는 셋. 선발 에이스를 여기서 쓰는 게 맞나 싶었다. 그런데 앞선 경기와 다음 경기를 함께 놓고 보니, 그 한 이닝에는 점수판보다 복잡한 계산이 들어 있었다.
1차전의 두 안타가 만든 2차전의 무게
삼성은 10월 26일 KIA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1-5로 졌다. KBO 경기 기록에서 눈에 띄는 건 삼성 타선의 안타가 단 두 개였다는 점이다. 5전 3승제 시리즈에서 첫판을 내준 뒤 다시 지면 2패로 몰린다. 2차전은 단순히 한 경기를 만회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다음 날 삼성은 공격의 흐름을 바꿨다. 박승규의 동점 적시타, 구자욱의 역전타, 디아즈의 투런 홈런이 이어졌고 최형우도 홈런을 보탰다. 선발 후라도는 6⅔이닝 2실점으로 버텼다. 1차전의 답답했던 타선과 달리, 2차전에는 점수를 뒤집고 벌리는 장면이 모두 나왔다. 그렇게 만든 8-3을 끝까지 지키면 시리즈는 1승 1패가 된다. 박진만 감독이 마지막 세 타자까지 확실하게 잡고 싶었던 배경이다.
다섯 점 차에 에이스를 올린 이유
박진만 감독은 경기 뒤 KIA 타선을 가볍게 볼 수 없었고, 2차전을 깔끔하게 끝내고 싶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원태인이 오래 쉬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실제로 1차전에 원태인이 나갈 상황은 없었다. 이번 등판에는 승리를 지키는 목적과 실전 감각을 확인하는 목적이 함께 있었던 셈이다.
마무리 김재윤이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빠진 사정도 크다. 정규시즌 35세이브를 올린 투수의 자리가 비자, 삼성은 익숙한 마무리 대신 선발 자원인 원태인에게 경기 끝을 맡겼다. 그래서 9회 등판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라기보다 시리즈를 앞두고 준비한 운용에 가까웠다. 다만 준비한 카드라고 해서 비용이 없는 건 아니다. 선발 에이스가 한 이닝을 던지고 회복하는 시간, 이후 선발로 쓸 가능성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원태인은 그날 김선빈과 10구 승부 끝에 삼진을 잡았고, 한준수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하주석을 범타로 처리하며 세 타자만 상대했다. 기록은 1이닝 무실점, 탈삼진 2개. 다섯 점 앞선 상황에서 한 이닝을 막았으니 세이브가 붙는 등판은 아니었다. 숫자로 남은 건 세이브 하나가 아니라, 처음 맡은 낯선 역할에서 아웃카운트 셋을 안정적으로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쉬운 이닝이었나, 아까운 카드였나
결과만 보면 원태인의 9회는 매끄러웠다. 그래서 오히려 ‘다른 투수가 올라와도 됐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나올 만한 이야기다. 다섯 점 차 리드는 넉넉하고, 원태인은 한 경기의 끝을 맡기는 데 그치기엔 활용 폭이 큰 투수다. 접전이 생겼을 때 그를 쓸 수 있도록 아껴두는 선택에도 이유가 있다.
반대로 박 감독에게 2차전 승리의 가치는 평소 정규시즌 경기와 달랐다. 1패를 안고 시작한 플레이오프에서 9회에 만약 주자가 쌓이면, 투수 교체 시점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원태인을 처음부터 올려 그런 변수를 줄이겠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이 대목은 감독의 설명과 경기 상황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지, 다섯 점 차 역전 가능성이 높았다는 뜻은 아니다. 점수 차가 큰 만큼 승리 확률을 조금 더 높이기 위해 에이스의 등판 기회를 썼다는 점은 분명하다.
3차전이 보여준 진짜 쓰임새
흥미로운 장면은 10월 29일 3차전에 나왔다. 박 감독은 원태인을 9회까지 기다리지 않고 6회에 투입했다. 접전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꼭 마지막 이닝에 오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다. 원태인이 나성범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해 계획대로만 흘러가진 않았지만, 삼성은 다시 앞서며 6-4로 이겼다. 2차전의 삼자범퇴만 보고 원태인을 새 마무리로 단정할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후 KIA가 4차전을 잡으면서 시리즈는 2승 2패가 됐다. 이제 2차전 9회의 가치는 세이브 기록보다 시리즈를 동률로 돌려놓은 승리의 일부로 읽힌다. 동시에 그날 원태인을 쓴 선택이 언제나 최선이었다고 증명된 것도 아니다. 가을야구의 투수 운용은 한 경기의 결과와 다음 경기의 여지를 함께 저울질하는 일이다. 나는 그 9회를 볼 때마다 삼자범퇴보다 박 감독이 다섯 점의 여유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었는지가 먼저 떠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