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건희 은퇴 위기, 삼성 역제안 거절 소문을 기록으로 읽었다

얼마 전 홍건희의 2026시즌 기록을 다시 보다가 한참 화면을 붙잡고 있었다. KBO 기록표에 남은 숫자는 4경기, 4이닝이다. 두산에서 해마다 60경기 안팎을 책임지던 투수가 친정팀 KIA로 돌아와 던진 전부다. 여기에 ‘삼성 역제안 거절’이라는 말까지 붙으면 은퇴가 이미 결정된 듯 들린다. 그런데 확인된 계약 경과와 떠도는 이야기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2년 15억 원을 내려놓은 선택
홍건희는 2024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2+2년 최대 24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앞의 2년을 채운 뒤 추가 2년 계약을 선택할 권리는 선수에게 있었다. 2025시즌이 끝났을 때 그 선택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남아 있던 2년 15억 원 대신 자유계약 시장으로 나왔다. 더 긴 계약을 바라본 선택으로 알려졌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았다.
2026년 1월 21일 KIA가 발표한 계약은 1년 최대 7억 원이었다. 연봉 6억5000만 원에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5000만 원이 붙었다. 보장된 2년 15억 원과 1년 최대 7억 원은 기간도, 확실성도 다르다. 팬 입장에서는 과감한 승부수로 보일 만하다. 다만 당시 홍건희가 어떤 제안을 몇 차례 받았는지까지 공개된 것은 아니다. 결과를 알고 난 뒤 그 선택을 단순한 계산 실수로 재단하기는 어렵다.
삼성 이야기는 어디까지 확인됐나
‘삼성 역제안 거절’이라는 표현은 온라인 글에서 보이지만, 삼성 구단이 홍건희에게 제시한 계약 조건이나 홍건희 측의 거절을 확인할 만한 공식 발표는 찾기 어렵다. 일부 글에는 3년 계약 이야기도 나오지만, 제안 주체와 금액, 협상 시점이 검증되지 않았다. 확인되는 이적 경로는 두산과의 선택권 포기, 자유계약 시장 진입, KIA와의 1년 계약이다.
삼성과 홍건희가 실제로 만난 장면은 계약 테이블이 아니라 경기장 기록에 있다. KBO 기록에 따르면 홍건희의 2026년 마지막 1군 등판은 9월 8일 삼성전이었다. 1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내주고 2실점했으며, 박승규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다. 삼성이라는 이름이 그날의 상대 팀으로 등장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그 경기 기록이 삼성의 영입 제안이나 거절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평균자책점 4.50보다 무거운 4이닝
홍건희의 2026시즌 평균자책점은 4.50이다. 이 수치만 보면 아주 나쁜 시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표본이 4이닝뿐이다. 4월 세 차례 등판에서는 모두 실점하지 않았고, 9월 삼성전 한 경기에서 자책점 2점이 붙었다. 한 번의 등판이 시즌 평균자책점 전체를 크게 흔들 만큼 던진 이닝이 적었다는 뜻이다.
과거와 나란히 놓으면 변화가 더 선명하다. KBO 기록상 홍건희는 두산에서 2021년 65경기 평균자책점 2.78과 17홀드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18세이브, 2023년에는 22세이브를 올렸고, 2024년에도 6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73을 남겼다. 셋업맨과 마무리 자리를 오가며 여러 시즌 쌓은 성적이다. 그런데 2025년에는 20경기, 평균자책점 6.19로 출전이 줄고 성적도 흔들렸다. 구단이 새 계약을 판단할 때 오래된 활약만큼 최근의 몸 상태와 등판 가능 횟수를 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IA 복귀 후에는 어깨 부상으로 긴 공백이 생겼다. 시즌 막바지에 돌아왔지만 1군 등판은 한 차례에 그쳤다. 10월 23일 KIA는 홍건희를 포함한 선수 6명과 다음 시즌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홍건희에게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어깨 재활을 거쳐 마운드에 다시 섰는데 팔꿈치 문제까지 확인된 흐름이라, 4.50이라는 평균자책점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던질 수 있나’가 더 큰 질문이 됐다.
방출과 은퇴 사이에 남은 시간
재계약 불가는 KIA와의 동행이 끝났다는 뜻이지, 홍건희가 은퇴를 발표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곧 다른 팀을 찾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이르다. 수술 여부와 회복 상태가 먼저 확인돼야 하고, 이후에는 공의 구위와 연속 등판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불펜 투수에게는 한 번 좋은 공을 던지는 일만큼 일정한 간격으로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중요하다.
솔직히 9월 삼성전의 홈런 한 방으로 홍건희의 경력을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두산 불펜에서 남긴 기록도 분명 그의 이력이다. 동시에 2026년의 4이닝과 어깨·팔꿈치 문제도 현재를 판단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은퇴를 단정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삼성 협상을 사실로 굳히기보다, 몸을 회복한 뒤 다시 공을 던질 기회가 생기는지 지켜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