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삼성, 7회에 뒤집힌 운명을 다시 보니

경기를 볼 때 점수보다 먼저 눈이 가는 순간이 있다. 10월 30일 KIA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7회말 김도영의 타구가 삼성 3루수 김영웅의 글러브를 빠져나간 장면이 그랬다. KIA는 1대2로 뒤지고 있었고, 삼성은 아웃카운트 여덟 개만 더 잡으면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 타구 하나가 안타로 기록됐는지 실책으로 기록됐는지보다, 이후 타석의 무게가 달라졌다는 게 더 크게 느껴졌다.
삼성이 먼저 잡았던 경기의 속도
초반 흐름은 삼성이 쥐고 있었다. 2회초 김영웅과 강민호의 연속 안타로 만든 1사 1, 2루에서 류지혁이 적시타를 쳤다.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하위 타선이 선취점을 낸 것이다. 4회에도 김영웅과 강민호가 안타로 1사 1, 3루를 만들었다. 추가점은 없었지만, 삼성 타자들이 네일의 공을 전혀 읽지 못하는 경기는 아니었다.
KIA의 첫 득점은 4회말에 나왔다. 김도영이 2루타로 기회를 열었고, 2사 1, 2루에서 한준수가 3루수 옆을 뚫는 적시타로 1대1을 만들었다. 다만 KIA가 계속 밀어붙인 것은 아니었다. 5회말에는 상대 실책과 김도영의 안타로 2사 2, 3루까지 갔지만 득점하지 못했다. 접전에서 이런 기회를 놓치면 다음 수비의 부담이 커진다.
실제로 6회초 삼성 최형우가 KIA 불펜 곽도규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쳤다. 스코어는 다시 2대1. 삼성 선발 크리스 페덱은 5⅓이닝 1실점으로 버텼고, 경기는 선발 싸움에서 불펜 싸움으로 넘어갔다. 삼성은 한 점을 지키면 됐고, KIA는 남은 공격에서 반드시 점수를 내야 했다.
7회 실책 뒤에 이어진 세 번의 적시타
7회말의 출발점은 김영웅의 수비 실책이었다. 김도영이 2루에 나가면서 KIA는 안타 없이 득점권 주자를 얻었다. 여기서 실책만으로 역전이 이뤄진 것처럼 말하면 타자들의 몫을 놓치게 된다. 해럴드 카스트로가 미야모리 사토시의 공을 밀어 친 적시타로 김도영을 불러들여 2대2를 만들었다. 실책으로 열린 문을 실제 득점으로 연결한 타석이었다.
삼성도 두 번째 아웃을 잡으며 버텼다. 그러나 김선빈의 안타로 2사 1, 3루가 됐고, 삼성은 다섯 번째 투수 이재희를 올렸다. 한준수는 포크볼을 잡아당겨 1루수 옆을 뚫었다. 3루 주자가 들어오며 KIA가 3대2로 처음 앞섰다. 곧이어 하주석의 안타가 한 점을 더 보태 4대2가 됐다. 한 이닝에 나온 세 번의 적시타가 동점, 역전, 추가점이라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해낸 셈이다.
기록에서도 실책의 영향은 선명하다. 사토시가 허용한 7회 3실점은 모두 비자책점으로 남았다. 그렇다고 삼성의 패배를 실책 하나에만 묶어둘 수는 없다. 실책 뒤에도 아웃을 잡을 기회는 있었지만, KIA는 주자를 들여보낼 안타를 이어 쳤다. 수비의 빈틈과 타석에서의 집중력이 같은 이닝에 겹쳤다.
한준수의 두 타점과 KIA 불펜의 여섯 아웃
한준수의 이날 기록은 4타수 3안타 2타점이다. 숫자보다 타점이 나온 시점이 흥미롭다. 4회에는 뒤지던 경기를 동점으로 돌렸고, 7회에는 다시 맞선 승부를 뒤집었다. 같은 1타점 안타라도 경기 흐름에 남긴 자국이 달랐다. 한준수의 역전타가 없었다면 하주석의 추가점도 다른 의미로 읽혔을 것이다.
마운드에서도 KIA가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네일은 5이닝 1실점으로 초반을 버텼고, 조상우는 6회 등판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8회부터는 전상현이 2이닝을 퍼펙트로 끝냈다. 한 점 차 리드를 잡은 직후 추가점을 낸 덕분에 전상현은 두 점 차에서 마지막 여섯 아웃을 책임졌다. 역전 장면이 화려했다면, 그 뒤를 지킨 투구는 꽤 단단했다.
4차전의 반전이 남긴 것
KIA의 4대2 승리로 플레이오프 전적은 2승 2패가 됐다. 7회 전까지는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가까워 보였는데, 한 이닝이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다만 4차전의 극적인 승리가 최종 승자를 뜻하지는 않았다. 11월 1일 대구에서 열린 5차전에서는 삼성이 KIA를 6대1로 꺾고 시리즈를 가져갔다.
그래서 이 경기는 더 오래 남는다. KIA에는 벼랑 끝에서 실책을 득점으로 바꾸고 하루를 더 벌어낸 경기였고, 삼성에는 한 번의 수비가 얼마나 긴 이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시리즈의 끝은 삼성이 웃었지만, 4차전 7회만큼은 야구가 아웃카운트 하나 사이에서도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