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코치진 7명 이탈, 염경엽 잔류 이유를 다시 보니

준플레이오프 3차전 점수표를 다시 봤다. LG가 KIA에 1대13으로 진 경기였다. 앞선 두 경기까지 더하면 3연패, 득점은 5점이고 실점은 24점이다. 경기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치 7명이 LG를 떠난다는 소식도 나왔다. 감독은 남고 코치들이 떠나는 그림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시즌 흐름과 계약 시점을 나란히 놓으니, 그 결정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는 조금 더 또렷해졌다.
7명이라는 숫자에 서로 다른 이별이 담겼다
10월 말 보도된 명단은 정수성, 장진용, 최경철, 김재율, 신재웅, 양영동, 김광삼 코치다. 앞의 6명은 LG와 다음 시즌을 함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고, 김광삼 투수코치는 한화로 이적했다. 그러니 7명 모두가 한꺼번에 경질됐다고 읽으면 사실과 다르다. 숫자는 같아도 계약을 이어가지 않는 경우와 다른 팀의 제안을 받아 이동한 경우는 구분해야 한다.
그래도 변화의 범위는 작지 않다. 1군 작전·불펜·배터리 파트와 2군 투수·주루 파트에 빈자리가 생겼다. 특히 정수성 코치는 염경엽 감독과 넥센, SK, LG에서 호흡을 맞춘 인물이다. 오랜 동행까지 끝났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를 단순한 자리 바꾸기로만 보기는 어렵다. 감독의 운영 방향을 현장에서 구현하던 사람도 바뀌기 때문이다.
투수 쪽에서는 김광삼, 장진용, 신재웅 코치가 함께 빠진다. 새 코치가 들어오면 투구 습관을 보는 기준부터 1군과 2군 사이의 선수 보고 방식까지 다시 맞춰야 한다. 코치 명단의 변화가 곧바로 성적을 바꿔 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겨울 훈련에서 선수들이 듣는 말은 분명 달라질 수 있다.
78승을 거둔 팀이 왜 크게 흔들렸을까
LG의 2026년 정규시즌 성적은 78승 65패 1무, 승률 0.545로 4위였다. 승률만 보면 경쟁력을 잃은 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한 시즌 안에서 나타난 낙차다. 2025년 통합우승팀이 1년 뒤 4위로 내려왔고, 가을야구에서는 KIA를 상대로 한 경기도 잡지 못했다.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하락 폭이 더 크게 느껴진다.
시즌 중에도 경고등은 켜졌다. LG는 7월 말 최근 10경기에서 1승 9패에 그치자 코치진 보직을 바꿨다. 송지만 코치를 1군 메인 타격코치로 옮기는 등 타격, 수비, 주루 파트를 손봤다. 구단은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시즌이 끝난 뒤에는 보직 이동보다 큰 폭의 인사 변화가 나왔다. 여름의 처방만으로 원하는 반등을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숫자를 볼 때 한 가지는 조심스럽다. 준플레이오프 3경기의 5득점 24실점은 단기전의 충격을 잘 보여주지만, 그 기록만으로 코치 한 사람의 능력이나 시즌 전체의 원인을 판정할 수는 없다. 선수의 몸 상태, 상대 선발과 불펜, 경기 중 선택이 함께 쌓인 결과다. 다만 정규시즌 4위와 여름의 급격한 부진, 포스트시즌 3연패가 이어진 흐름은 구단이 현장 체계에 변화를 주려 한 배경으로 읽힌다.
염경엽 감독은 왜 남았을까
가장 분명한 이유는 계약이다. LG는 2025년 통합우승 뒤 염경엽 감독과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 최대 30억 원에 재계약했다. 2026년 가을은 새 계약의 첫 시즌이 끝난 시점이다. 감독의 잔류를 이번 코치진 개편과 동시에 새로 결정한 일처럼 받아들이면 시간 순서가 꼬인다. 구단은 이미 우승 직후 앞으로 3년을 함께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였다.
그 판단의 근거도 기록에 남아 있다. 염 감독은 LG에서 2023년과 2025년 두 차례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2026년의 부진이 무거운 것은 맞지만, 구단이 감독 교체보다 기존 계약 안에서 코치진을 다시 짜는 쪽을 택한 배경에는 이 성과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공개된 계약과 성적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다. LG가 코치별 인사 사유나 감독 잔류의 내부 판단 과정을 모두 밝힌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계약이 성적 책임을 지워 주는 것은 아니다. 시즌 중 코치 보직을 바꾸고 선수 기용을 결정한 최종 책임자는 감독이다. 코치진이 바뀐 뒤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염 감독의 운영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잔류는 면책이라기보다, 자신이 설계한 다음 시즌을 성적으로 증명할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가깝다.
다음 시즌에는 무엇을 봐야 할까
새 코치의 이름보다 먼저 볼 것은 변화가 경기 안에서 나타나는 방식이다. 타선이 막힐 때 대타와 주루 카드를 언제 쓰는지, 불펜 투수의 연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2군에서 올라온 선수가 1군에서 어떤 역할을 받는지가 구체적인 관전 지점이다. 이런 장면이 반복돼야 코치진 개편이 실제 운영 변화로 이어졌는지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여름의 흔들림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7월 말 10경기 1승 9패 같은 구간을 다시 만났을 때 선수를 바꾸는 속도와 코치진의 대응이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싶다. 단기전의 세 경기만큼이나 긴 시즌의 좋지 않은 열 경기를 다루는 능력이 팀의 순위를 결정한다.
내게 이번 소식은 7명이 떠나고 한 명이 남았다는 인사 기사로만 읽히지 않는다. 두 번의 우승으로 얻은 신뢰가 2026년의 실망스러운 흐름과 맞부딪힌 장면이다. 다음 시즌 LG가 보여줄 답은 발표문보다 점수판과 선수들의 움직임에 더 선명하게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