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영웅 실책과 정우영 소신발언을 다시 보니

가을야구를 보다 보면 점수보다 오래 남는 화면이 있다. 10월 30일 삼성과 KIA의 플레이오프 4차전도 그랬다. 7회말 김영웅이 타구를 놓친 뒤, 카메라는 고개를 숙인 그에게 머물렀다. 실책이 승부를 흔든 건 맞다. 그런데 경기를 다시 떠올릴수록 한 선수의 표정보다 그 뒤에 이어진 안타와 중계 화면을 함께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대1에서 4대2로 바뀐 7회
삼성은 6회초 최형우의 솔로 홈런으로 2대1 리드를 잡았다.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한 경기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7회말 1사에서 KIA 김도영의 땅볼이 3루수 김영웅의 다리 사이로 빠졌다. 김도영은 2루까지 갔고, 아웃카운트 하나를 더할 수 있었던 삼성은 득점권 주자를 안고 다음 타자를 상대하게 됐다.
여기서 점수가 곧바로 뒤집힌 것은 아니다. 카스트로가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나성범의 삼진 뒤 김선빈이 안타로 기회를 이었다. 이어 한준수가 역전 적시타, 하주석이 추가 적시타를 쳤다. KIA는 그 이닝에 3점을 냈다. 실책이 문을 열었다면, 연속 안타가 그 문을 지나 승부를 바꾼 셈이다. KBO 경기 기록에도 4차전 결과는 KIA의 4대2 승리로 남아 있다.
숫자를 조금 더 넓게 보면 삼성의 이날 실책은 3개였다. 5회 디아즈, 6회 류지혁, 7회 김영웅까지 세 이닝 연속으로 나왔다. 앞선 두 실책은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마지막 실책 뒤에는 KIA 타선이 안타 4개를 몰아쳤다. 삼성은 플레이오프 첫 4경기에서 실책 7개를 기록했다. 정규시즌에는 SSG와 함께 팀 최소 실책 85개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기전의 압박이 얼마나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지 보인다.
실책을 설명하는 화면과 표정에 머무는 화면
정우영 SBS스포츠 캐스터의 발언은 그 장면에서 나왔다. 그는 중계 도중 “실책한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비추는 문화는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수하며 성장하는 선수를 계속 비추는 화면이 불편하다는 취지였다. 경기 뒤에도 실책 이후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화면 구성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실책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 일 자체는 필요하다. 타구가 얼마나 빨랐는지, 수비수가 어떤 자세로 공을 맞았는지, 주자가 왜 2루까지 갔는지는 화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반면 침통한 얼굴을 여러 번 잡는다고 해서 다음 타석의 승부가 더 잘 읽히지는 않는다. 그 사이 투수 교체와 타자의 대응, 주자의 움직임 같은 정보는 화면 밖으로 밀릴 수 있다.
정 캐스터는 이후 자신의 발언이 특정 방송사만을 겨냥한 말은 아니며, 자신이 속한 회사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도 중요하다. 누가 화면을 만들었는지를 따지는 데서 멈추지 않고, 야구 중계가 실책 뒤 무엇을 보여줄지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의 감정을 전달하는 순간은 있을 수 있다. 다만 같은 표정을 오래 붙드는 것이 경기의 맥락을 전하는 최선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김영웅 한 명으로 4차전을 읽을 수 없는 이유
솔직히 7회 실책이 컸다는 사실을 흐릴 필요는 없다. 2대1 리드에서 1사 2루를 허용했고, 곧 동점타가 나왔다. 그렇다고 패배의 모든 무게를 그 장면 하나에 실으면 앞뒤의 공격까지 놓친다. 삼성은 4회초 김영웅과 강민호의 안타로 1사 1·3루를 만들고도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6회말에는 KIA가 2·3루 기회를 살리지 못해 삼성의 리드가 유지됐다. 두 팀 모두 여러 차례 갈림길을 지났다.
김영웅의 하루에도 실책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2회초 안타로 출루해 선취 득점을 올렸고, 4회초에도 안타를 쳤다. 공격에서 만든 장면과 수비에서 놓친 장면이 같은 경기 안에 있다. 팬이 선수에게 아쉬움을 느끼는 건 자연스럽다. 다만 기록을 챙겨볼수록 한 장면으로 하루 전체를 설명하기는 어려워진다.
5차전이 보여준 다음 장면
이틀 뒤 대구에서 열린 5차전에서 박진만 감독은 김영웅을 다시 선발 3루수로 내보냈다. 승리를 위한 라인업을 짜면서 그를 뺄 생각은 없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었다. 삼성은 초반부터 점수를 쌓아 KIA를 6대1로 꺾었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김지찬이 3안타 3타점, 박승규가 2안타 2타점을 기록했고 후라도는 7이닝 1실점으로 버텼다.
그렇다고 김영웅에게 곧장 깔끔한 반전이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5차전 6회초에도 그의 실책으로 김도영이 출루했다. 이번에는 후속 타자를 막아 실점하지 않았다. 같은 선수의 실책이어도 뒤의 투구와 타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두 경기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4차전에는 KIA가 기회를 득점으로 바꿨고, 5차전에는 삼성 마운드가 위기를 막았다.
김영웅의 실책은 기록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정우영의 발언도 그 책임을 없애자는 말로 들리지 않는다. 경기의 원인을 더 정확하게 보고, 선수의 표정보다 다음 플레이에 시선을 돌려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4차전의 7회와 5차전의 6회를 함께 기억하는 편이, 내게는 가을야구를 훨씬 제대로 보는 방법이다.
